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0일 오픈한 복합쇼핑몰 신세계 의정부점. 개장 3일 만에 1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진제공=신세계 |
▲ 지난 4월 20일 오픈한 복합쇼핑몰 신세계 의정부점. 개장 3일 만에 1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진제공=신세계 |
신세계의 열 번째 점포인 의정부점은 유독 ‘최초·최대’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서울 1호선 의정부역과 바로 연결되는 신세계 최초의 역사 백화점이자 경기북부 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더욱이 신세계의 미래전략이 결집된 라이프스타일센터(Life Style Center) 모델 점포로 업계에서는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라이프스타일센터는 물건 판매 위주의 전통적인 쇼핑 기능에 문화·예술,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시설까지 갖춰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복합매장을 말한다.
의정부점은 또한 새로운 모델을 바탕으로 의정부를 비롯해 경기북부와 서울북부까지 장악할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오픈식에 직접 참석해 매장 전반을 구석구석 살피며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지난해 12월 롯데몰 김포공항점을 오픈한 롯데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상권이 겹치지는 않으나 유통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 복합쇼핑몰의 본격적인 대결이 막을 열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공공연하게 복합쇼핑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롯데몰에 대단한 애정을 보였다. 직접 ‘롯데몰’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줬으며 덕분에 롯데그룹의 모든 유통·서비스 노하우를 집약시켜 신 회장의 야심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도 개점 첫 주말 직접 방문한 이후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4차례 이상 찾았을 정도로 상당한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 같은 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롯데몰은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순항했다.
하지만 신세계 의정부점 개점으로 본격적인 수도권 대형 복합쇼핑몰 대결이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고객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서울·경기북부 지역의 롯데백화점이 타격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경영학, 한국유통학회장)는 “이제 대형 복합쇼핑몰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어떤 유통업체도 이를 외면하고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복합쇼핑몰 인근의 백화점이 타격을 입는 것은 유통의 흐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신세계 의정부점이나 롯데몰 김포공항점은 교통의 요충지이자 주변에 인구가 많으니 출발점으로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세계 의정부점과 관련해 현대백화점그룹도 상당히 불편한 입장이 됐다. 올해 초 현대홈쇼핑을 통해 인수한 한섬이 신세계 의정부점에 입점하지 않으면서 뒷말이 무성한 것. 패션업계 관계자는 “타임 시스템 SJSJ 등 한섬은 여성복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인 데다 수입 브랜드 라인도 탄탄하다. 이런 한섬이 입점하지 않으면 신세계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섬 입장에서도 새로운 쇼핑지역으로 떠오르는 경기북부 시장을 놓친 것인데 업계에서는 현대가 무리하게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지만 한섬의 입점 조건이 명품 브랜드 이상으로 상당히 까다로웠다. 한섬 측에서도 입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아 결국 협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면서도 “향후 의정부점의 위상이 높아지면 한섬의 태도가 변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섬 관계자는 “신세계 의정부점에 입점하지 않는 것에 대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새로운 백화점이 생긴다고 무조건 입점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적 특성과 브랜드 가치 등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신세계 의정부점의 경우 거기에 맞지 않았을 뿐”이라며 “향후 입점에 대해서는 전혀 계획하고 있는 바 없다”고 전했다.
더욱이 한섬은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일부 해외 유명 브랜드 국내 독점판권을 신세계인터내셔날(SI)에게 내주면서 한 차례 자존심에 타격을 입었다. 패션사업에 관심이 많은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SI를 통해 수입 유명 브랜드를 장악하면서 한섬과의 마찰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터. 결국 현대는 정용진·정유경 남매를 상대로 유통에서부터 패션까지 경쟁을 벌이는 입장이 됐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식품관 사랑
‘걔들한테 지고는 못 살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식품관 사랑’으로 관련 직원들은 늘 비상대기 상태다.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해 5월부터 9개월에 걸쳐 대대적인 식품관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다. 국내 백화점 1위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신세계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식품관이기에 경영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노릇.
신 총괄회장 역시 최근 틈날 때마다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아 직접 점검에 나설 정도다.
롯데백화점의 한 직원은 “한 달에 한 번씩은 찾는 것 같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 있으면 더 자주 방문한다. 그때마다 혹시나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아닌지 전 직원이 부산스럽다”며 “솔직히 최고경영자가 움직이면 직원들은 죽을 맛이지만 고령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님의 방문이 부쩍 잦아졌다. 백화점 바로 옆 호텔에 머물고 계시니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시로 찾는 것으로 보인다. 언제 방문하겠다는 예고 없이 오셔서 매장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한다”며 “직접 찾지 않으셔도 불시에 최고경영자를 불러 보고를 받기 때문에 지위를 막론하고 전 직원이 늘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