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생산 차질 우려에 통상임금 파기환송심 일부 패소까지…전문가 “장단기적 해결책 강구해야”
2018년 중국 타이어 제조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된 후 금호타이어의 2019년 매출은 2조 3692억 원으로 전년(2조 5587억 원) 대비 7.4%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 57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영업손실 982억 원에서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20년 매출 2조 171억 원, 영업손실 45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1년에는 매출 2조 601억 원, 영업손실 415억 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금호타이어는 전남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로 광주공장 이전 계획을 세운 뒤 광주공장 부지 매각을 위해 미래에셋증권·현대건설·중흥토건으로 구성된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광주공장 부지 매각대금을 1조 4000억 원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 매각 및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이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금호타이어의 생산성에 우려가 나왔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이 1974년 설립돼 노후화로 인한 신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최근 금호타이어 측이 광주공장 이전 대신 광주1공장 설비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월 금호타이어와 금호타이어노동조합(노조) 측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당시 작성된 협약서에는 ‘2022년 말까지 광주공장 이전 계획이 무산될 경우 노사 간 논의해 1공장(광주1공장) 설비투자를 진행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광주공장 설비투자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광주공장 이전 무산으로 금호타이어의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3개월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약 1854억 원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328.4%에 달한다. 금호타이어는 또 내년 말 1조 원대의 단기부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금호타이어는 지난 11월 전·현직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패소하면서 2000억 원대에 채무가 발생할 위기에 놓였다. 앞서 금호타이어 전·현직 노동자 5명은 2013년 사측이 정기 상여금을 빼고 통상임금을 산정해 수당을 지급해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1월 16일 광주고법은 전·현직 노동자 5명이 통상임금으로 청구한 3859만 원 중 2712만 원을 인용하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통상임금 소송 판결은 금호타이어 노조원 3000여 명이 별도로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원 3000여 명은 2015년 통상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까지 영향을 미치면 금호타이어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2000억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내년 말 까지 1조 원대의 단기부채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2000억 원대의 우발채무 부담까지 떠안으면 경영리스크가 발생할 것이란 불안감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부채 압력에 이어 소송 문제까지 겹치면 획기적으로 경영 환경 개선을 하지 않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금호타이어 최대주주인 더블스타 측에서도 투자한 만큼 돈이 들어오지 않아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스타 측이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을 통해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경영 상황이 매각되기 전과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금호타이어 측은 내주 경영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공장 이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광주시의 ‘광주송정역 KTX 지역경제거점형 투자선도지구’ 사업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주송정역 KTX 지역경제거점형 투자선도지구는 오는 2025년 준공 예정인 업무·산업·주거 등의 융복합지구 조성 사업이다. 광주시는 광주송정역 1구역을 중심으로 교통, 환승 체계 등 기반시설을 개선하고, 2구역에는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와 연계한 자동차 산업 연구·지원시설, 주거·상업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광주송정역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지난해 금호타이어가 광주공장을 이전할시 현 광주공장 부지를 KTX 지역경제거점형 투자선도지구 사업과 연계해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광주 광산구의회 박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제273회 광산구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광주공장 이전이 지연되면서 광주시는 송정역 KTX 투자선도지구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공장 이전이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와 상관없이 사업은 잘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내부에선 채양기 금호타이어 관리총괄사장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광주공장 이전이 불발될 가능성과 관련해 지난 13일 “채양기 사장은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이 나가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채양기 사장은 그간 광주공장 이전과 관련해 ‘2022년 어떻게든 성공시키겠다(이전시키겠다)’고 해왔다. 또 정일택 대표이사에게는 (채양기 사장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연이 있으니 (광주공장) 이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정 대표가 직접 말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금호타이어가 단기적 대응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현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호타이어 스스로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는 역부족”이라며 “단기적 대응 일환으로 최대주주인 더블스타에 지원받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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