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지사.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연합뉴스 |
반면 야권은 절대강자가 없다. 총선 패배로 문재인이 주춤하는 사이 김두관 안철수 등이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안철수가 막판 단일화 조커로 남아 있을 경우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문재인-김두관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러 번 부침을 거듭한 손학규는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문-김 대결은 어떻게 될까. 여권 선수가 박근혜로 굳어지고 있는 이상, 야권은 ‘박근혜 맞춤 후보’를 찾아야 한다. 여권이 두 후보를 ‘노무현 아바타’로 공격할 경우 누가 더 맷집이 센지 따져봐야 한다.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해선 호남-친노 양대 산맥의 지원도 중요하다. 누가 양측 모두의 입맛에 더 맞느냐가 변수다. 대선 후보 경선 링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양강 ‘문재인-김두관’의 대결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봤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4·11 총선이 민주통합당의 패배로 끝나자 그동안 정치적 조언을 해주던 인사들에게 부지런히 전화를 돌렸다. 늦은 밤에 김 지사의 전화를 받고 당황했던 인사도 여럿 된다고 한다. 그만큼 결정시기가 임박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주로 듣기만 했다고 한다. 전화 받은 인사들은 대부분 “하루라도 빨리 (지사직을) 던지고 뛰어들어라”고 대답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 뒤 각 언론을 통해 김 지사가 5월말부터 창원 광주 서울 등지를 돌며 대선 출정식 성격의 북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 최근 김 지사측은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자 큰 부담을 느꼈는지 “책을 쓰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 없다”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하지만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은 시기의 문제임이 분명하다. <일요신문>은 김 지사가 북 콘서트뿐만 아니라 경남 18개 시·군 순회일정도 계획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김 지사 측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의 A 씨는 이에 대해 “원래 김 지사는 5월 말에 사퇴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최근 참모진이 18개 시·군 순회 일정을 잡아 일종의 대권행보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도지사의 관례적인 방문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대권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방문 지역 언론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대선 관련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이 순회를 다 끝내려면 사실상 5월 사퇴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 지사는 주변 정리에 한창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퇴 시기를 저울질 중인데 한 측근은 “6월 2일이 디데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날은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에 승리한 뒤 만 2년이 되는 날이다. 6월 9일은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는데 이 결과를 보고 모종의 결심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김 지사가 이렇게 대권 도전 시기를 놓고 주저하는 데에는 지사직 중도 사퇴의 부담도 있지만 다른 속사정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자신의 대권 도전을 위한 ‘멍석’을 깔아줘야 하는데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지사에게 공개적으로 대권 도전을 하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 혼자 움직이기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문재인 상임고문과의 미묘한 신경전도 눈에 띈다. 앞서의 A 씨는 이에 대해 “김 지사가 자꾸 문재인의 ‘대안재’라는 얘기가 나오니까 문 고문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이렇게 되니 문 고문이 굳이 김 지사에게 빨리 나오라고 할 까닭도 없는 것 아닌가. 당사자끼리 직접 만나서 김 지사 사퇴 문제 등을 논의해야 하는데 그쪽에서 보자고 안 하니까 주변정리도 안 된 김 지사도 문 고문을 찾아가는 게 이상하다. 결국 문성근 대표 대행이 야권주자들 다 나오라고 호루라기를 불면 나갈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문 고문과 김 지사의 관계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참여정부에서 같이 일한 경험이 있고 무엇보다 ‘노무현이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동지적 관계가 끈끈한 편이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 특히 대권 도전이라는 큰 장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라이벌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 고문이 굳이 자신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김 지사를 위해 멍석을 깔아줄 필요는 없다. 문 고문이 이렇게 김 지사를 경계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 지사의 대선 경쟁력이 자신의 그것보다 ‘실제로’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두 가지 요소를 주목하고 있다.
먼저 이번 대선은 박근혜 대 친노후보의 대결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의 전략 전문가들도 이 구도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김두관 중 누가 더 노무현의 색깔을 넘어서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한다. 친박계의 한 핵심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재인 고문이 우리에게는 훨씬 편한 상대다. 문 고문은 참여정부 내내 요직에 있었고 특히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거쳤는데 이 자리는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와 직결되는 자리였다. 어찌 보면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실패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형 건평 씨와 딸 정연 씨 등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참여정부의 도덕성이 무너지지 않았느냐. 바로 이 부분을 집중 공격할 경우 친인척 관리의 실질적 책임자였던 문재인 고문이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본다. 대통령 보좌에 실패한 참모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두관 지사는 친노그룹만 놓고 보면 ‘육두품’ 정도에 불과하다. 참여정부에서도 비주류였고 그 스스로도 “친노 그룹 내의 내 지분율은 1%”라고 언급하는 등 ‘노무현=김두관’이라는 등식 앞에 자유로운 편이다. 이는 ‘이장 스토리’와 함께 박근혜의 친노 책임론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패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대선 후보 경선 승리를 위한 당내 역학 구도가 누구에게 더 유리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문재인 고문은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야권의 주요 계파 중 하나인 호남계의 인심을 잃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특히 총선을 거치면서 호남 정치세력에게 ‘공천을 말아먹은 친노그룹의 핵심 인물’로 찍혀 문 고문 측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본지 4월 15일자 1039호 ‘호남, 문재인에 등돌리는 내막’ 기사 참조).
반면 김 지사는 권노갑 전 고문을 비롯한 구 동교동계와의 친분 관계가 남다른 편이다. 지난해 8월 권노갑 천용택 등 호남계 원로들이 김 지사를 야권 대권주자로 세우기 위한 비밀회동을 제주도에서 가졌다는 본지의 보도도 있었다(2011년 9월 7일자 1008호 ‘야권 전략가들이 주목하는 대권주자 따로 있다’ 기사 참조). 특히 당내 호남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자신들에게 밉보인 문재인 고문의 대안재로 김두관 지사를 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노그룹의 동향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비록 문 고문이 친노의 적자로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상황이지만 향후 대권 경쟁력에서 밀릴 경우 얼마든지 ‘적자 교체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해찬 전 총리가 이끄는 ‘청맥회’가 최근 들어 문재인 지지에서 한발 물러나 중립지대로 빠져나왔다는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 전망이다. 청맥회는 참여정부 탄생에 기여했거나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공기업 고위직 인사들의 모임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시민사회 특보를 지낸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이 청맥회의 2대 회장을 지냈다. 그는 이해찬 전 총리와는 사석에서 “해찬이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다. 이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부인들끼리도 20년 지기로 알려진다. 이런 대표적인 ‘친노 외곽조직’이 문재인 지지에서 김두관 지지로 턴을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당직자는 이에 대해 “원래 청맥회는 문재인 고문 쪽에 서 있다가 지금 중립지대로 나온 상태다. 현재 이해찬 전 총리의 오더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친노그룹의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이 전 총리가 당내 강력한 킹메이커로 떠올라 향후 특정 후보의 지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인 상황에서 청맥회가 문재인 고문을 떠나려 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라고 말했다.
문재인-김두관의 대권 레이스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문재인 고문은 총선이라는 큰 장에서 별 재미를 못 보았다. 김두관 지사도 중도사퇴의 장애물을 잘 넘지 못하면 문재인 고문에게 또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 여권은 박근혜 단독 주연 드라마로 굳어져 흥행에선 빨간불이 켜졌지만, 야권의 대권 드라마는 이제부터 엎치락뒤치락 볼 만한 싸움이 되고 있다. 그 상찬을 맛있게 즐기는 국민들이 늘어나다 보면 대권 결말을 그 누가 알겠는가.
고진동 언론인,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이제 지지율 관리 좀 하자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장고가 의외로 길어지고 있다. 그를 잘 아는 정치권 인사들조차도 “답답하다”며 가슴을 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김 지사는 “경상도 사나이답게 대범하게 도전해보라”는 주변의 강권에도 좀처럼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두 가지 고민이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먼저 자신이 2년 전 도지사에 당선되면서 도민들에게 약속했던 ‘중도 사퇴는 없다’는 말에 대해 여전히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도사퇴가 대권 도전이라는 큰 정치적 행보로 이어지지 못하고 비난여론이 거세질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지사 측의 한 관계자는 “혹시 도지사 사퇴 후폭풍이 정치권에서 아웃되는 분위기로 급반전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지사직을 유지하고 차차기를 도모하는 게 낫다. 여전히 중도사퇴의 위험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5%도 안 되는 지지율에 있다. 대권 출마를 ‘호기롭게’ 선언하려면 지지율 5%가 최소한의 기본인데 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김 지사 측의 대권전략 실수도 거론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있을 때 김 지사 이름도 넣어서 하라고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냥 놔두고 관리를 안 하니까 그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가 한 번씩 들어가니 지지율 관리가 엉망이 된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