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 만족도’ 조사 결과 일반적인 직업선호도와 종사자들의 만족도는 차이가 났다. 사진은 출근길 직장인들. |
이번 조사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759개 직업, 현직 종사자 2만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한국직업정보시스템을 통해 모든 조사 자료가 공개됐다. 이번 조사에 투입된 예산만 총 6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와 만난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김균 박사는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2001년부터 한국직업정보시스템을 통해 직업을 탐색하는 청소년 및 이직 희망자, 일선의 직업 상담가들을 위해 각종 직업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직업만족도 조사 역시 사람들의 직업탐색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박사는 “이번에 공개한 직업만족도 조사는 우리도 처음 시도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우리가 발표한 직업조사가 ‘평균임금’ ‘근로조건’ 등과 같은 외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 실시한 직업만족도 조사는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업종사자가 직업 내에서 실제 느끼는 ‘가치’ ‘보람’ ‘즐거움’ 등의 내적 평가 기준을 토대로 삼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를 측정하는 데 쓰인 측정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세부적인 측정 구성요소로는 해당 직업에서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는지 여부를 측정하는 ‘사회적기여도 항목’, 나이가 들어도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직업의 지속성 항목’,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고 발전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발전가능성 항목’, 쾌적한 근무조건과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 여부를 측정하는 ‘업무환경과 시간적 여유 항목’, 해당 직업에서 수행하는 일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는 ‘직무만족도 항목’ 등 총 5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직업의 만족도는 이러한 5개 항목의 합산으로 채점됐다.
이번 직업만족도 조사에서 1위는 초등학교 교장이 차지했고 성우, 상담전문가, 신부, 작곡가 등이 최상위군에 포함됐다. 세부적인 항목을 살펴보면 ‘사회적기여도 항목’에서는 도선사가 1위를 차지했고, ‘직업의 지속성 항목’과 ‘업무환경과 시간적 여유 항목’에서는 시인, ‘발전가능성 항목’에서는 학예사, ‘직무만족도 항목’에서는 초등학교 교장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직업만족도 상위 20위권 안에는 ‘초등학교 교장’ ‘대학교수’ ‘대학총장’ ‘초등학교 교사’ ‘특수교사’ 등 교육 분야 직업이 대거 포진했으며 ‘성우’ ‘작곡가’ ‘국악인’ ‘아나운서’ ‘작사가’ 등 방송 및 문화예술 분야 직업 다수가 수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상담전문가’ ‘놀이치료사’ ‘심리학연구원’ ‘웃음치료사’와 같은 행동·심리전문가들도 상위 20위권에 대거 포함되면서 높은 직업 만족도를 보였다.
고소득 선호 직업인 의사와 변호사는 각각 44위와 57위를 기록하며 상위 20위권에도 포함되지 못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인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꼽히고 있는 국회의원 역시 73위에 그쳤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이번 조사는 우리가 갖고 있던 고정 관념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선호직업과 내부에서 생각하는 직업만족도는 차이가 많이 났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고소득 직업군이 저소득 직업군보다 다소 만족도가 높게 측정됐던 것은 있지만 급여 수준 자체가 절대적 기준이 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직업만족도 4위를 차지한 신부님은 소정의 활동비만 받고 일을 하지만 타인의 정신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보람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위를 차지한 웃음치료사 역시 소득 수준은 낮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데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일 자체에 자기만족을 느끼는 것은 돈 벌이와는 별개였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번 조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각 직업의 실질적인 취업현황 및 전체적인 임금수준과 같이 현실적인 측면은 상당 부분 제외가 됐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의 설문대상은 각 직업의 협회나 기관 등에 속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제도권 직업인들이었다. 일부 직업은 설문대상이 수십 명 수준으로 매우 부족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각 직업의 객관적인 표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이번에 발표한 직업만족도 조사는 청소년 등 미래의 직업을 탐색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참고자료다. 단순하게 이 자료만 갖고 직업을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다. 한국직업정보시스템에는 직업만족도 조사자료 이외에 직업정보와 관련한 좋은 자료가 매우 풍성하다. 이러한 자료와 함께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직업만족도 조사는 ‘행복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잘 반영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고 가장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일이 ‘최고의 직업’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검찰스럽다” 욕바가지
한국고용정보원이 실시한 ‘직업만족도’ 조사 결과 의사와 변호사, 검사는 각각 44위와 57위, 133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통상 선호도와 직업만족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번 결과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시대가 급변한 만큼 기존의 선망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생각도 크게 변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법조계 관계자를 만나 ‘사’자 직업의 현주소 및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속사정을 들어봤다.
“순위가 그렇게 낮게 나왔나요? 놀랍군요.” 이번 결과를 접한 오욱환 서울변호사회 회장의 첫 말이다. 오 회장은 “변호사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집단인데 근래 들어 업무만족감을 갖지 못하는 청년변호사들이 늘면서 아마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 오 회장은 “서울변호사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건수는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사건의 편중현상이 생겨 대형로펌으로 쏠리는 상황”이라며 “개업하는 청년변호사는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변호사 시장에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점차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로스쿨 졸업생 1500여 명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 것 때문에 기존의 청년변호사들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한 청년변호사는 “평균 5년 이상 힘들게 고시준비를 하고 연수원 2년 과정을 거쳐 어렵게 변호사 됐더니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로스쿨생들 때문에 당황스럽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로스쿨생 몇몇 때문에 변호사 권위가 더 땅에 떨어질까봐 겁이 난다. 대다수의 청년변호사들이 아마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착잡하다”고 말했다.
‘사’자 직업군 중에서도 가장 낮은 직업만족도를 차지한 직업은 검사였다.
금태섭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검사 수는 늘고 부장 자리는 줄었다. 이게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 전 검사는 “예전엔 지청장까진 쉽게 올라갔는데 요즘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검사는 업무량에 비해 박봉이다. 그러나 요직에서 주요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실제로 그런 일을 맡아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목표로 검사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게 자리 수 부족 등 구조적 이유로 거부됐을 때 실망감도 상당히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검찰에 대한 사회적 신뢰감과 위상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검찰스럽다’는 신종욕설이 나올 만큼 사회적 인식이 떨어진 것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명성에 비해 결코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못한 의사도 그들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한동석 의사협회 대변인은 “과거에 의사들은 굉장히 잘나가는 직업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사회적 계층구조가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최근의 다원화된 시대로 새롭게 전환됐다. 이에 발맞춰 상대적으로 의사의 사회적 직위가 평균치로 내려오게 된 것에 대해 기존의 의사들이 심리적 허탈감을 느낀 결과”라고 진단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특이·이색 직업 베스트10
컬러리스트·청능사 ‘앞길 창창’
<일요신문>은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특이·이색직업 베스트 10’을 자체적으로 선정, 이들 직업들의 만족도 및 향후 전망 등을 분석해봤다.
직업만족도 점수로 보면 컬러리스트(86점), 청능사(83점), 저작권에이전트(83점), 조향사(72점), 향기치료사(70점), 환경컨설턴트(61점), 다이어트프로그래머(58점), 의료관광코디네이터(54점), 가상현실전문가(44점), 민속종교종사자(22점) 순이었다. 전체 직업만족도 평균(51.5점)에 못 미친 이색직업은 단 2개에 불과했다.
가장 높은 직업만족도 점수를 받은 컬러리스트는 컬러(색상)정보를 수집, 분석해 브랜드 이미지에 어울리는 컬러를 컨설턴트해주는 직업으로 향후 5년간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색상을 상품에 도입하려는 기업체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능사는 환자의 청각능력이 회복될 수 있도록 재활을 돕는 일을 한다. 고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에이전트의 전망 역시 밝다. 국가 간 출판물 저작권 거래를 중개하는 저작권에이전트는 콘텐츠의 국제교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그 입지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품 특성에 따라 향을 만들고 평가하는 일을 하는 조향사의 고용도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조향사는 흔히 ‘향수 제조자’로 알려졌지만 실제 업무는 향이 첨가된 화장품, 생활용품 제조 및 향기마케팅 등 다양하다. 향료에 대한 전문지식과 예민한 후각을 갖춰야만 조향사가 될 수 있으므로 선천적 자질과 후천적 노력을 겸비해야 하는 이색직업이다.
향기치료사는 최근 자연치료를 선호하는 환자들이 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직업이다. 아로마오일을 이용해 무통분만을 돕거나 피부아토피를 치료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이들을 고용하는 관련 병원도 점차 늘고 있기에 전망도 좋은 편이다.
‘녹색성장’이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환경컨설턴트 역시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컨설턴트는 친환경건축물 건설을 위한 다양한 기술적 컨설팅을 제공하는 직업이다.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봤을 때 환경컨설턴트는 가장 주목받는 직업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1세기 핵심기술로 손꼽히는 가상현실 기술은 그 발전속도에 비춰봤을 때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상현실전문가는 게임, 비행기 조종훈련, 가상 모델하우스 등에 적용될 수 있는 가상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직업이다.
민속종교종사자는 최근 들어 종래의 무속인에 한정되지 않고 ‘동양판 정신과전문의’로 거듭나고 있다. 일례로 현재 국내 점술시장은 역학이나 무속뿐만 아니라 손금, 타로 등 신종 카운슬러들이 독특한 이름을 걸고 등장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특성상 근심을 간단히 해결하고자 하는 수요자들이 존재하는 한 민속종교종사자들의 생명력 또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