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실적 악화로 지난해 손실률 68.8%…그나마 임원들만 ‘대폭 할인된 가격에 매입’ 혜택
“0위안 주식을 아시나요?”
최근 중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많은 화제를 모은 게시물의 제목이다. IT(정보기술) 기업에 다니는 직원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자신의 회사 임원이 자사주를 1위안(180원)에 사거나 무료로 받았는데 이것이 적절하냐고 물었다.
글쓴이는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사주에 대한 정확한 규칙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다. 또한 직원 혜택과는 거리가 멀고 소수의 이익을 취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많은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벌였고, 검색어 순위에도 올랐다.
중국에서 직원들이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우리사주 제도는 2014년 6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증권감독위원회는 종업원지주계획 표준화를 발표하며 상장기업이 인센티브 형식으로 직원들에게 주식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 초반 열기는 뜨거웠다. 2015년 상장기업 277개가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주식을 팔았던 기업들은 시장가보다 10%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았다. 크게 메리트가 없는 셈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사주 인기는 한동안 시들했다. 2019년엔 101개 회사만이 우리사주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2015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할인율을 더욱 유연하게 적용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2020년부턴 30~50% 낮아진 금액으로 자사주를 판매하는 회사들이 생겨났다.
2022년 자사주를 직원들에게 판매한 상장사는 264개로 확인됐다. 가장 많았던 2015년에 근접한 규모다. 한 상장사 임원은 “우리사주는 인재를 붙잡을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다. 직원들의 소속감도 높여준다. 또 회사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 데에도 기여를 한다. 금융당국 규제가 거의 없어 회사가 사정에 맞게 시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사주가 직원들에게 수익을 얻어다 줬는지에 대해선 따져볼 일이다. 자사주를 매입한 직원이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면 시행 취지는 무색할 수밖에 없다. 융정컨설팅의 선임 파트너인 허즈충은 “대부분의 상장사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기간 실적이 악화됐고, 주가는 폭락했다. 지금의 경제 환경에서 당분간은 자사주로 인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20년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던 직원들의 손실률은 31%였다. 2022년 손실률은 68.8%까지 증가했다. 직원들에게 인센티브와 복지가 되기는커녕 가계에 부담을 준 셈이다. 2017년부터 자사주를 사왔다는 한 회사원은 “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장려했다. 안 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매달 월급을 조금씩 털어 자사주를 샀다.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크지만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다”고 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우리사주 프로그램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금융당국이 이를 도입한 이유는 원하는 직원들이라면 누구나 회사 지분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기회가 최고위급 임원들에게 국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이후 이뤄진 우리사주 거래에서 주가의 50% 이상 할인율을 적용해 직원들에게 판 회사는 총 34개였다. 이 회사 직원들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의 절반 가격 아래로 자사주를 사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매입한 직원들의 90% 이상은 회사 임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인들에게만 혜택이 부여됐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네트워크 회사는 2022년 11월 우리사주 시행안을 발표했다. 주가 할인율은 60%에 달했다. 그런데 회사 회장이 매각 대상 지분 중 31%를 사들였다. 나머지는 이사 등이 샀다. 이 회사 직원은 “애초에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총수나 임원들이 싼값에 지분을 늘리는 데 악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주주총회에선 우리사주 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 2022년 12월 한 항공사는 직원들에게 ‘0위안 주식’, 무료로 지분을 준다는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주주 90% 이상이 반대표를 던져서 부결됐다. 이 항공사는 2022년 1~3분기 1억 2000만 위안(약 22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인민대 재정금융학원의 정즈강 교수는 “직원들의 복지가 주주들의 희생보다 우위에 있을 순 없다”면서 “0위안 지분은 회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 운영에 부담이 된다. 소수의 내부자가 외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합법적 경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실적을 공유하고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이 직원들에게 적절한 가격으로 주식을 주는 것은 경제에 도움이 된다. 회사, 주주, 직원의 상생을 실현하는 길”이라면서도 “인센티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고, 또 소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공정성을 담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주주 이익을 위해 시행 문턱을 높이는 것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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