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상승 정점 통과했지만 물가안정 의미는 아냐…연준 전향적 태도 전환 나올 때 증시 저점일 가능성
S&P 500 지수는 지난 11월 10일 이후 100일과 200일 이동평균선 사이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두 이동평균선 간 이격도는 같은 기간 4.6%에서 2.7%로 약 1.9%포인트 감소했다. 결국 시장도 방향성 찾기 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격도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는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주 슈퍼위크를 통해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1월 FOMC 이후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폭넓게 나타났다는 점인데 이는 미 국채금리와 달러인덱스 하락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주요 벤치마크 국채금리의 경우 52주 최고가 대비 각각 3개월물 18bp(1bp=0.01%포인트), 2년물 43bp, 10년물 73bp 정도 하락했다. 특히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는 시장의 관심이 ‘인플레이션, 금리인상’에서 ‘경기침체, 성장둔화’로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러인덱스 역시 52주 최고가 대비 약 8.5% 정도 하락한 반면 JP모건 이머징 통화지수는 52주 최저가 대비 약 4% 정도 상승하며 아시아를 비롯한 이머징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1월 한 달 동안 MSCI 전 세계 지수는 7.8% 정도 상승했지만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일본 제외)는 15%, MSCI 이머징 아시아지수(일본 제외)는 18.8%나 상승하며 월간 상승률은 각각 1998년,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중국을 제외한 신흥 아시아 지역에 약 126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유입이다. 다만 12월 들어서는 각각 -1.3%, 0.5%, 0.9%로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런 상승의 이유는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을 하회한 걸 시작으로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며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지난해 12월 21일 이후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자동차협회(AAA)가 매일 발표하는 전국 평균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3.262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 3.329 달러보다 낮고, 한 달 전 3.783 달러 대비 12%나 하락했다.
또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과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급등했던 중고차 가격은 최근 빠른 가격 조정을 보였다. 11월 맨하임 중고차 가격 지수는 전년 대비 14.2%나 하락하며 두 달 연속 마이너스 기록했다. 가격 지수는 2021년 8월 이후 처음으로 200선을 하회한 199.4로 나왔다. 최근 국제 식량가격도 안정적인 흐름이다. UN 산하 세계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한 11월 식품가격지수는 지난 10월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연준의 기류 변화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1월 FOMC 의사록에 나타난 것처럼 올해 내내 매파적 색깔을 강하게 드러냈던 연준 내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을 선두로 한 비둘기파(dovish) 인사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의장 역시 지난 11월 30일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과 서비스 물가 하락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며 지난 8월 잭슨홀 컨퍼런스, 11월 FOMC 기자회견에서 보였던 매파적 태도에서 한 발짝 물러선 모습 보였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약 275건의 금리 인상이 단행됐고, 50개 이상의 중앙은행이 한때 드물게 75bp 인상을 했다. 일부 중앙은행은 75bp 기준금리 인상을 연속적으로 시행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집계하는 글로벌 금리 게이지는 올해 1월 2.8%에서 5.2%까지 올라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은 1983년 이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속도와 강도로 긴축을 진행한 결과, 주식 S&P500과 채권 iShares Core US Aggregate Bond ETF(AGG)는 연초 이후 각각 17%, 13%나 하락했다. 내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지속될지에 대한 부분은 13~1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완화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FOMC에 대한 경계 심리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가격 상승이 정점을 통과한 건 맞지만 이 점이 물가안정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시, 물가 수준은 여전히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 고용, 서비스업 호조와 같이 인플레 여건을 빡빡하게 만들고 있는 핵심 요인들이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인 점은 연준의 ‘끈끈한’ 긴축 강화라는 우려를 만들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연준이 예상보다 더 높게, 더 오래 금리를 올릴 거라면서 12월과 2월에 각각 50bp씩 인상하고, 3월에 25bp 추가 인상해 기준금리를 내년 3월까지 5.0%~5.25% 만들 것으로 전망하자 시장 내 관망 심리가 확대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내년 3월 기준금리 상단이 5%, 5.25%일 가능성은 각각 39%와 41%로 매우 팽팽한 상황이다(12월 12일 미 중부시간 기준).
미 국채금리 2년물 수익률은 지난 11월 초 장중 4.88%를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하며 4.39%(12월 12일 기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 10년물과 장단기 금리 차는 크게 확대돼 1981년 이후 최대 수준을 보이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가 중요한 이유는 ‘도미노 효과’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시 ‘은행대출감소(충당금 확대)→기업 설비·재고투자 감소→제조업PMI 둔화→기업이익감소→증시 부진’으로 이어지며 경제에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연속되기 때문이다.
또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해 발표하는 향후 12개월 내 미국 경기침체 확률은 11월 38%를 보였는데, 과거 해당 지표가 30%를 넘어섰을 때 ‘이유 불문’하고 경기 침체가 도래했다는 점은 부담이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 CEO들도 내년 경기침체에 대해 경고하며 위험관리와 비용절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이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도 높다. 내년 경기침체의 규모와 강도에 대한 전망이 다양하지만 고용이 악화되고 기업이익이 둔화하면서 성장에 부담을 준다는 건 사실이다. 이에 대한 연준의 코멘트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거 경험상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 임박할 때까지 시중금리는 오르는 경향이 있었고, 증시 저점은 연준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Pivot)이 나올 때였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직 그 시점은 아니지만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심리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최종금리 수준이 조금 높아지더라도 국채금리의 추세적 상승은 제한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다만 경기침체 이슈는 달러에 대한 수요 증가로 나타날 수도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달러는 안전한 투자처(Safe heaven)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사가 반복될지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힌트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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