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이마트에서 내놔 대박을 터트렸던 32인치 ‘반값 TV’. |
▲ 정용진 부회장. |
출시 당일 직접 서울의 이마트 지점 두 곳을 방문해보니 TV를 찾는 일조차 어려웠다. 다른 가전제품들 사이에 진열된 TV 옆에는 10여 대의 물량이 쌓여있었다. 담당 직원도 자리를 비운 탓에 제대로 된 제품 설명을 듣기도 어려웠다. 20여 분이 흐른 뒤 겨우 만난 직원은 “오전 내내 한 대도 나가지 않아 다른 일을 보고 왔다”며 구입 여부만 묻고 다시 자리를 떠났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다른 매장에서 만난 이 아무개 씨(34)는 “이마트TV만 따로 떼어놓고 볼 때는 큰 차이를 몰랐는데 매장에서 유명 브랜드 제품과 나란히 놓고 보니 화질에 있어 확연히 구분이 된다”면서 “때마침 같은 장면을 보여줘 그 차이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응답속도 역시 최근 출시되는 LED TV에 비해서는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모든 걸 따져보면 가격대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평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TV보다는 판매 속도가 느린 편이긴 하다. 현재(21일)까지 판매집계 기준으로는 준비된 물량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마트 전체 TV 판매량의 50%를 차지하고 있어 부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처음 내놨던 TV와는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 이번엔 42인치 ‘반값 TV 2탄’을 내놨지만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
업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며 주목받았던 ‘가전 렌탈 서비스’도 성장이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월 KT렌탈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형생활가전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탁기 냉장고 김치냉장고 TV 등 고가 가전용품을 구입할 때 3~4년 동안 할부로 신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이자율과 까다로운 렌탈 조건으로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렌탈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최소 연 12% 수준의 이자가 발생하는데 이는 일시불 구매보다 최대 50% 많은 비용이다. 또 자동이체 통장과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하며 신용등급이 낮을 경우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직접 매장을 찾았던 한 주부는 “냉장고 렌탈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마트를 찾았지만 황당한 경험만 하고 돌아왔다. 이자율을 따져보니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 일시불로 사는 것이 더 나을 지경이었다”며 “상담을 해주던 직원조차도 렌탈을 권하지 않았다. 게다가 직원 말로는 신용등급도 최소 5등급이 되지 않으면 서비스 신청도 거절당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되돌아가는 분들도 봤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가격거품을 빼겠다며 시작한 반값 아웃도어 행사도 “극소수의 품목만 판매돼 살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말 야심차게 마련했던 ‘이마트 금융센터’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고가 경품 제공으로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해당 상품이 판매금지되는 등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그간 업계를 놀라게 하며 잘나가던 ‘정용진 실험실’이 어떤 신무기로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