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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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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
뭐, 다들 아시겠지만 연장 15회 말, 토론토의 좌완 투수인 루이스 페레스 선수가 머리 쪽을 향하는 강속구를 던진 게 발단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3회 리키 로메로에게 등을 맞고 사구로 출루했다가 4회 초 우리 팀 선발 저스틴 마스터슨이 켈리 존슨에게 위협구를 던지며 ‘보복’을 했던 게 시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팽팽한 기 싸움이 경기 내내 이어지다 연장전에 돌입했고, 15회 말 2사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 투수의 초구가 제 머리를 향해 날아왔던 것이죠. 정말 본능적으로 피했다는 말밖에는 당시 상황이 설명이 안 되네요. 날아오는 그 공을 피하면서 순간적으로 지난해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했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와 동시에 제 몸은 벌떡 일어나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를 향해 걷고 있더라고요.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토론토의 포수가 제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전까지의 행동은 순전히 무의식적으로 행한 몸짓이었던 셈이죠. 토론토 포수가 절 가로막으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일부러 널 맞히려 했던 게 아니다”라고. 그래서 제가 “너희들이 날 맞히려 했든 안 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난 그 공이 내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라며 화를 냈습니다.
지난해 부상 이후로 좌완 투수가 나오면 항상 엄지손가락 보호대를 하고 타석에 들어섭니다. 부상을 피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어제의 그 공처럼 머리를 향해 오는 공은 찰나의 행동에 따라 큰 부상이 될 수도 있는 위협구였습니다. 그런 공을 맛본 선수라면 어느 누구라도 저와 비슷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야구장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부분에 대해 전, ‘이 또한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공을 등에 맞든, 허벅지에 맞든, 부상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면 충분히 참고 갈 수 있어요. 그러나 똑같은 위협구라고 해도 선수의 생명과 관련된 부분은 상황이 다릅니다.
올 시즌 제가 세운 목표 중 하나가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겠지만, 어제 같은 상황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요.
경기 후 아내한테 전화가 걸려 와선 제 안부부터 묻더니 이렇게 말하네요. “난 당신이 쓰러졌다가 일어나서 투수한테 달려드는 줄 알았어요”라고.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막상 달려가려다 보니 은근히 겁이 나더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