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주전 경쟁’ 치열한 데다 공격진 보강 소식까지…황의조 원소속팀 복귀해도 경기 못 나서 ‘진퇴양난’
#가벼운 몸놀림 선보인 손흥민
유럽 주요 빅리그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가장 먼저 재개를 알렸다. 전통적으로 박싱데이(12월 26일)에 경기 일정을 잡는 리그이기에 지난 26일(한국시간)부터 경기가 열렸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은 브렌트포드와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월드컵 16강전 이후 약 20일 만에 정규경기를 소화했다.
카타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잠시 휴식시간을 보낸 후 영국으로 돌아간 손흥민은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양발로 번갈아 슈팅을 시도하며 자신의 장점을 과시했다. 3개의 슈팅은 모두 골문 안쪽으로 향하는 유효슈팅이었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팀의 공격 장면 요소요소에 기여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월드컵 이후 손흥민의 팀 내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 공격진에 보강된 히샬리송이 월드컵에서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약 1개월간 결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토트넘은 1월에만 FA컵 일정을 포함 6경기를 치러야 한다.
히샬리송 부상 외에도 토트넘은 '월드컵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 내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는 12명. 이들 중 상당수가 대회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아르헨티나)와 골키퍼 위고 요리스(프랑스)는 결승전까지 치러냈다. 로메로는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서 뒤늦게 팀에 합류했다. 측면자원 이반 페리시치(크로아티아) 역시 연장전 2경기를 포함해 3, 4위전까지 7경기에 모두 나서며 풀타임에 가깝게 뛰었다.
이외에도 해리 케인과 에릭 다이어(잉글랜드), 히샬리송(브라질) 등은 8강까지 일정을 소화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우루과이)와 벤 데이비스(웨일스)는 조별리그 3경기만 치르고 돌아왔으나 부상을 안고 있다. 이들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기에 피로감을 더할 수 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스포츠에서는 정신적 부분이 신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월드컵에서 우승 또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피로감을 잊고 뛸 수 있다. 그러지 못했기에 장기 레이스에서 월드컵을 소화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유럽 선수들이 시즌 도중 국제대회를 치른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도 변수다"라고 설명했다.
토트넘으로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리그 16경기를 치른 현재 지난 시즌과 같은 4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경기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 영입으로 전력은 보강됐지만 경기 내용은 지난 시즌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손흥민의 득점력 감소도 우려된다. 지난 시즌 35경기에서 23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차지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14경기에 출장해 3골을 기록 중이다. 그마저 한 경기에서 해트트릭으로 기록한 것이다. 주로 왼쪽 측면에서 함께 움직이는 페리시치와 동선을 정리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불안요소 늘어난 황희찬
황희찬에게 이번 월드컵은 한풀이 무대였다. 부상 여파로 조별리그 두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포르투갈과 최종전에 교체로 나서 팀을 16강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골을 넣었다. 자신의 월드컵 본선 무대 첫 골이었다. 4년 전 독일을 꺾는 '카잔의 기적' 당시 교체로 투입됐다 재차 교체되는 아픈 기억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 브라질과 16강전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소속팀에서는 다른 온도를 느끼고 있다. 황희찬 소속팀 울버햄튼 원더러스는 강등권으로 떨어져 있다. 16경기에서 거둔 승리는 3경기뿐이다. 리그 최하위 순위 기간도 적지 않았다.
결국 팀은 감독 교체라는 칼을 빼들었다. 월드컵 휴식기간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선임됐다. 황희찬은 로페테기 감독 체제 2경기에서 모두 경기장을 밟았다. 3부리그 소속 질링엄 FC와 리그컵 경기에서 후반 교체출전 해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침착한 패스로 도움 2개를 기록했다. 이어진 에버튼과 리그 경기에서는 선발로 출전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슈팅 1개만 기록한 채 후반 15분 교체됐다. 황희찬이 벤치에 앉은 이후 팀은 결승골을 넣어 2-1로 승리했다.
울버햄튼은 이번 시즌 무딘 공격력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공격력은 좋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16경기에서 10골만 기록, 득점 부문에서 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황희찬 역시 지난 시즌 리그 5골로 힘을 보탰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무득점으로 침묵하고 있다.
공격진 보강이라는 황희찬으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도 전해졌다. 로페테기 신임 감독은 1호 영입으로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마테우스 쿠냐를 임대했다. 황희찬과 같이 최전방 공격수와 측면 포지션이다. 그의 팀 내 입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울버햄튼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곤살로 게데스(포르투갈), 디에고 코스타(스페인) 등을 영입하며 공격진을 보강했다. 측면 공격수 아다마 트라오레(스페인)도 바르셀로나 임대에서 복귀했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힘겨운 주전 경쟁을 치르고 있다. 시즌 초반 선발로 경기에 나섰으나 리그 2경기를 뛰고 교체 자원으로 돌아섰다. 11월 이후 2경기에 선발로 나섰지만 70분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다. 빠른 시일 내에 시즌 첫 골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
#마요르카 최고 몸값 이강인
월드컵에서 깜짝 활약을 선보인 이강인은 소속팀 내 입지에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이번 시즌 마요르카의 리그 14경기 중 13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이강인이 벤치에서 시작한 경기에서 팀은 패배했다. 월드컵 이후 열린 컵대회 경기에서도 선발로 낙점받으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강인은 기복이 있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전방과 2선 중앙, 측면까지 다양한 포지션에 기용되고 있고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 2골 3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팀이 13득점 13실점으로 '짠물 축구'를 펼치는데, 그중 5골로 기여했다.
수비면에서도 적극성을 보이며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요르카의 객관적 전력이 강하지 않기에 수세에 몰리는 경우도 많지만 이강인은 많은 활동량과 적극성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이강인과 더불어 선수 개개인의 발전으로 마요르카는 신바람을 내고 있다. 지난 시즌 이들은 강등권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최종전이 돼서야 승점 1점차로 1부리그 잔류를 확정 지었다. 2부리그로 강등되는 18위와 승점 1점 차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5승 4무 5패 승점 19점, 리그 11위를 달리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호조를 보이는 마요르카에서도 이강인은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2001년생, 21세로 팀 내 가장 어린 축에 속하지만 가장 높은 시장 가치가 매겨졌다. 이적 정보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는 지난 11월 초 이강인을 1200만 유로(약 161억 원)로 평가했다. 마요르카 전체를 통틀어 최고 금액이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인 베다트 무리키(코소보·8골)도 뛰어 넘었다. 지난 6월 600만 유로에서 몸값이 두 배로 뛰어 올랐다. 최근 상승세에 월드컵 활약까지 포함된다면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상황 직면한 황의조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달성한 대표팀에서 황의조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팀의 성과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개인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4년 4개월간 파울루 벤투 감독 집권 기간 내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였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무득점이었다.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이후 선발 자리에서도 밀렸다.
소속팀 올림피아코스에서도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3시즌간 프랑스 무대에서 활약을 인정받고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 이후 올림피아코스로 임대됐지만 혼란을 겪고 있다.
이적 이후 11경기에 나섰지만 공격포인트는 도움 1개가 전부다. 자연스레 출장 시간이 줄었고 팀의 부진마저 겹치며 감독이 교체됐다. 미첼 곤살레스 신임 감독 부임 이후 황의조는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현지에서는 한때 2군으로 강등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8일 경기에서는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려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출전 명단에서는 제외, 또 다시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핵심 자원으로 중용되며 이날 경기에서 도움까지 올린 황인범과 더욱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노팅엄에서 임대된 상황이기에 계약을 해지하고 원소속팀으로 복귀한다고 해도 경기장에 나서지는 못한다. '단일 시즌에 3개 이상 팀에서 뛸 수 없다'는 FIFA 규정 때문이다. 황의조는 올림피아코스 이전 프랑스 무대에서 경기에 뛰다 이적했다. 전 소속팀 지롱댕 보르도로 돌아가거나 오는 2월 새 시즌이 시작되는 한국이나 일본, 미국으로 이적(또는 임대)한다면 경기에 나설 수 있지만 황의조가 이 같은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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