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최초의 공식 이민선이 떠난 지 올해로 120년 그 후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국을 강제로, 또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떠나야 했고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채 망향의 한을 달래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있다.
러시아 사할린 섬으로 끌려갔다 오지 않는 귀국선을 기다리며 무국적자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4만여 명의 사할린 동포들.
그리고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해야 했던 고려인들까지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의 긴 기다림과 그리움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경기도 안산의 '고향마을' 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파트 단지는 한국으로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강제동원 되었다 해방후에도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할린동포들.
다시 고향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살아온 사할린동포들의 귀국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건 90년대 이후다. 한국과 일본적십자사가 함께 나섰고 한·일 양국 정부가 지원을 하면서 지금까지 약 4700여명의 사할린동포들이 영주귀국사업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왔고 현재 약 2800여명의 동포들이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2000년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약 480여세대 720여명의 사할린동포들이 살고 있는 '고향마을', 오랜만에 동대표들이 모여 마을 대청소를 하는 날 열심히 가꾼 텃밭에서 상추는 물론 사할린에서 즐겨먹던 '빼뜨루쉬까(파슬리)'와 우크로프(회향풀)등 향채소가 듬뿍 들어간 사할린식 샐러드에 떡갈비처럼 고기를 다지고 속에 삶은 메추리알이나 달걀을 넣어 기름에 구운 까뜰레따(러시아식 돈가스)가 만들어진다.
오랜 세월 타국에서 살았지만 입맛은 여전히 한국식 그대로라는 사할린동포들. 장과 김치를 담아먹는 건 기본 러시아사람들에겐 그저 잡풀인 고비, 쑥, 미나리등 온갖 나물들을 뜯어다 말려두었다 먹고 사료로 버려지던 오징어 명태 미역 다시마등생선과 해조류까지 챙겨 먹는 한인들 덕분에 지금은 러시아사람들도 즐겨먹는 식재료들이 됐단다.
굵고 부드러운 고비를 볶아서 상에 올리고 오징어몸통안에 속을 채워 넣어 굽거나 찐 오징어순대가 만들어지면 그날이 잔치날. 고향음식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절로 흘러나오는 도라지타령에 시름을 달래며 살아온 사할린동포들의 사연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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