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부 성도들 사이에서는 전 목사의 컴백 및 교회 개척 소문이 나돌면서 분란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삼일교회가 사건의 진실 및 전 목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공식입장을 발표해 사건은 새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3월 삼일교회는 H 목사의 사임을 놓고 또 한차례 격랑에 휩싸였다. H 목사는 전 목사의 사역 초기부터 함께 해오며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H 목사의 사임과 관련해 교회 측은 “당회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 목사는 사임 직후부터 본 교회 성도들에게 연락해서 여러 모양으로 교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오해의 소지를 만들고 있다. 이에 당회는 교역자 회의를 통해 ‘전 목사와 연락하거나 만나는 사람들의 사표를 받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H 목사가 전 목사를 만나고 있다는 정황과 제보들이 발생했다. 그 내용 중에는 H 목사 개인이나 삼일교회에 위협이 될 만한 것들이 상당수 있었다”고 밝혔다.
전 목사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전 목사 측근인 H 목사의 사임문제를 놓고 교회 내에서는 또다시 크고 작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전 목사 사건과 관련해 잠재돼 있던 교회 내부 갈등도 재부상할 조짐이 일고 있다. 사실 전 목사 사임 후에도 삼일교회는 후임 목사 청빙 문제를 비롯해 전 목사 관련 문제 처리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일부 성도들 사이에서 전 목사 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됐기 때문이었다. 그 배경에는 전 목사의 컴백설 및 비밀 개척설이 자리하고 있었다.
교회로서는 성도들의 동요를 막고 교회 조직을 안정시키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지만 전 목사와 관련된 미확인 소문들은 사임 직후부터 끊임없이 나돌며 교회를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2월 말 교회 홈페이지에는 ‘전임 목사 사임 건에 대한 진실과 회개를 요청합니다’라는 ‘공동요청문’이 올라왔다. 이런 와중에 최근 주목할 만한 일이 발생했다. 4월 9일 삼일교회가 제직회를 열어 ‘전 목사의 부도덕한 행위와 사임 경과, 퇴직금 지급’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회 측은 “전임목사가 어떤 죄목으로 사임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않아 혼란을 야기했다. 늦게나마 이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회는 △2010년 12월 초 전 목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자매를 당회가 만나 증언을 들었고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자매가 성피해를 당했다는 제보도 접수했으며 △따라서 전 목사 사임은 마땅히 이뤄져야 할 당면귀결이었다고 밝히면서 “전 목사가 철저하고도 공개적인 회개 없이 개척을 하거나 목회직을 새로이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공식입장을 분명히 했다.
▲ 삼일교회 전경. 전병욱 목사가 사임하고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이날 당회는 뒷말이 무성했던 퇴직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요약하자면 “주택구입 명목으로 10억 원, 만 17년 봉직한 퇴직금 명목으로 1억 1000만 원, 향후 몇 년간 목회활동 중단에 따른 생활비 명목으로 1억 3000만 원, 치유 명목(성 중독 관련 치료냐, 사건으로 무너진 심신을 회복하라는 의미냐를 두고는 이견이 있음)으로 1억 원 등 총 13억 45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전 목사가 살고 있던 전세 보증금을 상계하고 10억 6500만 원을 지급했다. 전 목사의 상여 처리는 교회 규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 목사의 구체적인 사임 이유에 대해 침묵했던 당회가 ‘죄목’에 해당하는 성적 행위 및 논란이 일었던 퇴직금 문제를 구체적으로 밝힌 배경에는 전 목사 사임을 둘러싸고 더 이상 성도들의 혼란을 막고 불필요한 논쟁을 차단하고자 하는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사역을 하면서 교회와 청년선교에 끼친 영향력이 너무 큰 탓이었을까. 교회를 떠난 후에도 전 목사와 관련된 소문은 끊이질 않았다. 전 목사가 서울과 경기 등 모처에서 비밀리에 교회 개척을 준비 중이며 이를 위해 삼일교회 관계자 및 성도들과 잦은 접촉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기자에게 들어온 제보는 전 목사가 활동하는 지역과 장소, 만나는 사람들, 심지어 개척 준비 정황을 짐작케 하는 사진까지 등장하는 등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전 목사의 개척설은 삼일교회 성도들 사이에서도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한 성도는 “전 목사는 어떠한 경우라도 삼일교회 교인들과 접촉하지 않는 게 맞다. 스스로 하나님과 교회에 죄를 지었다고 인정하고 떠난 사람이 여전히 교회 주변을 얼쩡대면서 성도들과 만나는 것은 옳지 않다. 전 목사가 자신의 영향력을 회복하려 하거나 개척시 성도들을 끌어가려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다른 성도 역시 “조용히 자숙하고 있는데 헛소문이 돌겠나. 개척설이 나오는 것은 전 목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교회를 떠난 전 목사가 충분한 자숙기간도 거치지 않은 채 삼일교회 성도 및 교역자들과 접촉하며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 여부를 떠나 삼일교회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제직회에서 당회는 전 목사의 행보와 관련해 “전 목사가 이미 개척했다거나 복수의 장소에서 모임을 하며 예배를 드리는 등 상당 수준의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전 목사는 향후 몇 년간 목회직 수행이 어려우므로 생활비를 지원해달라고 당회에 요구했으며 당회는 이를 받아들여 금액을 지불했다. 그런데 퇴임 후 1년 정도밖에 경과하지 않았고 청빙절차도 완결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개척과 관한 소문이 나오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전 목사가 교인들의 상처 치유와 안정을 위해 책임 있는 처신을 보여주길 촉구한다”며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당회의 단호한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성도들은 여전히 전 목사를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자는 전 목사와 관련된 내용 및 근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는 A 변호사로부터 세간에 나도는 소문과는 다소 다른 내용들을 들을 수 있었다. “전 목사가 죄를 짓지 않았다거나 그를 옹호하기 위함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A 씨는 “전 목사 본인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며 답답함을 털어놨다. A 씨는 우선 성추행 의혹에 대해 “이번에 당회 측에서 전 목사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했지만 그것을 팩트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의 진술에만 의존해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A 씨는 또 “일각에는 전 목사가 2년 개척금지 등 향후 목회 활동 중단에 따른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알려졌으나, 확인 결과 전 목사는 생활비를 요구한 적도 없고 2년 개척 금지를 약속한 사실도 없었다. 혹여 전 목사가 요구한 적이 없음에도 2년치 생활비를 줬으니 2년간 사역을 안하기로 암묵적으로 약속한 것이라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개척설과 관련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전했다. A 씨는 “전 목사는 개척하지 않았고 추후에도 몰래 개척할 생각이 없다. 공덕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개척했거나 준비 모임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실제로 가 본 결과 5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서재용 오피스텔이었다. 전 목사는 현재 서초동 소재 동생의 집에서 가족과 친지 등 20명 남짓 모여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간혹 주변에서 기도와 말씀 요청이 오면 응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A 씨는 “전 목사는 삼일교회가 잘되기만을 바라고 있으며 교인과의 연락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간혹 극소수의 사람들과 연락이 되고 있는데 교회는 그마저도 전 목사가 교회를 흔들려한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