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서울 종로
“박근혜와 친노 세력의 대결 구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렇게 평했다. 이곳에 출마선언을 한 새누리당 홍사덕 의원과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의 상징성 때문이다. 6선의 홍사덕 의원과 4선의 정세균 의원 대결은 그야말로 ‘당 대표 수준’의 거물급 싸움이다. 일찌감치 도전장을 냈던 정세균 의원과 달리 홍사덕 의원은 지난 5일 공천을 통해 후보로 확정된 상태. 그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어서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종로는 지난 16대 이후로 세 차례 연속 새누리당이 ‘차지’해온 지역구여서 ‘전통적 민심’은 홍사덕 의원에게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3선을 했던 박진 의원이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MB 정부 심판론’이 부각되고 있어 판세를 단언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양 후보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비중이 큰 만큼 선거 결과가 미칠 영향도 클 수밖에 없는 상황.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대표적인 친박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 당선될 경우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선 행보에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으나 민주통합당에게 뺏길 경우 그 타격은 한 지역구를 잃는 것 이상으로 클 것이다. 정세균 의원의 당선은 ‘친노 세력’ 귀환의 완결판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 본부장은 “정세균 의원 개인의 재기와 함께 향후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이사장을 돕는 페이스메이커의 역할까지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 인구분포의 변화가 선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최근 종로지역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며 서울 내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부유층, 중산층, 서민층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 이 점은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서울 은평을
서울 은평을은 이재오 의원의 공천이 확정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역구다. 여기에 이미 출마 선언을 한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가 지난 8일 “민주통합당 후보와 경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야권단일후보와의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고연호 예비후보가 지난 7일 당의 ‘무공천’ 결정에 반발하며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져 이 여파를 잘 수습해야 하는 상황.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고연호 후보의 출마의지가 강하지만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해 천호선 후보 측과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지난 10일 야권 연대 협상 결과 이 지역 후보를 경선을 통해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서울마케팅리서치’ 조사에서는 ‘여권후보 VS 야권후보’의 대결에서 각각 25.9% VS 43.7%로 나타난 바 있어 야권연대 성사 여부가 승패의 갈림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오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당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패한 바 있지만, 이 지역에서 15, 16, 17대에 이어 지난 2010년 7·28 재보선까지 네 차례나 이긴 전력이 있는 만큼 지역기반이 탄탄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실장은 “지난 재보궐에서는 58.3%의 높은 득표율을 얻을 만큼 은평 을에서의 이재오 의원에 대한 지지 표심은 견고하다. 또한 조직 동원 선거에서 탈피해 직접적인 주민들과의 접촉을 늘리는 선거운동에 대한 호감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사상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출마로 가장 뜨거운 화제 지역구로 부상했던 부산 사상은 새누리당에서 ‘27세의 정치신인’ 손수조 후보를 내세우면서 격전지가 아닌 관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영남권 출신 거물’과의 맞대결을 예상했던 문재인 후보 측에선 손수조 후보와의 대결이 그리 달갑진 않은 상황. ‘이겨도 본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선거전략 담당자는 “손수조 후보와 문재인 후보와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아닌가. 큰 표 차로 이겨야 하는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역시 문재인 후보가 애초 예상했던 선거구도가 깨진 만큼 전략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문 후보 입장에선 총선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중요한 선거다. 여권 거물급과의 대결로 두터운 지역 벽을 넘어서고 이러한 ‘문재인 바람’을 부산경남 지역 전반에 확산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을 텐데 예상외의 신인과 경쟁하게 되면서 이러한 극적인 연출 효과가 반감되게 되었다. 결국 이 지역은 승패보다 득표율 격차가 중요하게 되었다. 10% 내외의 표차로 이기더라도 문재인 후보에게 큰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 역시 “전략적으로 새누리당이 매우 영악한 선택을 했다. 지더라도 손실이 적은 싸움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수조 후보로선 당내 공천 반발 분위기를 잠재우는 것이 1차 목표일 테지만, 문 후보와의 대결에선 ‘보수 성향의 젊은 세대’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실제 투표에서 여론은 반대당 후보로 투표 행위를 쉽게 바꾸지 않는 ‘보수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이를 넘어서는 감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반 새누리당 정서’가 그 투표 성향을 문재인 후보 쪽으로 옮기기에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가 이기더라도 예상 외로 ‘박빙의 승부’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역시 13일 부산을 직접 방문해 손수조 후보와의 면담일정을 공개하는 등 이 지역 선거 지원에 직접 나서고 있다.
#부산 북강서을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출마하는 부산 북강서을 역시 최대 관심 지역구 중 한 곳이다. 이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한 새누리당에서는 지난 9일 김도읍 전 부산지검 검사를 공천했다. 현재로선 인지도 면에서 문성근 후보가 앞서고 있으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지역을 ‘박빙’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산 북강서을은 16대 총선 이후로 새누리당 허태열 의원이 내리 3선을 했던 전통적인 새누리당 텃밭 지역. 특히 18대 총선에서는 허태열 의원이 당시 통합민주당 정진우 후보(23.2%)를 세 배 가까운 표차(64.2%)로 이긴 바 있기도 하다. 문성근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 역시 “밑바닥 정서는 아직도 새누리당에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바닥민심’에 대한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선거전 초반에 비해 최근 민주통합당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진 것도 문성근 후보 측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여론은 새누리당보다 민주통합당에 대해 더 높은 도덕적 기대수준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민주통합당에 대한 기대의식이 많이 떨어졌다. 부산, 경남권에서 출마한 후보들의 경우 새누리당 지역색을 넘기 위해 개혁적 이미지를 내세워야 하는데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과 통합’ 출신으로 야권 통합의 핵심축이었던 문성근 후보의 총선 승리 여부는 총선 이후까지 미칠 파장이 크다. 배종찬 본부장은 “이 지역이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선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성근 후보의 승리 여부가 ‘낙동강 벨트’의 성공 여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남 김해을
김해을은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과 민주통합당 김경수 후보가 맞붙을 가능성이 커 전·현직 대통령 측근들의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경수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버금갈 만큼 ‘친노’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에서 치르는 선거라는 점도 이 상징성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김경수 후보의 명함에는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라고 써 있을 만큼 민주통합당 측에서도 이 지역 선거전에 ‘노무현 정신’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친노 인사는 “김경수 후보는 이미 지난해 4·27 재보궐 당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와 단일화 여부를 두고 갈등이 불거지자 스스로 후보 자리를 내줬던 만큼 야권 진영에서 두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야권후보단일화만 성사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김해 유권자들은 실제 선거에서 거물급 인사를 지지하는 전략적 표심을 드러내는 성향이 있다”며 “친노 적자 후보와 거물주자 사이에서 유권자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