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사진)이 재일교포 무용수 J 씨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지난 4월 17일 MBC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김재철 사장이 MBC 본사와 계열사 사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무려 7년에 걸쳐 재일교포 여성 무용인 J 씨에게 무차별적인 특혜 지원을 했다”고 폭로했다. 노조는 J 씨가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공연이 모두 17차례나 된다고 주장했다.
2005~2006년 김 사장이 울산 MBC 사장 시절 J 씨는 ‘울산 서머 페스티벌’에 출연했다. 울산 서머 페스티벌은 울산 MBC 주최로 매년 7월에 개최되는 음악 축제로 2003년부터 개최 돼 왔다. 이 행사에는 아이돌그룹이나 트로트 가수, 록그룹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가요스타들이 주로 출연했다. 그런데 2005년 김 사장이 울산 MBC 사장으로 부임 후 열린 3회 행사에는 퓨전 콘서트라는 코너가 신설되면서 J 씨의 무용단이 무대에 올랐다. 이전까지 페스티벌에 참석한 적이 없던 J 씨가 김 사장 재직 후 행사에 참여하는 우연찮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다양한 문화공연을 선보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당시의 서머 페스티벌은 저녁 7시 해수욕장이나 광장 등에서 펼쳐진 ‘한여름밤의 콘서트’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의혹의 시선이 쏠린 바 있다.
이밖에도 J 씨는 2006년 울산 간절곶 해맞이 축제에 유명가수들과 함께 출연했고, 2007년에는 SG워너비, 걸그룹 씨야 등과 함께 ‘울산~구마모토현 한일 우정의 콘서트’ 무대에 올라 김 사장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2008년 김 사장이 청주MBC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됐다. <2008 청주MBC와 함께 하는 세상 ‘천사들의 희망나눔’> 행사에 J 씨는 자신의 무용단과 함께 특별출연했다. 2009년에는 ‘증평 인삼 일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도쿄 주일 한국문화원에서 벌어진 J 씨의 공연에 김 사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또 2010년 2월에는 청주MBC 창사 40주년 기념공연 ‘경인년 새해맞이 효잔치’에도 J 씨는 국악 명창들과 함께 공연을 펼쳤다. 울산에서 청주까지 J 씨는 마치 필연처럼 김 사장이 재직하는 지역의 행사에 출연해 온 셈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김 사장이 MBC 본사 사장에 취임한 뒤에도 지속됐다. 2010년 3월 취임한 뒤 현재까지 2년여 동안 J 씨는 MBC의 후원을 받거나 MBC가 주최하는 행사에 출연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J 씨가 단순히 MBC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MBC 노조는 김 사장의 지시로 J 씨의 행사 참여가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J 씨는 안동MBC가 주최한 ‘국악 한마당 월하청풍’에도 출연한 바 있다. 이 행사는 김 사장의 지시로 마련된 공연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사장은 안동MBC 측에 J 씨의 출연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사장은 지역 계열사 행사를 위해 직접 대기업으로부터 협찬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MBC 노조원이 2010년 4월 5일 MBC로비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결의대회를 열었다. 일요신문DB |
김 사장은 J 씨의 출연에만 관여한 것이 아니었다. 2011년 3월 J 씨가 마련한 최승희 100주년 기념 공연 ‘춤길’에 MBC가 공동주최로 참여해 대기업으로부터 7000만 원을 협찬 받아 지원한 것도 문제가 됐다. 노조 측은 “당시 제작비의 세부 명목을 따지지도 않은 채 협찬금 전액을 J 씨에게 송금하라는 지시에 해당 직원이 매우 이례적인 일로 기억하고 있었다”며 특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담당 직원이 타당성 검토를 거친 뒤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제작비 12억 원의 특별공연을 기획 경험이 전무한 J 씨의 기획사에 맡긴 점도 특혜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뮤지컬 이육사’는 올해 MBC 창사 51주년 특집기획으로 마련된 공연으로 J 씨가 대표로 있는 기획사가 제작을 맡았다. J 씨는 이 공연에서 뮤지컬 총감독과 안무, 주인공까지 1인 3역을 맡고 연출료와 출연료 명목으로 40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MBC 내부적으로 판단한 뮤지컬 이육사의 티켓 예상 판매율은 14%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500만 원에 불과했다. 제작비 대비 최대 수익률이 5%에도 미치지 않는 공연이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MBC 측은 삼성, 포스코 등 대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아 J 씨의 기획사 측에 제작비 9억여 원을 지급했다.
노조 측은 “수익성이 철저히 무시된 공연 기획에 MBC는 판만 벌려주고 이익은 J 씨가 챙긴 꼴이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J 씨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4월 20일 J 씨 무용단 관계자는 “3개월 동안 (뮤지컬 이육사) 공연을 준비한 노력은 무시한 채 말들하고 있다. 현재 MBC 노조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카드 쓰는 곳에 그녀가 있네…
MBC 노조 측은 그동안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내역을 공개하며 “업무 외적으로 필요 이상의 지출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노조 측이 확보한 김 사장의 법인카드 내역에서 그 행적에 의문점이 발견됐다. 주로 고급 호텔에서 결제한 내역이 많고 업무가 이뤄지지 않는 주말에 교외에서 카드 결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J 씨의 공연 장소나 시기와 맞물려 김 사장의 카드가 결제된 흔적도 발견됐다. 김 사장은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7회에 걸쳐 서울 구기동의 모 복요리 전문 음식점에서 330여만 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구기동 일대 추어탕집, 일식집, 카페 등지에서 김 사장의 카드 결제는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현재는 파악이 안 되고 있지만 공연계 관계자에 따르면 J 씨의 집이 구기동 부근의 세검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서울 홍은동의 그랜드힐튼 호텔에서도 김 사장의 카드 결제가 이뤄진 흔적이 나왔다. 중식당 직원들 사이에서 김 사장은 이 호텔 중식당의 단골 손님으로 통했다. MBC 노조 측에 따르면 김 사장의 호텔 방문을 기억하는 한 중식당 직원은 “김 사장이 사모님과 함께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가족식사를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배임 혐의라고 사 측에 따져 물었고, 사 측은 가족이 아닌 공연계 관계자와 함께 한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 측은 “중식당 직원이 사모님이 온 것으로 착각할 정도면 단 둘이 왔다는 것인데, 그 공연계 관계자가 누군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김 사장과 J 씨의 의문의 동선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2011년 10월 2일 오전 10시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김 사장의 법인카드로 37만 3500원이 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MBC 노조 측이 확인 결과 전날 김 사장은 스탠더드 룸에 묵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0월 2일은 울산 문화예술회관에서 J 씨의 가무악극 ‘궁’ 공연이 있던 날이었다.
이 밖에도 김 사장은 이날 저녁 7시경 현대백화점 동구점에서 57만 원을 결제하고 다음날에도 호텔 현대에서 18만 6890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한 점은 김 사장이 호텔에서 결제할 당시 ‘김훈’이라는 가명으로 결제를 했다는 점이다. 노조 측은 “확인 결과 김 사장이 법인카드를 빌려 준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에서 가명까지 써 가며 지방의 호텔에서 머물렀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2011년 4월 10일 김 사장은 경남 창원에서 J 씨와 가산 오광대의 합동 공연을 관람한 후 근처 식당에서 67만 1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인 결과 공연 후 김 사장이 공연 관계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MBC 측은 답변서를 통해 “J 씨 무용단과 가산 오광대는 MBC 장애인 관련 공연과 울산 MBC 문화행사를 여러 차례 치른 바 있다. MBC와 관련 있는 단체를 격려하는 것은 사장 경영 활동의 일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