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씨는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및 BBK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BBK 사건의 핵심 주역인 김경준 씨가 미국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MB 재산이 6억 달러, 7000억 원에 달한다’고 진술하는 등 MB(이명박 대통령) 재산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부분을 공개했다(문건 사본). 안 씨에 따르면 김경준은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선이 임박한 2007년 9월 6일, MB 재산을 언급한 서류를 재판부에 재출했다. 한화로 약 7000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MB가 공직자재산신고에서 밝힌 380여억 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재벌총수의 재산에 못지 않은 규모다. 한마디로 충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김경준은 해당 서류 2페이지에 MB가 사기, 뇌물, 돈 세탁, 착취 등을 통해 6억 달러의 재산을 불법적으로 모았고 그의 재산은 형제와 처남, 그리고 여러 법인들을 통해 은닉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MB가 자신의 재산을 더 불리기 위해서 전도유망한 미국인인 자신과 에리카 김 등을 LKe뱅크 등에 끌어들였고 자신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 씨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MB를 대리한다면서 지난 2002년 7월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에게 팩스를 보내 다스 투자금 반환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당시 김 전 기획관은 자신이 다스를 대리한다며 장용훈 옵셔널벤처스 사장에게 접근해 미국 소송에서 다스와 공동보조를 취할 것을 요구했었다고 밝히면서 MB의 집사 역할을 한 김 전 기획관이 MB가 단 한 주의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다스를 대리한 것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군지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김경준 측이 다스에 140억 원을 송금한 사실이 공개된 배경도 밝혔다. 늘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으르렁거리던 김경준 측 변호인과 다스 측 변호인 사이에 갑자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을 감지한 옵셔널벤처스 변호인이 ‘아차, 뭔가 있구나’ 눈치를 채고 조사한 결과 140억 원 송금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재판부에 알렸다는 것이다.
▲ 2007년 9월 김경준 씨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MB 재산 언급’ 서류 사본. |
이 대통령의 사생활 문제 외에도 이 책에는 전직 대통령 가족들의 미국 부동산 불법매입 사실들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또한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배다른 언니 박재옥 씨(박정희 전 대통령의 첫째 부인 김호남 여사가 낳은 딸)가 1976년 미국에 집을 구입했다가 그 다음해 이를 한국정부에 되팔았다고 폭로했다. 안 씨는 대통령 딸이 불법으로 미국 집을 구입한 것도 모자라 이 집을 한국정부에다 매도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집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박정희 대통령의 피난처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도한 사실도 공개했으며 박재옥 일가와 그 자녀들이 하와이에 여러 채의 부동산을 불법 매입한 사실도 적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신정화 부부의 이혼소송과 관련된 부분도 있다. 안 씨는 노 씨 부부가 설립한 홍콩 법인의 서류를 조사한 결과 매년 부부가 번갈아가며 이 법인의 이사를 맡아왔으며 지난해 초 노 씨가 이사직을 사임하고 신 씨가 이사를 맡은 뒤 신 씨가 전격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히면서, 이 법인소유 부동산이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신 씨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라고 예측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녀인 정연 씨의 13억 원 환치기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 씨는 이 사건 제보자 이달호 씨와 인터뷰할 안전한 장소를 물색하다 결국 수만 개의 CCTV가 설치된 카지노에서 그를 인터뷰했었다고 밝히고 미청구자산 등 뉴욕주 재무부 자료조회 결과 2006~2007년 노정연-곽상언 씨의 실제 주소지는 대형 콘도 등이 아니라 뉴욕 맨해튼의 12평 짜리 원룸으로 확인됐다고 기록했다. 뉴욕대가 노정연의 미청구자산을 뉴욕주 재무부에 보고했으며 이 보고서에서 주소지가 공개됐다고 밝혔다.
안 씨는 또 이달호 씨가 2010년 9월 12일 이 사실을 인터넷 등에 공개하자 그로부터 엿새 뒤인 9월 18일 권양숙 여사가 미국에 왔었다며 7월 중순부터 한 달여를 미국에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갔던 권 여사가 두 달도 채 안돼 또 다시 미국을 찾았던 것은 이달호 폭로에 따른 검찰수사를 우려했기 때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3공화국 시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김형욱 이후락 차지철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측근들의 미국 부동산 불법매입 사실도 상세하게 기술했다. 특히 33년 전 ‘박정희 시해 사건’ 당시 숨진 차지철의 미망인 등 처가 식구들이 뉴욕에 살았으며 이들의 재산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후락은 1980년 신군부가 부정축재재산을 환수한 뒤 미국내 부동산 매입이 더 크게 늘어났다며 부정축재 환수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락이 그의 사위 등과 함께 1980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민사소송을 당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국내 굴지 재벌가의 사생활 및 부동산 문제도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다. 안 씨는 SK가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에서 5억 달러의 비자금을 굴렸고, 미국 법원에 제출된 증거를 통해 그 전말을 밝히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안 씨는 200여 가지의 증거서류가 해외비자금 운용의 교과서라고 할 정도로 상세하고 방대하지만 2003년 SK 분식회계 수사 때는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마약운반녀 리제트 리의 ‘삼성 상속녀’ 소문과 관련한 재판 속기록을 입수해 검토한 결과도 공개했다. 그는 리제트 리 가족들이 미국 법원에서 위증의 죄를 받겠다는 선서를 한 뒤 리제트 리의 할아버지가 이병철이라는 사실을 증언했고, 리제트 리 할머니의 이름까지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 씨는 미국 정부예산집행 내역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한항공이 미국 군수사령부로부터 돈을 받고 화물기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전쟁물자를 실어 날랐던 사실을 밝혀내고 자칫 대한항공 여객기가 테러를 당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전직 대통령 해외비자금 끝까지 추적”
―책 출간 동기 및 배경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 살맛 나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힘 있는 자, 가진 자들이 미국 등에서 저지른 잘못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책 출간 뒤 미국 교포사회 및 국내 반응은.
▲국내에서는 일부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교포사회에서는 잘 모르고 있다. 아무래도 현직 대통령 주변, 전임 대통령 주변, 재벌일가 등을 다룬 책이다 보니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책 출간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다루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취사선택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그걸 추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 6000여 건 이상의 공문서를 확보했고 이를 정리하고 여러 차례 확인하는 게 어려웠다. 너무 방대한 양이어서 많이 줄였고 실린 내용들도 팩트 위주로 간단간단하게 처리했다. 다소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더라도 언제 누가 보더라도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책이 서점에 진열되는 순간까지 제대로 진행될까 정말 긴장했다.
―아쉬운 점 및 향후 계획은.
▲더 과감하고 독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특히 전직 대통령과 재벌들에 대해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 책에 카더라 통신은 대부분 배제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해외비자금 추적은 끝없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것을 밝히기 위해 한발 한발, 느리더라도 쉼 없이 쫓을 것이다. 카더라 통신을 하나 하나 입증해 낼 것이다. 지금보다 더 독해질 것이다. 그래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