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안풍’ 신드롬을 일으켰던 안철수 원장의 대권플랜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사진은 지난 4·11 총선일에 투표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현재 안 원장은 각계 전문가들 및 정치권 인사들과 만나 대권과 관련해 자문을 구하고 있는데, 안 원장과 접촉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은 “안 원장이 6월 말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민주통합당 입당이 아닌 제3세력을 규합한 뒤 야권 단일화에 나설 것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학 교수 K 씨는 지난 3월 말 안철수 원장 측으로부터 “(안 원장이) 한번 만나보고 싶어 하니 시간을 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며칠 뒤 안 원장과 만났다는 K 교수는 “안 원장이 교수들과 만나 공부를 하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다. 당시 안 원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포함한 남북관계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한 대북 정책의 문제점을 얘기할 때는 메모지에 꼼꼼히 기록도 했다고 한다. K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4월 13일 이후 한 차례 통화도 했다”면서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굳이 그런 것들을 묻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K 교수 외에도 안 원장은 올해 초부터 경제 문화 외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들어 정치권 인사들과의 접촉을 부쩍 늘리고 있다고 한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이론만으로는 헤쳐 나가기 힘든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그동안 스터디해왔던 것을 현실 정치에 접목시키려는 과정일 것이다. 이는 곧 안 원장의 대권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조순 전 부총리를 비롯해 정치권 원로들부터도 정치적 스탠스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또한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박지원 의원,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등과도 교류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엔 정운찬 전 총리에게도 만남을 제안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안 원장이 야권은 물론 여권 인사들과도 접촉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지난 4월 17일 한 언론을 통해 “최근 안 원장 측이 연말 대선을 포함한 정국 현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만나자고 제안했다. 양쪽 측근들이 실무 조율을 위한 사전협의를 가진 뒤 만나기로 했지만 안 원장 측이 일정을 다소 늦추자고 해서 연기된 상태”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지난 4·11 총선에서 광주에 출마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도 회동을 추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민주통합당 일각에선 “안 원장은 정체성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이러한 안 원장의 움직임과 관련해 대권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정치 참여에 대해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던 안 원장 역시 지난 3월 27일 한 강연회에서 “만약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일으킬 수 있는 도구로만 사용된다면 정치도 감당할 수 있다”며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안 원장은 ‘스터디 모임’과는 별도로 이미 대선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짜기 위해 여러 개의 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여기엔 네거티브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팀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안 원장의 한 지인은 “안 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여의도에서 이미 안 원장을 둘러싼 소문은 무성하다. 상대 진영의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야권의 총선 패배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낙동강 벨트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문재인 상임고문 주가가 하락하고 그 반사효과로 한동안 주춤하던 안 원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기 시작하자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앞서의 안 원장 지인은 “한때 문재인 고문에게 지지율에서 뒤처졌다. 또 안 원장에 대한 피로감이나 식상함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총선 패배로 안 원장이 박근혜 위원장에게 맞설 유일한 후보라는 점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 역시 “안 원장이 예전보다 더 센 발언들을 하고 있다.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가 총선 이후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이 향후 어떤 식으로 대권 레이스를 펼쳐갈지에 대해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친노 세력이 원하는 민주통합당 입당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안 원장 역시 여러 차례 “특정 진영에 휩싸이지 않고 공동체적 가치관으로 행동하겠다”며 기존 정당에는 몸담지 않을 것임을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안 원장 측은 민주통합당 내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입당할 경우 친노가 밀고 있는 문재인 상임고문과의 대결에서 패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 원장 측의 한 전략 관계자는 “‘손학규 케이스’를 유심히 보고 있다. 지난 17대 대선 경선에서 손학규 당시 후보자가 여론 지지도에서는 앞서고도 당을 장악한 정동영 후보에게 대권주자 자리를 넘기지 않았느냐”면서 “안 원장 역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러 민주통합당에 입당하진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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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이 민주통합당에서 내세우는 대선 후보와 양자 대결을 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이른바 ‘노무현-정몽준 식 단일화’다. 이에 대해 친노 측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직무대행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선출한 다음에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 방법은 여론조사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여론조사가 비과학적이라는 것은 다 아는 것 아니냐. 그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고문이 안 원장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 원장 측은 이런 양자구도에 의한 단일화보다는 야권 후보들이 모두 참여하는 국민 경선을 ‘1순위’로 올려놓고 정치적 셈법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여야를 망라한 제3세력을 결성한 뒤 8월에 치러질 야권 국민경선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안 원장 측 전략 관계자는 “무엇보다 안 원장을 받쳐줄 조직이 관건이다. 고건 전 총리가 대권 후보로 거론됐지만 중도 하차한 것도 결국 지지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최대한 세를 불리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의 대권 출마 선언 시기는 대학 학기가 끝나는 6월 말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고 한다. 6월로 예정된 에세이 출간으로 ‘안풍’을 재점화하고 그 기세를 몰아 출사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안 원장 진영 일각에선 “거창하게 하지 말고 대학 수업 마지막 시간에 조용하게 입장을 밝히면 참신하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어떤 식으로 대권에 출마를 하든 민주통합당 주류로 떠오른 친노 진영과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벌써부터 친노 측은 안 원장을 향해 “입당하라” “출마 선언을 빨리 해라”와 같은 발언을 언론에 흘리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 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직을 지냈던 한 친노 인사는 “안 원장은 우리 야권의 훌륭한 자산이다. 또 김두관, 손학규, 정동영 등도 장점이 많은 후보들이다. 그 어떤 경선보다 드라마틱하고 다이내믹한 경선이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신경전도 벌어지겠지만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 원장 측 전략 관계자 역시 “우리도 재미없는 경선은 반기지 않는다. 안 원장도 치열하게 싸워야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치 신인인 안 원장으로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지금 언론에서 비춰지는 다소 유약한 안 원장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