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점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영풍문고 강남점.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이 같은 SPA의 맹공엔 랜드마크도 버티지 못한다. SPA 브랜드는 회전율이 빠르고 아이템 수가 많아 대형 매장을 선호한다. 더욱이 글로벌 브랜드의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대형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꾸미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 주변의 상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대표 서점 중 하나로 꼽히던 영풍문고 강남점도 SPA의 내습을 받았다. 강남의 몇 안 되는 대형 서점으로 지난 2000년 7월 개점 이후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지만 해외 SPA브랜드의 입점으로 문을 닫게 생겼다. 영풍문고 측은 “센트럴시티와 마지막까지 협상해보겠다”며 철수만은 피해가려하나 센트럴시티 관계자는 “이미 의류브랜드 업체와 계약을 맺기로 한 상황이라 영풍문고와의 재계약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명동상권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SPA에게 밀려 줄줄이 철수를 예고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던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난 3월 이랜드의 SPA 브랜드 ‘미쏘’에게 자리를 내줬다. 또 식음료 대표 매장이었던 크리스피크림도넛도 계약만료를 앞두고 월세 때문에 재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명동에 해외 SPA 브랜드가 몰려들면서 월세가 억 단위로 뛰어올랐다. SPA 브랜드 특성상 건물 전체 또는 몇 개 층을 한꺼번에 빌리는데 이는 주변 임대료도 같이 상승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크리스피 매장도 월세 1억 원에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의 업체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철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 넘치는 숍들이 즐비하던 서울의 삼청동·압구정마저도 SPA의 공습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화랑과 신진 디자이너 숍들로 가득 찼던 압구정 가로수길은 이미 대형 SPA 브랜드의 천국이 돼버렸고 33㎡(약 10평) 남짓한 개인 숍들이 즐비하던 삼청동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가로수길에서 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했던 신 아무개 씨(여ㆍ29)는 “2년 넘게 장사를 했는데 임대했던 빌딩 전체가 SPA 매장으로 바뀌면서 할 수 없이 문을 닫았다”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 해도 월세가 너무 올라 방법이 없었다. 주변에 나와 같은 이유로 쫓겨나다시피 한 사람이 많은데 무차별적으로 매장 확대에 나서는 SPA가 무서울 지경”이라고 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