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씨 손 거쳐간 병역면탈자 42명 등 기소…‘분할 복무’ 신청 제도 악용 등 또 다른 혐의 주목
병역 브로커 구 아무개 씨(47) 관련 수사 성과로 구 씨는 이미 구속돼 1월 27일 첫 재판이 열렸고 이 자리에서 구 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수사 초기 병역 면탈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이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 고위공직자·법조인 자녀 등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부분의 수사는 다소 더뎌 보였다. 검찰이 구 씨의 공소장에 적시한 병역면탈자는 고작 7명이었다.
서울남부지검은 1월 26일 구 씨와 같은 수법을 활용한 또 다른 병역 브로커 김 아무개 씨(37) 관련 사건으로 김 씨를 비롯해 병역면탈자 15명, 공범 6명 등을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구 씨에게 이런 수법을 배웠다”고 밝혀 구 씨를 통한 병역면탈자가 김 씨를 통한 병역면탈자보다 더 많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김 씨 관련 병역면탈자 15명이 기소된 데 반해 구 씨 관련 병역면탈자는 그 절반도 안 되는 7명뿐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으로 서울남부지검은 2월 9일 병역면탈자 42명과 공범 5명 등 모두 47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히면서 관련 의혹이 해명됐다. 현재 진행 중인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의 합동 수사를 통해 병역면탈자 적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사안은 구 씨 관련 사건에서도 김 씨 사건과 유사하게 5명의 공범이 함께 기소됐다는 점이다. 공범은 대부분 병역면탈자의 가족이나 친구로 브로커 구 씨와 직접 계약해 대가를 지급하거나, 119에 신고하고 뇌전증 증상의 목격자 행세를 하는 등 병역 면탈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브로커 김 씨 사건에서 드러난 4명의 엄마 등 공범 활용법 역시 구 씨가 만든 기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뤄졌음이 확인됐다. 구 씨는 병역면탈자들에게 컨설팅 비용 등의 명목으로 건당 300만~6000만 원의 대가를 받아 챙겼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로 드러난 구 씨가 병역면탈자들에게 받은 돈은 6억 3425만 원에 이른다.
병역 브로커 구 씨는 자신을 ‘병역의 신’으로 소개했으며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은 의뢰인의 신체검사 결과지를 사진으로 올려가며 자신의 능력을 뽐내곤 했다. 그만큼 병역면탈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구 씨는 블로그를 통해 매년 병역 처분 변경 결과를 실적이라며 홍보해왔는데 2022년 1월 1일부터 6월 25일까지 371건의 신체등급 변경 사건을 중개해 256건이 변경 처리됐다고 밝혔다. 또한 2021년에는 신체검사 등급 변경 298건, 생계유지 곤란 사유 병역 감면 41건, 입영 및 소집 연기 1059건을 중개했다고 공개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구 씨가 자신의 실적을 부풀린 정황도 있어 보이긴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직 기소되지 않은 병역면탈자가 더 많은 가능성도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구 씨는 허위 뇌전증 활용 수법 외에 또 다른 수법으로도 병역 면탈을 시도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검찰은 구 씨가 사회복무요원의 ‘분할 복무’ 신청 제도 등을 이용해 병역 면탈을 시도했다는 정황을 바탕으로 서초구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부분에서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 수사 대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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