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호선 요금 인상 문제가 2대주주로 참여한 맥쿼리자산운용 특혜 논란으로 증폭되고 있다. |
최근 10년 사이에 국내 인프라사업의 공룡으로 떠오른 맥쿼리자산운용의 자회사 맥쿼리인프라는 무려 14개의 민자사업을 진행하면서 세를 과시해왔다. 그런데 이 중 13개 사업이 MB가 서울시장 재임 당시 착수됐다는 점과 지난 과거 맥쿼리자산운용의 합작회사에 이 대통령의 조카가 대표를 지냈다는 점 때문에 특혜 및 커넥션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9호선 요금 인상 논란과 맞물려 점점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맥쿼리-MB일가’ 검은 커넥션 의혹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MB일가와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 2000년 세워진 호주 맥쿼리그룹의 한국 자회사다. 맥쿼리자산운용은 국내에서 근 10년간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점점 몸집을 불려왔다. 정확한 운용자산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22조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과연 맥쿼리자산운용은 어떻게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인프라투자’에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를 통해 인프라 펀드를 조성해왔다. 국내외 기관 및 개인 투자자를 모집해 각 인프라사업 펀드를 조성하고 시행사에 투자하는 형태다. 현재 인프라분야 운용자산은 총 1조 8000억 원 규모다.
맥쿼리인프라는 국내에서 모두 14개의 민자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중 13개 민자사업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기간(2002~2006년)에 투자가 착수됐다. 특히 맥쿼리인프라가 본격적으로 전략투자에 나선 것은 2005년 때의 일이다. 그중에는 9호선 사업과 우면산 사업 등 굵직한 인프라 사업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맥쿼리인프라와 MB일가의 커넥션 의혹은 단지 대부분의 사업 추진이 MB의 서울시장 재임기간에 이뤄졌다는 사실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요금 인상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9호선 사업 논란도 맥쿼리와 MB일가의 커넥션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9호선 사업에 맥쿼리와 MB일가가 관련된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며 시의회가 조사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참여연대가 커넥션 단서로 제시한 것은 이 대통령과 특수 관계에 있는 로템컨소시엄 선정 과정 및 최측근 송경순 씨의 맥쿼리인프라 이사 취임이다.
고건 전 서울시장이 재직 중이던 지난 2002년, 9호선 사업의 최초 우선협상대상자는 ‘울트라건설컨소시엄’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시장에 취임한 이후 서울시는 울트라건설로부터 사업포기각서를 받고 로템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로템은 이 대통령이 사장으로 재임했던 현대건설의 자회사다. 당시 울트라건설은 우선협상대상 지위를 한진중공업 측에 넘길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시형 씨한테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씨는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맥쿼리IMM자산운용사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친인척이 직접 맥쿼리 관련사에 몸담았다는 점에서 커넥션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추진된 인천국제공항 민영화사업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측근들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의 지분을 맥쿼리에 매각할 것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커넥션 의혹 속에서 현재 실질적으로 맥쿼리인프라 특혜시비가 붙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최소수입보장제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제도는 민간투자사업 유치를 목적으로 정부가 사업추진 위험의 일정 부분을 분담하는 것으로 2009년 이후에는 재정 부담으로 폐지된 바 있다. 하지만 9호선 사업은 2005년에 추진됐기 때문에 이 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실제로 맥쿼리인프라는 이 제도에 의해 8.9% 수익률을 보장받고 있다. 수입 예상치를 밑돌 경우 5년간 90%, 10년간 80%, 15년간 70%를 서울시로부터 무조건 보장받게 된다. 8.9% 수익률 보장은 다른 민자사업이 5% 내외인 것을 감안할 때 무척 높은 수치다.
이밖에 맥쿼리인프라는 부산신항과 목포신항, 대구-부산고속도로 사업 등 각종 민자사업에서 8~9%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고 있다. 실제로 맥쿼리인프라의 투자로 민자사업을 운용하고 있는 전국 각 지역 지자체들은 기대수익보다 현격히 못 미치는 실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현재 거액의 보장액을 맥쿼리인프라에 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맥쿼리인프라는 투자를 하면서도 손해위험이 거의 없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을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맥쿼리투자운용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다. 맥쿼리투자운용 측은 반박자료를 통해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추가로 매입한 자산은 없다. 문제의 9호선 사업은 다른 재무적 투자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참여한 것이다. 또한 맥쿼리인프라가 문제의 9호선 사업과 우면산터널에 투자한 자산은 맥쿼리인프라 전체 투자자산의 5%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조카 이시형 씨의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참여설과 관련해서도 “이시형 씨가 맥쿼리IMM자산운용사 대표를 지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법인은 합작법인이며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07년 9월 타 회사(골드만삭스자산운용)에 매각됐다. 당시 맥쿼리IMM은 상장주식 및 채권을 투자하는 일반자산운용업무를 했을 뿐 민자시설에 투자하는 맥쿼리인프라와는 사업부문 간 교류가 없었다. 또한 2008년 이후 수차례 발표했듯이 우리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계획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