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업계의 삼성’이라 불리는 SPC 그룹. 사진은 그룹 산하 던킨도너츠와 파리바게뜨 매장 전경. 임준선 기자 |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의 말이다. 공정위가 주목하는 부분도 일단 가맹점주에게 매장 확대나 인테리어 재시공을 강제로 요구하고 이 부담을 모두 가맹점주에게 안겼느냐는 점이다.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가 5년마다 가맹점주들에게 매장 확대나 인테리어 재시공을 요구한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관건은 이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에게 비용을 전부 부담시키는 불공정행위 여부다.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는 가맹점과 5년마다 계약을 하게 돼 있다. 만약 불공정행위가 사실이라면 재계약을 조건으로 한 것이어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SPC 관계자는 “5년에 한 번씩 매장 리뉴얼 얘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요가 아니라 권유”라며 “철저하게 가맹점주와 합의하에 실행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인테리어 비용은 대부분 가맹점주가 부담한다”며 매장 리뉴얼에 합의하면 리뉴얼 비용은 전부 가맹점주가 진다는 점은 인정했다.
일단 공정위가 정식으로 조사에 착수했다면 뭔가 나오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우리도 SPC를 스크랩하고 있다”며 “인테리어 관련 횡포로 들어가긴 했지만 다른 부분이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인테리어와 관련해 ‘결백하다’고 강조한 SPC 관계자 역시 “조사가 진행 중이고 잘못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인테리어와 관련해서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허영인 회장. |
SPC그룹 지분은 대부분 오너인 허영인 회장 일가, 즉 허 회장과 부인 이미향 씨, 아들 허진수·허희수 상무가 보유하고 있다. 또 허 회장 일가는 모두 계열사들의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 사내이사, 감사 등 어떤 직책으로든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완전히 가족기업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의 민원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SPC는 워낙 미스터리쇼퍼(고객으로 위장해 불법·위법을 점검하는 사람) 제도를 활발히 활용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SPC 관계자는 “매장의 위생상태와 친절도, 서비스를 점검하기 위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SPC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비상장에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견제장치가 부실하고 기업 경영이 투명하지 않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며 “허 회장 중심의 군대식 조직문화, 재벌 수준의 배당도 유명하다”고 전했다.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등 SPC 계열사들은 30%가 넘는 배당성향을 보여 매년 허 회장 일가가 막대한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빵집, 커피전문점 사업 진출이 논란을 일으킬 때 ‘정작 주범은 SPC’라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이기에 3000개가 넘는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는 논란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었다. 앞서의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는 “솔직히 대기업 빵집이 무서운 게 아니라 우리와 같은 가맹점이 더 신경 쓰인다”면서 “주변에 가맹점이 워낙 많은 데다 언제 어디에 또 가맹점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허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시장의 룰을 지키고, 모든 관계에서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기업이 되자”며 ‘정도경영’을 강조했다. 이번 공정위 조사가 허 회장의 정도경영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