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한화이글스 |
비극의 출발은 3월 1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연습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박찬호는 2⅔이닝을 던져 5피안타 4실점했다. 당시는 ‘날씨가 추워 부진했다’는 평이 우세했다. 그러나 21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3⅓이닝 동안 6피안타 4실점하며 ‘구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새어나왔다. 결정타는 30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LG전이었다.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이었던 LG전에서 박찬호는 호투를 자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5이닝 10피안타 8실점이었다. 그가 외국인 투수였다면 당장 퇴출당할 만큼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속구 구속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공이 한가운데로 몰린다”며 “체인지업, 슬러브 등 변화구의 꺾이는 각도 인상적이지 못하다”고 평했다.
박찬호의 구위 저하를 설명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LG 모 선수가 한화 모 투수에게 “오늘 박찬호 선배와 맞대결할 것 같다. 등판하고 싶지 않다”며 죽는 소릴 했다. 그러자 한화 모 투수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한 번 도전해 봐.”
메이저리그 대투수에서 ‘도전해볼 만한’ 투수로 전락한 박찬호의 올 시즌 운명은 어떨까. 한화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 기용법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류현진, 브라이언 배스, 양훈, 안승민을 선발로 확정했을 뿐 나머지 한 자리는 고민 중”이란 말만 되풀이한다. 5선발 후보로는 김혁민, 박찬호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일단 박찬호가 5선발로 투입되고, 김혁민은 불펜에서 개막전을 맞을 것 같다”며 “한화 홈팬들에게 최소한 한두 번은 박찬호의 선발투구를 보여 주자는 게 내부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