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바이링배. |
“당명이 수시로 바뀌고, 당적을 마구 옮기고 그래서 뭐가 뭔지 모르는 면이 있지요. 그러나 그게 어떻게 보면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서구 민주주의가 잘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시간적으로 200년 걸린 건데, 우리는 이제 불과 30년이에요. 30년 만에 이 정도니 우리의 역량이 뛰어난 것입니다….”
우리 정치의 모습을 역동성이라고 좋게 표현한다면 그건 비단 정치에 국한시킬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그렇다. 그리고 우리 바둑계도 그렇다. 요즘 바쁘다. 프로기전이나 이창호, 이세돌 말고도 현안이 널려 있다.
우선 한국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소식이 자꾸 들린다. 지난 2월에는 제13회 농심배에서 씨에허가 이창호에게 이겨 중국이 우승을 차지했고, 며칠 전 제4회 BC카드배 본선 64강전이 치러졌는데, 한국 15명, 중국 15명, 일본 2명이 32강에 올라갔다. 한-중이 숫자로는 대등하나 64강전의 19판 한-중 대결에서 우리가 7승12패로 밀렸다.
게다가 한국 랭킹 2-3-7-12위인 박정환 최철한 조한승 윤준상 등이 탈락, 전력 누수가 심각해진 상태다. 그런 와중에 중견에서 노장(?)으로 넘어가고 있는 39세의 김승준 9단이 중국의 천재 소년 양딩신 3단을 꺾은 것, 소장에서 중견(?)으로 넘어가고 있는 26세 온소진 6단이 중국의 복병 구링이 5단(21)을 격파한 것은 적지 않은 위안이었다. 1998년생 양딩신은 2008년 9세9개월로 중국 바둑사상 최연소 입단 기록을 세운 천재소년. 올해 14세다.
우리 팀의 분위기가 침체해 있는데 반해 중국은 구리 콩지에 천야오예 같은 공인된 강자들을 위시해 중국 랭킹 공동1위인 씨에허, 탄샤오, 그리고 장웨이지에 저우루이양 박문요 후야오위 멍타이링 등 세계대회 우승자나 국제무대 경험이 풍부한 맹장들이 대거 올라와 있어 여유작작한 얼굴들이다.
▲ 바둑인들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라”며 서명운동을 펼쳤다. |
한국의 부진의 대해 한국기원 랭킹 시스템을 고안하고, 꾸준히 연구발표하고 있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배태일 박사(물리학)가 따끔한 지적을 해주었다. 요컨대 속기의 병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 “세계대회는 제한시간이 보통 2~3시간이고 중국은 국내기전도 장고바둑이 많은데, 우리 국내기전은 속기가 너무 많다. 10분 바둑, 10초 바둑을 두다가 2~3시간 바둑을 두려면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 속기로 두면서 순발력이나 감각은 좋아질지 모르나 바둑의 본령은 깊이 생각하면서 좋은 수를 찾아두는 것이다. 국내기전에서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기사가 세계무대에서는 왜 힘을 못 쓰고, ‘국내용’이라는 말을 듣는지, 한국기원과 바둑TV, 프로기사 모두가, 아무리 지금 시대의 흐름이 속기라고 해도, 장고 바둑의 가치 또한 심각히 재고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바둑을 정식 종목으로 넣어달라는 것. 14일 오후 인천시청 앞에서 조훈현 9단을 비롯해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 회장,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최규병 기사회장, 원로-중견 기사,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대한바둑협회 안성문 전무와 심우상 사무국장, 바둑관련단체 임직원, 바둑팬 등 200여 명이 길거리 서명운동을 벌였다. 안타까운 광경이었다. 본란에서 바둑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빠졌다는 것을 밝힌 것이 2년 전인데. 그나저나 인천시의 전-현 시장은 바둑을 모르는 것일까, 관심이 없는 것일까.
이광구 객원기자
내셔널리그 개막
아마의 ‘대잔치’ 열렸다
‘2012 하나은행 내셔널리그’가 3월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컨퍼런스룸에서 막을 올렸다. 전국에서 12팀이 참가했다. 이제 프로 쪽에 한국리그가 있다면 아마 쪽에는 내셔널리그가 있다. 방식이 비슷하다. 한 팀은 단장과 감독, 남자 시니어 선수 1명, 남자 주니어 선수 2명, 여자 주니어 선수 1명이 기본인데, 선수를 5명 이상 확보하고 출발한 팀도 있다.
내셔널리그의 메인스폰서는 하나은행. 프로 쪽이 ‘kb국민은행’의 한국리그’라면 아마 쪽은 ‘하나은행 내셔널리그’로 불리게 되었다.
2012내셔널리그의 정규레이스는 12개 팀 풀리그를 거쳐 7월에 막을 내린다. 총 11라운드에 66경기, 264국을 소화하는 일정이다. 주니어는 주니어 선수끼리만 두고, 시니어는 시니어나 여자 선수와 대국하는데, 매달 한 번씩 장소를 옮겨가며 대국하는, 전국 투어다. 4월에는 대구, 5월에는 강릉에서 열릴 예정이고 6~7월은 아직 미정. 제한시간 각 15분에 30초 초읽기 3회.
성적은 전적이 우선이고, 전적이 같으면 승점을 따진다. A팀 4명과 B팀 4명이 두어 A팀이 4전 전승하거나 3승1패하면 이기는 건데, 3승1패로 이기는 것보다 4승으로 이기는 것이 낫다는 것. 당연한 얘기다. 2승2패면 무승부. 그러나 훗날을 생각할 때 주장이 이기는 것이 좋다. 승점까지 같을 경우에는 승자승을 적용하며 그게 안 되면 주장의 승수로 순위를 가리기 때문이다. 전적이 같으면 주장이 많이 이긴 팀이 우선이라는 것. 주장은 주니어가 맡는데, 역할과 부담이 크다.
정규레이스가 끝나고, 8월에 스텝래더 방식의 포스트 시즌이 열린다. 정규시즌 4위가 3위와 두고(준플레이오프), 이긴 팀이 정규시즌 2위와 붙고(플레이오프), 이긴 팀이 정규시즌 우승팀과 챔피언 결정전을 벌인다.
우승 상금은 2000만 원, 준우승 1000만 원. 나머지 팀들은 200만 원을 받는다. 챔피언 결정전 MVP, 정규리그 MVP, 정규리그의 부문별 다승자(시니어, 주니어, 여자) 각 100만 원이다.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