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우려와 위기 속에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 꿈을 이루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청년들이 있다. 사회문제가 되는 '수도권 집중 현상'의 대안이자 자신만의 길을 찾아 미래 산업의 혁신 인재로 거듭 중인 지역 청춘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오늘날 여전히 많은 지역 청년들의 발걸음은 서울 및 수도권으로 향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 지역 인구 유출 현상이 가속화되며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13곳으로 49.6%에 달한다(2022년 3월 기준, 한국고용정보원).
특히 수도권 유입인구 중 3분의 4를 차지하고 있는 20대 청년들. 그들이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다면, 지역과 청년이 만들어 가는 상생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꿈을 향해 날갯짓을 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충북 청주에 있는 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4학년 황성연 씨(25)는 학교가 아닌 같은 지역의 한 제약회사로 출근 중이다. 아직은 5개월 차 인턴이지만 원하던 진로에서 일하고 있는 성연 씨는 안정적이고 어엿한 청년이 되어간다.
취업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턴을 선택한 나재철 씨(26)는 전기차 엔지니어를 꿈꾼다. 경남 창원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던 중 같은 지역에 소재한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며 꿈을 향해 직진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지역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만든 '채용 연계형 실습'을 통해 희망하는 회사에서 실무를 배울 기회를 얻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직장을 얻고 앞으로의 인생을 그려나가고자 하는 청년들. 추억과 청춘이 깃든 내 지역의 미래가 있기에 그곳에서 오늘을 보내고 있는 열정 인턴들을 만나본다.
지역에 인프라와 기회가 부족하다는 건 옛말이다. 졸업을 앞둔 이지은 씨(25)는 요즘 말로 '스펙'이 화려하다. 행정학을 전공한 문과생이었지만 이제는 '과학기술 행정 융복합'이라는 분야까지 섭렵하며 4차 산업의 유망한 인재로 거듭나는 중이다. 대전에서 나고 자란 지은 씨가 같은 지역의 대학교에 다니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전남 나주에는 대학교 3학년인 신현창 씨(25)가 다양한 기회를 통해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정보 보안학과에 다니면서 관련 동아리 활동, 미래에너지신산업 융합전공, 해외 인턴쉽까지. 현창 씨는 단순히 ‘취업’이 목표가 아니라 미래 주도적인 산업과 가치 지향적인 삶을 내다보고 있다.
한 때 서울에서 취업을 하고 미래를 그려나가겠다고 꿈꾸던 두 청년. 그랬던 이들이 지역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앞으로의 정착을 생각하게 된 건 지역대학, 지역기업, 지자체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지역대학들이 이른바 ‘공유대학’라는 형태로 배움의 벽을 허물고 진보적인 교육방식을 도입해 지역별로 주력하고 있는 신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중점적으로 양성하고자 나선 것이다.
지역과 청년들의 미래를 지키려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다양한 시도 덕분에 청년들은 지역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꿈꾼다.
과연 청년들은 유년과 학창시절을 보낸 정들고 익숙한 곳을 정말 떠나고 싶은 걸까. 지역에 머물며 곁에 가족과 친구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 새로운 시작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청춘들이 있다. 고현종 씨(25)는 지역혁신 기업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으로 근무하던 지역 기업에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만족스런 근무조건, 편안한 출퇴근길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죽마고우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여유로운 생활에 지역 기업에 취업하길 잘했다고 말한다.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청년들도 있다. 김대운 씨(26)는 스타트업 대표이다. 지역 대학의 정보보안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친구와 소프트웨어 운영서버를 개발하는 회사를 차렸다. IT 관련 회사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지만 대운 씨는 지역에 남기로 했다. 청년 창업을 위한 지역의 다양한 혜택들이 새로운 시작 앞에 선 대운 씨에게 큰 힘이 됐다. 그래서 함께 할 친구와 자신의 기술만 있다면 정든 곳을 떠나지 않아도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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