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MBC, KBS, YTN 등 방송3사 공동파업 선포식.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지난 3월 5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방송3사는 공동파업 출정식을 갖고 이른바 ‘파업 삼국지’를 선언했다. 지난 1월 30일 파업을 시작한 MBC 노조는 현재(3월 8일) 파업 39일째를 맞이하고 있고, 지난 3월 6일 파업에 돌입한 KBS는 파업 3일째에 접어들었다. 이어 지난 3월 8일 YTN 노조도 파업출정식을 통해 1단계 부분 파업(8일~10일)을 선언하며 방송3사가 동시 파업에 나서게 됐다.
3개 방송사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중 MBC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김재철 사장과 그의 사퇴를 주장하는 노조 측이 극렬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MBC 파업에는 보도국 기자를 비롯해 드라마·예능 교양국 PD, 아나운서실도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여기에 보직 부장들과 해외특파원까지 성명서를 내고 직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 중에는 김 사장이 임명한 인사도 있어 사실상 대부분의 직원들이 김 사장에게 등을 돌린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MBC 파업의 발단은 ‘낙하산 인사 김재철 사장의 사퇴와 공정보도권 사수’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21일 20년차 이상의 MBC 직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2년 김재철 사장의 재임기간은 MBC에 유례가 없었던 갈등과 추락의 시간이었다. 내곡동 사저 축소보도, 서울시장 선거 편파보도, 4대강 등 현 정부 주요 실책에 대한 비판 외면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든 공정성 침해 논란이 있었고, 그 결과 MBC의 신뢰도는 현저히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MBC 관계자들은 “그간 뉴스가 안 나가도 ‘다음에 나가겠지, 사정이 있나보다’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친정부 성향의 사장과 임원진들이 편집권을 좌지우지했던 것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MBC는 노조원들의 파업에 책임을 물어 박성호 MBC기자회장과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을 해임한 상태다. 이어 최일구 앵커 및 파업에 동참한 보직간부 5명에게도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반발의 의미로 보직 부장 6명과 MBC 기자 166명은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해 사상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런 파업상황에도 출근을 하지 않는 등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김 사장은 노조에 대한 역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 3월 5일 김 사장은 MBC 노동조합과 집행부 16명을 상대로 서울남부지검에 30억 손배소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추후에 대상자를 선별해 재산 가압류까지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MBC 측은 이진숙 홍보국장의 부재만을 알린 채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MBC 사태가 심화되자 방송가 안팎에선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7일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 이사회는 정기 이사회를 열고 파업 사태에 대한 현안 보고 및 결산보고 자리를 가졌다. 이미 두 차례 방문진 이사회에 불참한 김 사장은 이날 오후 3시께 이사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김 사장은 방문진 앞에서 사퇴를 주장하는 노조원들을 뒤로한 채 승용차에서 내려 유유히 건물로 들어갔다.
방문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이사회에서 파업사태와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및 해임안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 관계자는 “정식 해임안이 제출되지는 않았지만 이사진 중 한 명이 사실상 해임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업사태에 대한 이사진의 책임 추궁에 대해 김 사장은 오히려 “자진 사퇴할 마음이 없다.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명예다”는 말로 사실상 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국 파업 사태는 다만 MBC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공영방송 KBS도 지난 3월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그동안 ‘김비서’(KBS 약자를 본 따 친정부 성향을 빚 댄 표현)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KBS는 전면 파업을 선택했다. KBS 새노조 관계자는 “김인규 사장의 퇴진과 막장 인사철회, 공정방송 쟁취를 위해 파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KBS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KBS가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늦게나마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움직임으로 봐 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노조 관계자는 “김 사장에게 책임을 물을 한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횡령이나 개인비리와 연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때가 되면 밝히겠다”고 전했다. 파업 나흘째를 맞이하고 있는 KBS는 현재 지방총국을 포함해 총 600여 명의 직원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뉴스 전문채널 YTN도 지난 3월 8일 출정식을 갖고 ‘김종면 전 노조위원장 및 해임 기자 복직과 배석규 사장 연임 반대’를 선언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YTN은 10일까지 1차 파업을 진행하는 한시적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YTN 노조는 이후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부분 파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총선이 다가온 시점에 파업을 하는 것은 ‘정치 파업’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김종면 전 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MBC, KBS에 이어 YTN도 파업… Angry YTN, Hungry 공정방송! 2008년부터 도모해온 3사 동시 파업이다. 늦었다는 비판 옳다. 그러나 분명 우리는 2008년 가을부터 오늘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SBS도 3월 7일 성명서를 통해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방송3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연합뉴스는 3월 7일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해 13일 최종 결과가 나오는 대로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방송가에 불어닥친 파업사태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정책 실패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편파방송저지투쟁위원회는 3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해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방송통제 실태를 낱낱이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