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선수의 경기조작 가담이 사실로 밝혀지며 LG를 포함한 야구계와 팬들은 극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3월 12일 박현준이 모 신문사와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히며 사태가 급반전했다. 당시 박현준은 “김성현이 브로커에게 빚을 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기다 김성현의 아버지가 수술로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내 욕심보단 순전히 후배를 도와주려고 2011년 경기조작에 가담했고, 브로커에게 받은 돈을 김성현에게 ‘아버지 병원비와 약값에 보태라’며 줬다”고 밝혔다.
악랄한 배신자에서 순간, 박현준은 후배 때문에 불구덩이에 뛰어든 의리의 사나이로 둔갑했다. 가뜩이나 구속된 김성현과 달리 박현준은 불구속으로 기소돼 누리꾼들 사이에선 “박현준이 딱하게 됐다”며 구명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파극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엔 김성현의 변호인 측에서 “박현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끈했기 때문이다. 김성현의 변호사는 “김성현의 아버지는 2009년에 수술했다. 게다가 약값으로 500만 원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현 측의 말이 맞다면 박현준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셈이다. 반대로 박현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성현은 배은망덕한 후배가 된다.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일단은 박현준의 주장 가운데 허점이 많아 보인다. 김성현에게 줬다는 아버지 수술비도 그렇고, 브로커 김 아무개 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던 것도 그렇다. <일요신문>은 이미 검찰 발표가 나기 전인 3월 11일자 기사에서 박현준과 브로커 K 씨가 아는 사이임을 밝혔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안면이 있던 사이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도 많았다. 그럼에도 박현준은 전혀 모르는 브로커인 것처럼 말했다.
그렇다면 두 선수는 어째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걸까. 모 야구인은 “박현준의 호소로 야구계에선 ‘젊은 선수들을 용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의리를 중시하는 야구계 풍토가 빚은 안타까운 사연쯤으로 인식됐다. 김성현에 대해서도 동정론이 많았다. 이렇게 분위기가 호전된 상황에서 김성현이 왜 박현준의 주장을 반박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 동명대 전용배 교수는 두 선수 주장을 잘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현준이 억울함을 호소한 인터뷰를 자세히 보면 ‘객관적 혐의’보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리려는 의도가 강하다. 다시 말해 ‘김성현은 몰랐겠지만, 내 속마음은 원래 이랬다’는 것이다. 결과는 인정하나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구속된 김성현 입장에선 박현준의 주장이 재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공범에서 단독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재판에 악영향을 줄까 염려해 김성현 변호인 측에서 박현준의 주장과 배치되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박현준 변호인 측은 김성현 측 반박에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