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선대위가 지난 3월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출범식을 갖고 총선승리를 다짐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또한 새누리당은 140~145석 정도 획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여기서 문제는 민주당 일각에서 “이번 총선을 포기하고 그 패배를 명분으로 ‘나누기 대표’라는 말을 듣고 있는 한명숙 대표 체제를 교체하고 새로운 지도부로 대선에 임해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성 있는 전략”이라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패배주의에 빠져 총선을 수세적으로 임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번 4·11 총선은 포기했다”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이 당 선거 전략을 총괄하는 노련한 ‘전문가’들이 자체 분석한 전망과 당 주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선거전략 문건을 확인해본 결과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31석을 안정적으로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 전략전문가들이 자체 분석한 예상 의석수와 한 문건에 나온 승리가능 지역을 종합해서 4·11 총선의 민주당 승리가능 지역을 먼저 살펴본다.
민주통합당은 서울지역 48개 선거구 가운데 26개 선거구에서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동갑, 성동을, 광진갑, 광진을, 중랑을, 성북갑, 성북을, 강북갑, 강북을, 도봉갑, 도봉을, 노원갑, 노원을, 마포갑, 마포을, 양천을, 강동갑, 강동을, 강서갑, 강서을, 구로갑, 구로을, 금천, 영등포갑, 동작갑, 송파병 등에서 이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지역은 52개 지역구 중 민주통합당 강세지역으로 32개를 꼽았다. 수원장안, 수원영통, 성남수정, 분당갑, 의정부갑, 안양만안, 안양동안갑, 부천원미갑, 부천원미을, 부천소사, 부천오정, 광명갑, 평택갑, 양주동두천, 안산단원을, 상록갑, 상록을, 고양덕양을, 일산동구, 과천의왕, 구리, 남양주갑, 남양주을, 오산, 화성갑, 화성을, 시흥갑, 시흥을, 군포, 하남, 용인기흥, 안성 등이다.
인천지역은 인천중동옹진, 부평갑, 부평을, 계양갑, 계양을, 서구강화 등 12개 지역구 중 6개 지역구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도권지역을 계산할 경우 전체 112개 선거구 중 민주통합당은 64석을 건질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강원지역에는 8개 지역구 중 4개 지역구의 승리를 예상했다. 원주갑, 원주을, 속초고성양양, 홍천횡성 등 4곳이다. 충북지역은 8개 선거구 중 4개 지역을 안정권으로 봤다. 청주흥덕갑, 청주흥덕을, 청원, 증평진천괴산음성 등이 해당한다. 대전지역은 서구갑, 유성 등에서 2석, 충남은 세종시, 천안갑, 논산계룡금산 등 3석 등으로 충청지역 전체에서 9석을 전망했다. 제주도는 지역구 3개 모두를 민주통합당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호남지역은 전체 30개 선거구 중 일부 무소속 당선자를 제외하고 27개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영남지역은 울산 남구갑, 부산사상, 김해을 등 3개 지역구에서 민주통합당 당선자가 나오고, 부산 사하 또는 경남진해 등에서 1~2석을 보탤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종합해보면 수도권 64석, 호남 27석, 충청 9석, 강원 4석, 영남 4석, 제주 3석 등을 합쳐 111석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비례대표 총 54석 중 최소 20석을 합치면 131석은 무난하게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본지가 지난 3월 14일자 1034호에서 여론조사전문가들과 선거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상의석수 131석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결과를 보면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이번 총선에서 어정쩡하게 발 걸치기를 한 결과인지 ‘경남의 몰락’이 특히 눈에 띈다. 김 지사는 한때 경남에서 10~15석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다가 최근에는 10석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 민주당의 자체분석은 4석에 그치는 참담한 결과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에 대해 “새누리당에 제1당의 위치는 내주겠지만 10석 전후의 차이로 확실한 제2당의 위치를 굳힐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전망은 2가지 관점에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여론조작 악재로 지역구에서 1~2석이 줄어들고, 정당 투표에 의한 비례대표 의석이 5석에 불과해 의석수가 15석 미만에 머물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한 이해찬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세종시 출마로 충청지역 선거가 새누리당 대 민주통합당으로 확실히 굳어져 자유 선진당의 위축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자유선진당은 비례대표를 합치더라도 6~7석 획득에 그칠 것이라 게 민주통합당 내부의 관측이다. 결국 이번 총선이 교섭단체에 근접하는 제3당 없이 제1당, 제2당의 양강 구도에서 전국 선거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또 다른 한 관계자는 “통합진보당의 실책과 자유선진당의 쇠퇴에 힘입어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쏠림현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약체인 두 정당의 비례대표도 예상 밖으로 저조해 의미 있는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선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이에 대해 “중도층 표심, 젊은층 투표 불참 등의 상황이 오더라도 최소 125석은 간다는 게 자체 전망”이라며 “민주통합당 내부의 악재가 지속되더라도 이런 정도의 성적을 거두면 대선 경쟁에서 다시 한 번 더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런데 민주당 일각에서는 선거를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이렇게 비관적인 예상성적표가 나오고 있는데도 그렇게 표정이 어둡지 않은 것 같다. 민주당 내부의 이 같은 총선 의석 전망에 대해 “한명숙 대표 체제 출범부터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계파 간 이해를 무시할 수 없고, 기득권을 일정하게 인정해주면서도 총선 전체의 의석수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철저하게 ‘나눠먹기’ 공천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공천과 야권연대협상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한 목소리를 못 내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까닭도 ‘이번 총선은 일단 접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즉, 총선과 대선을 분리해 새로운 지도부가 대선을 맞아야 한다는 조기 전당대회론을 상정해 두고 총선의 야권 연대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한 후보는 이에 대해 “공천과정에서 보여줬던 이번 지도부의 역량이 한계를 보였기 때문에 제1당 실패 이후에 필연적으로 책임론이 나올 것이고, 그렇다면 전당대회 또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대선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계획된 움직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황이 조기전대론으로 갈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정권심판론으로 가득 차 있는 국민들에게 감동 공천을 약속해놓고 결국 이런 수준의 정치 공학적 접근으로 총선을 맞이했다는 게 진보개혁진영으로서는 불행한 것”이라며 “머리가 좋지 않으면 욕심이라도 좀 덜 부려 국민들을 짜증나지 않게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은 많은 실책을 하고도 통합진보당의 악수와 자유선진당의 퇴보로 ‘평년작’ 수준의 어부지리 총선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불과 2개월 전 당 존립기반이 무너지는 벼랑 끝에 섰다가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자유선진당의 집단실책에 제1당이라는 반사이익을 보며 총선 막바지를 맞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4년 동안 국가운영의 일부를 책임질 지도자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고뇌는 실종되고 있다.
고진동 언론인·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