▲ 지난해 12월 11일 이상득 의원이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4월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상왕’으로 통했던 이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설이 불거지자 여권 일각에서는 ‘이상득 용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의원이 ‘총선 불출마’ 카드로 위기를 넘기는 듯했지만 검찰 소환설에 용퇴론까지 제기되면서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형국이다.
과연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승부수를 띄운 검찰이 이번엔 ‘대어’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정권 출범 이후 이 의원은 최고 실세라는 이유로 크고 작은 권력형비리 의혹 사건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다. 검찰은 이 의원이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비리 의혹을 대략 서너 건 정도로 압축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이 의원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구속기소)이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박배수씨(구속기소) 에게 기업 구명 청탁을 대가로 돈을 건넨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바 있다. 검찰은 청탁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의원실 직원 계좌에서 출처 불명의 7억 원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여직원 계좌의 7억 원은 내 돈”이라는 소명서를 즉각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자 검찰은 2월 16일 이국철 회장의 폭로의혹 사건 수사를 종결하면서 이 의원실 직원 계좌에서 발견된 이 의원의 자금 7억 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검찰은 여직원 계좌를 통해 관리해 오던 7억 원 중 상당 부분이 저축은행 로비 자금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후 검찰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의원과 관련된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수사 과정에서 프라임저축은행이 이 의원 측에 퇴출저지 로비를 벌이는 과정에서 수억 원을 건넨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합수단의 관계자는 “이상득 의원이 저축은행에서 로비를 받았다는 첩보가 있는데 관련 기록을 특수3부에서 가져와 검토하고 있다. 연관성이 있다고 확인되면 사건을 합수단에 재배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이 첩보가 당사자 진술은 아니지만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합수단은 이 의원 관련 의혹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방대한 기록을 넘겨받고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합수단은 이 의원의 ‘장롱 속 7억 원’ 중 일부나 전부가 프라임저축은행에서 흘러간 돈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합수단은 금품로비가 진행된 시점과 이 의원의 사건기록에 나오는 뭉칫돈 입금 시점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 의원실 직원 계좌에 7억 원이 입금된 시기는 2009년 9월~ 2011년 11월이다. 합수단은 지난해 9월 영업정지된 프라임저축은행이 2010년부터 퇴출을 막기 위한 로비에 나섰을 것으로 보고 프라임저축은행 측에서 이 의원 측으로 자금이 전달될 만한 경로가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합수단은 특수3부 수사기록 검토와 계좌추적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 의원을 직접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 의원은 또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한예진) 이사장(구속기소)으로부터 공천헌금 2억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김 이사장이 “이 의원에게 공천헌금 2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 이사장이 횡령·탈세한 돈이 300억 원대에 달한다는 사실에 미뤄 드러난 것 외에 이 의원이 관련된 또 다른 비리건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한예진의 경리담당 직원 최 아무개씨(여·구속 기소)한테 “2008년 총선에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로 하고 20억 원의 공천헌금을 약속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최 씨는 “김 이사장 지시로 2억 원을 현금으로 준비했고, 이 의원 쪽 차 트렁크에 이 돈을 싣는 장면을 봤다”는 취지로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문제의 2억 원은 약속한 20억 원의 선수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구속기소)의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에는 이 의원의 측근인 박배수 씨와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이사장과 박 씨는 유 회장으로부터 각각 4억 2000만 원과 1억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유 회장은 고객 1만 1600여 명의 명의를 도용해 1200억 원대 불법 대출을 일으키고 저축은행 돈 25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초 구속됐다. 이른바 ‘유동천 게이트’로 확전되고 있는 이 사건에는 두 사람 외에도 여야를 망라한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29일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유 회장으로부터 5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격 구속됐고, 2월 28일에는 무소속 최연희 의원이 유 회장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모두 6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23일에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이화영·김택기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각각 1500만~3000만 원씩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유 회장이 정치권 인사는 물론 검경과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 고위 공무원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은 유 회장이 5억 원이 넘는 돈을 로비자금으로 뿌리면서 이 의원의 측근과 이 대통령의 친인척에게까지 손을 뻗쳤다는 점에서 이 의원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의 개입 여부도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특히 박 씨가 유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1억 5000만 원의 용처를 파헤치는 동시에 이 의원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도 밝혀낸다는 방침이어서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이 의원은 이국철 회장 폭로건에서 파생된 출처 불명의 뭉칫돈 7억 원에 이어 프라임저축은행 추가 청탁 의혹, 김학인 이사장으로부터 공천헌금 2억 원 수수 의혹, 여기에 ‘유동천 게이트’ 연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 신세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최고 실세인 이 의원에 대한 소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배경에는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 연루 의혹만도 한두 건이 아닌 이 의원에 대한 조사를 계속 방치할 경우 더 큰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와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설이 불거지자 여권 일각에서는 ‘이상득 용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대통령의 형이자 권력 실세인 이 의원의 비리 혐의가 검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날 경우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 의원이 스스로 정계 은퇴 등 용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이상돈 비대위원은 지난 2월 23일 “이상득 의원 등 이른바 측근 비리 의혹은 특검할 정도의 중요한 사안”이라고 밝혀 사실상 이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 및 용퇴론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과연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진검승부를 펼칠지 아니면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고 용두사미 수사로 마무리할지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