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맹희 씨(왼쪽)와 이건희 회장. |
최근 본격적인 송사전으로 치닫고 있는 삼성가 ‘형제의 난’에 법조계 올스타가 총출동한 것을 두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측은 3월 16일 소송대리인을 선임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씨(81)와 차녀 이숙희 씨(77)가 각각 2월 12일과 2월 27일에 제기한 주식인도 소송이 본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형국이다. 아직 소송 초기단계인데도 이건희 vs 맹희·숙희 형제간의 상속분쟁 소송과 관련한 법조계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실제로 청년 변호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율담’을 비롯해 기타 법조 관련 주요 게시판에는 “법조계 별들의 전쟁 시작됐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며 소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가의 지배구조에 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초호화 군단으로 구성된 양측 변호인단의 면면을 살펴보고 소송전의 향방을 들여다봤다.
삼성가 형제간의 상속분쟁은 천문학적인 소송가액과 그에 따른 막대한 소송 비용 등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1000억 원에 가까운 수임료가 등장할 것”이란 말까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국내 최고 재벌가의 재산분쟁인 만큼 그들을 대표하는 변호인단의 면만 또한 화려하다. 법조계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양측의 변호인단이 어떠한 전략으로 법리 대결을 펼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측은 법무법인 ‘태평양’ ‘세종’ ‘원’ 등 3개 로펌에서 전문 변호사들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대형 로펌 1곳을 지정해 선임하는 종래의 형식을 벗어나 3개 로펌에서 전문가들을 선임함에 따라 사상 초유의 ‘올스타 연합군’이 탄생한 셈이다.
이 회장 측 변호인단 중에서도 특히 윤재윤 변호사(연수원 11기·세종)와 강용현 변호사(연수원 10기·태평양)를 눈여겨볼 만하다. 윤 변호사는 춘천지법원장 출신으로 ‘민형사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일례로 그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형사사건 2심을 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윤 변호사는 평소 선후배 관계가 두텁고 법원에 그를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고 한다.
강 변호사는 ‘민사집행법의 대가’로 한국 형사판례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태평양이 전담한 주요 민사소송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밖에도 이 회장 측은 적대적 M&A분쟁 관련 자문 및 소송업무 등에 능한 오종한 변호사(연수원 18기·세종)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출발해 20년 넘게 변호사로만 활동한 송무전문가 유선영 변호사(연수원 17기·원) 등 알짜배기 실력파들을 선택했다.
이맹희 씨 측도 만만찮은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이 씨 측은 ‘삼성 킬러’로 유명한 업계 5위 법무법인 ‘화우’를 변호인단으로 선임했다. 화우는 지난 2005년 삼성생명의 상장지연 및 지분매각 난조 책임을 물어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제기한 4조 7000억 원대 집단소송을 대리한 바 있다. 화우는 지난해 1월 ‘삼성이 채권단에 6000억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내며 일약 ‘삼성 킬러’로 떠올랐다. 삼성자동차 부채소송,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망 사건도 화우가 대리했다.
따라서 이번에 이 씨 측을 대리한 화우가 삼성을 상대로 또 한 번의 승소를 이끌어 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법원장 출신 두 명과 부장판사, 검사 출신까지 포진한 호화군단을 앞세운 화우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화우 측 변호인단 중에서도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으로 ‘형법의 대가’로 알려진 이주흥 변호사(연수원 6기), 서울행정법원 부장 출신으로 조세분야의 1인자로 손꼽히는 임승순 대표변호사(연수원 9기), 춘천·의정부·서울가정법원장 출신인 김대휘 변호사(연수원 10기) 등이 눈에 띈다.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의 주임 검사였던 차동언 변호사(연수원 17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처럼 삼성가 소송전은 연합군과 ‘삼성 킬러’ 대형 로펌 간의 치열한 법리대결 구도로 짜였다. 그렇다면 양측은 어떤 전략과 법리적 논리를 준비하고 있을까. 또한 3개 로펌에서 각각 선임된 6명의 변호사가 어떻게 화합해 필승 전략을 짤지도 관심사다.
강 변호사와 함께 연합군의 고참 격인 윤 변호사는 “각기 소속된 로펌은 다르지만 소송 중에는 한 로펌처럼 움직이기로 했다”며 연합군 내부의 단결력을 강조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강 변호사와는 고등학교, 연수원 1년 선후배 사이로 서로 매우 신뢰하는 사이다. 이번 소송을 맡자마자 서로 축하 전화를 주고받았다. 당시 나는 ‘강 선배가 있어서 정말 든든하다’고 말했다”며 연합군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
화우 측 언론을 담당하고 있는 정진수 변호사는 “이미 충분한 검토를 마치고 제기한 소송”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 회장 측이 단일 대형로펌이 아니라 오직 역량만 보고 개인 변호사 6명을 지목해 실무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꾸린 점에 대해서는 다소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1명의 변호사가 단독으로 한 사건을 맡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이 회장은 변호사 6명이 아니라 대형 로펌 3곳을 통째로 선임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게 맞다”며 “사실상 화우는 6명의 변호사 연합군이 아니라 3곳의 대형 로펌 연합을 상대하게 됐다. 그럼에도 해볼 만한 소송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양측 변호인단은 모두 서울대 법과대학 출신으로 선후배 사이다. 삼성가 소송전에서 동지가 아닌 적으로 대면하게 된 이들 선후배들 간의 진검승부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소송 추이에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법조계서 바라본 소송 향방
빠른 합의냐 장기전이냐
삼성가 소송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소송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법조계 관계자들은 원고인 이맹희 씨 측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이 씨 측이 소송을 제기하자 업계에서는 ‘신속한 합의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여기에 2월 27일 이숙희 씨 까지 소송전에 가세하면서 이건희 회장 측이 불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이 씨는 물론 숙희 씨 또한 승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하에 소송전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논리에 힘이 실렸다.
반면 이 회장 측에 힘을 싣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가사 전문 이한본 변호사는 “구체적인 쟁점을 양측 변호인단 이외에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 법조인들 대부분 이번 소송과 관련해 정확한 예측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문제가 된 차명 지분의 존재를 지금에 와서야 알았다는 이맹희 씨 측 주장을 법원이 과연 인정해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세한 건 기록을 읽어봐야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상속권 침해행위가 10년 이내 있었던 것 중 침해행위를 안 지 3년이 안됐음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이 씨가 이 회장을 상대로 어려운 싸움을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송전 향방과 관련한 논리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민사소송의 추세상 조정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인지대만 해도 수십억 원에 달하고 소송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에 항소심, 상고심까지 가는 것을 양측 모두 원치 않을 것이다”는 관측은 내놓고 있다.
이인철 가사 전문 변호사 역시 “소송 초반부에는 치열한 법리다툼과 증거싸움이 이뤄질 것이다. 서로에게 민감한 형사기록에 대한 사실조회가 이뤄지는 등 복잡한 다툼이 예상되나 결국 조정 등 합의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홍순기 변호사는 “사실관계가 명확해지고 소송가액의 규모가 확정된다면 가족 소송인 만큼 의외로 빨리 합의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작 소송 당사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 회장 측의 윤재윤 변호사는 “바둑판에 한 알을 놓고서 승부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오히려 지루한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소송이 언제 마무리될지 도통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화우 측 정진수 변호사는 “아직 상대 측 답변서도 받아보지 못했다. 실제 재판에 가봐야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쟁점이 분명한 만큼 사실관계가 확정만 되면 의외로 빨리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인단 수임료도 초미 관심소송규모 2조~3조…그렇다면?
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삼성가의 상속 분쟁에서 양측 변호인단이 어느 정도의 수임료를 챙길지 여부도 세인들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법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 분쟁인 만큼 소문도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이맹희 씨의 법률대리인인 화우 측이 22억 원 상당의 소송 인지대를 이 씨 대신 납부했다”, “이맹희·숙희 씨 측의 소송가액이 1조 원에 달함에 따라 화우가 승소를 이끌어 낼 경우 소송가액의 10%인 약 1000억 원 안팎의 성공보수를 챙길 것이다” 등의 소문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화우 측 정진수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정 변호사는 “인지대를 대납한 적도 없고 모든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령 100억 원 규모의 소송에서 수임료로 10억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통상적으로 소송 수가가 커지면 성공 보수는 줄어들게 된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인 업계 성공 보수율보다 훨씬 낮은 비율이 책정됐다. 다만 그게 몇 퍼센트인지는 비밀이다”고 말했다.
법조계 몇몇 전문가들도 화우 측 주장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건희 회장 측이 선임한 3곳의 로펌 중에 한 곳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성공 보수율이 낮게 책정된 것은 일리가 있는 설명”이라면서 “이맹희 씨 측 청구 취지가 최종적으로 확정이 되면 약 2조 5000억 원에서 3조 원에 달하는 소송이 될 것이다. 때문에 화우가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통상적인 성공 보수율 10%에 따라 1000억 원 이상을 챙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아무리 낮게 책정됐다 하더라도 3조 원대의 소송이 될 경우 수백 억 원의 수임료가 나올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 측 연합군이 받을 수임료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윤재윤 변호사는 “현재 책정된 수임료가 승소 금액의 3%~10% 선이고, 수백 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화우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 쪽은 누가 들어도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합리적인 수임료가 책정됐다. 액수만 크지, 크게 복잡한 사건이 아닌 만큼 고가의 수임료가 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부장 출신인 홍순기 법무법인 한중 대표 변호사는 “통상 일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착수금을 받고, 승소 사례금은 소송가액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승소 금액의 3%에서 10% 내외인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일반적인 경우이고 약정은 소송의 원고냐 피고냐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양측의 수임료는 수백억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