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부전동. 아파트 단지와 상권이 어우러진 이곳에는 놀랍게도 21년째 방치되어있는 초대형 건물이 있다. 방치된 상가의 면적은 무려 2만 2000평에 달하지만 2002년 11월 영업 중단 이후 지금까지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가 버린 한 맺힌 상가가 되었다.
단전과 동시에 자신의 상가에서 쫓기듯 떠나온 상가 소유주들은 'PD수첩'과 함께 21년 만에 처음으로 상가를 확인해 보았다. 오랜 시간 방치된 상가는 전쟁터처럼 참혹했다. 새파란 희망을 안고 큰돈을 투자해 상가를 분양받았던 한 소유주는 처참한 광경에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네오스포 상가 구분 소유주 김명숙은 "나도 내 가게를 가져보는구나, 죽기 전에 나도 내 점포에서 장사를 해보는구나하는 새파란 희망이 있었습니다. 헌데 그것이 좌절이 되어버렸고"라며 눈물 흘렸다.
네오스포 상가는 2000년 3월 부산 최대의 의류 도매 상가가 되겠다는 계획으로 개장을 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분양가는 평당 800만~1700만 원으로 1246개의 점포가 분양됐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네오스포는 상가는 개장 2년 8개월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2002년 11월 22일 갑작스럽게 단전이 된 것이다.
네오스포 상가 구분 소유주 김부경 씨는 "단전을 막기 위해서 상가 관리재단이 노력을 했다면 저희에게 무수히 많은 우편물을 보냈을 겁니다. 공지를 하고 또 상가에 붙일 거 아닙니까. 아무도 받은 사람이 없거든요"라고 말했다.
소유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단전은 갑작스러웠다고 한다. 실제 단전 예고 통보에서부터 단전이 집행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10일이었다. 집합 상가 분쟁 전문 변호사는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걸린 집합건물 상가를 이렇게 빠른 시간에 단전시키는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당시 상가 관리재단이 사실상 단전을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구분 상가 소유주들은 당시 시행과 시공을 맡았던 대림산업(현 DL이앤씨)과 한일합섬이 상가 관리재단의 실질적인 운영자였다고 주장한다. 초기 시행사였던 남화건설과 시공사 사이에 벌어진 분쟁 등이 얽히면서 벌어진 네오스포 상가의 미스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왜 이 상가는 3년도 안 되어 단전이 되는 사태를 맞이했을까. 또 21년 동안 1246개의 점포는 방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시행사와 시공사, 상가 관리재단을 직접 찾아가 다각도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네오스포 상가 소유주들은 상가가 문을 닫은 이후 경제적 스트레스가 화근이 되어 우울증과 가정불화를 겪는 등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큰 꿈을 안고 상가에 투자했지만 모두 잃고 아르바이트와 폐지를 주우러 다니거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네오스포 상가의 믿기지 않는 21년을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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