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세 아이는 모두 잠들었고 아내 혼자 절 기다리고 있네요. 낮 경기를 치를 때에는 저녁에 퇴근해서 아내와 같이 아이들 목욕도 시키고 잠 잘 준비를 해주는데, 오늘은 아내 혼자 애들과 씨름을 해서 그런지 많이 지쳐 보입니다. 시즌 들어가면 제가 옆에서 도와주던 집안 일도 모두 아내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더 힘들 겁니다. 그래도 아내는 저보다 더 씩씩한 것 같아요. 시즌을 앞두고 조금 예민해져 있는 제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니까요.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로 올라선 후 스프링캠프를 치를 때마다 팔꿈치 통증이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그 통증의 세기가 무척 강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통증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부담을 주는 정도는 아니에요. 시즌 마치고 3개월가량 근육이 수축돼 있다가 몸을 만들고 캠프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늘어나는 근육이 시범경기 때는 팔꿈치 통증으로 나타나곤 했었는데, 지금은 걱정할 정도는 아닌 상태라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오늘은 어떤 기자분이 제 약점에 대해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제 약점이 무엇인 것 같냐고. 그 분은 왼손 투수한테 약한 게 약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왼손 투수의 공을 잘 못 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좌타자라서 왼손 투수의 공에 약할 거란 생각은 하나의 이론일 뿐이지, 실제로 왼손에 강할 수도, 약할 수도, 또 오른손 투수에 강할 수도, 약할 수도 있는 게 야구라고 생각합니다. 기록상으로 왼손 투수한테 약해보였다면 그건 기록일 뿐, 제가 야구하는데 있어서 왼손과 오른손 투수의 구별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동안 LA 다저스의 좌완 클레이튼 커쇼한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긴 했어도 그 선수의 공을 못 치겠다, 정말 강하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어요. 아무리 까다로운 투수를 상대해도 언젠가는 안타든, 홈런이든, 나올 수 있는 게 야구 아닌가요? 컴퓨터, 기계가 아닌 사람이 던지는 공이니까요^^.
클리블랜드 선수들 중 올 시즌 기대해볼 만한 선수 한 명을 소개할게요. 바로 2루수를 맡고 있는 제이슨 킵니스 선수입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콜 업돼 올라온 후 맹활약을 펼쳤는데요,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4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스물네 살의 영건이죠. 현재 스프링캠프에서도 좋은 모습을 선보이고 있어 올 시즌 대도약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우리 팀은 올해도 이런 유망주들의 분발과 활약이 있어야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제가 더 잘해야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