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게임체인저 역할…‘영건 1호골’ 벨링엄 ‘멀티골’ 사카 ‘최연소골 역대 3위’ 가비 등 신인상 노려
이번 대회는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장이기도 하다. 1999년생이 최연소 참가선수였던 2018 러시아 월드컵과 달리 2000년대에 태어난 이른바 'Z세대'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에 첫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 최연소 선수는 18세 3일의 유수파 무코코(독일)로, 월드컵 경기 데뷔까지 했다. 무코코를 비롯한 이들은 단순 유망주를 넘어서는 활약으로 대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2000년대 출생자, 지난 대회 0명에서 이번엔 130명으로
이번 대회부터 월드컵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숫자가 늘었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임시적으로 운영되던 5명 교체 제도(기존 3명)는 이제 '축구의 표준'이 됐다. 23명이던 엔트리 숫자도 26명으로 늘었다.
참가팀들은 유망주 선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830명의 엔트리가 등록된 이번 대회에서 2000년 이후 출생한 선수들은 130명이다. 팀당 평균 4명이 넘는다. 전체 참가 선수의 15%가 넘는 비율이다.
가장 많은 Z세대 선수를 대회에 데려온 국가는 한국과 한 조에서 경쟁한 가나다. 가나는 조직력 문제 등을 개의치 않고 대회 직전 적극적으로 귀화선수를 합류시키는 등 진보적인 자세로 이번 월드컵에 나섰다. 어린 선수들이 다수 합류했기에 월드컵 개막 이전까지 A매치 경력 10경기 이하의 선수들이 선수단 내 15명이었다.
가나는 이들의 패기와 에너지로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개막 이전까지는 32개 참가국 중 피파랭킹 최하위(61위)로 긍정적 전망은 나오지 않던 팀이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과 함께 경험이 풍부한 안드레 아이유(1989년생), 토마스 파티(1993년생), 다니엘 아마티(1994년생) 등이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냈다.
반면 멕시코와 이란은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선수를 단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이들의 선수단 평균 연령은 각각 28.5세와 28.9세로 가나(24.8세)에 비해 약 4년의 차이가 있다. 공교롭게도 멕시코와 이란은 이번 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팀 모두 조별리그 3경기만 치르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단순히 결과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경기력도 저조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강인의 극적인 월드컵 데뷔
130명의 영건 중 우리나라 팬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선수는 이강인(2001년생)이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2000년대생 선수다.
개막 이전까지는 대회 참가가 불투명한 듯했다. 2021년 3월 이후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지난 6월 A매치 4연전까지도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에게 외면을 받았다. 이대로 월드컵 출전 꿈은 멀어지는 듯했다.
이강인은 8월부터 시작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발전한 기량을 선보였다. 소속팀 마요르카의 핵심선수로 올라섰고 공격포인트를 생산해내며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대기명단에만 이름을 올릴 뿐 그라운드를 밟는 데 실패했다. 월드컵 개막 이전까지 이강인의 A매치 기록은 2021년 3월이 마지막이었다. 월드컵 개막 전 마지막 평가전 말미에는 현장에서 이강인의 출전을 종용하는 관중 함성이 울렸지만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자 벤투 감독은 활용 가능성이 낮아 보였던 이강인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대회 첫 경기부터 첫 번째 교체카드로 활용됐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출전 시간이 더욱 늘어났다.
이강인의 투입 효과는 드라마틱했다. 투입과 동시에 특유의 기술을 선보이며 경기 흐름을 바꿔 놓았다. 결국 자신의 월드컵 두 번째 출전 경기에서 도움까지 기록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하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승까지 노리는 가비와 친구들
스페인은 가나와 미국(25.2세)에 이어 가장 어린 선수단(25.4)을 이끌고 월드컵에 나섰다.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26명의 선수단 중 9명의 2000년대생 선수들은 상당수가 팀의 주축 자원으로 활약 중이다. 측면에 페란 토레스(2000년생), 중원을 구성하는 가비(2004년생)와 페드리(2002년생),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교체 카드로 선호하는 알레한드로 발데(2003년생), 니코 윌리암스(2002년생) 모두 어린 선수들이다.
'젊은' 스페인은 대회 첫 경기 코스타리카전에서 7-0 대승을 거뒀다. 토레스가 페널티킥을 포함해 멀티골을 기록했고 가비도 골맛을 보며 엔리케 감독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최연소 3위 가비는 18세 110일의 나이로 1958년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17세 249일) 이후 최연소 득점자에 등극했다. 가비와 펠레 사이에는 멕시코의 마누엘 로사스(18세 93일)가 있지만 1930 우루과이 월드컵 당시로, 펠레보다 과거의 기록이다.
#'월클'로 가는 길, 월드컵 신인상의 주인공은
월드컵은 2006년 독일에서 열린 대회부터 골든볼(MVP), 골든부트(득점왕) 등과 함께 '영플레이어 어워드'를 신설해 시상하기 시작했다. 이전 12개 대회에서 최고의 신인을 펠레(브라질)부터 랜던 도노반(미국)까지 선정했다. 2006년 첫 번째 주인공은 루카스 포돌스키(독일)였다. 이후 토마스 뮐러(독일), 폴 포그바(프랑스), 킬리앙 음바페(프랑스)가 나란히 수상했다.
영플레이어 어워드는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한 21세 이하 선수들만 대상으로 선정한다. 이번 대회는 영플레이어 어워드 놓고서 많은 선수들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낸 선수는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주드 벨링엄이다. 이란과 첫 경기에서 흐름을 가져오는 선제골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 2000년대생 득점자라는 타이틀도 가져갔다.
벨링엄과 함께 잉글랜드를 16강으로 이끈 부카요 사카도 유력 수상 주자다. 신인상 대상자 중 흔치 않은 멀티골을 기록했다. 좋은 흐름에 있는 만큼 토너먼트에서도 주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월드컵 역대 최연소 골 3위의 주인공 가비, 그 옆에서 함께 활약 중인 페드리도 수상을 노린다. 앞서 가비는 세계 축구 최고 권위 개인상인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신인상 격인 '코파 트로피'를 수상한 바 있다. 페드리는 가비에 1년 앞서 같은 상을 받았다.
자말 무시알라(독일), 호드리구(브라질) 등도 대회에서 빛나는 활약을 보일 수 있는 젊은 자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시알라의 경우 흔들리는 독일의 경기력, 호드리구는 팀 전력이 강한 탓에 충분한 출전 시간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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