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신문>에서 처음 시도한 ‘온라인 어린이 대회’ 예선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 실린 어린이 바둑대회 소개페이지. |
성인들은 바둑대회에 참가하려는 생각만 있으면 대회가 어디서 열리든 장소와 거리에 크게 구애받지 않지만, 어린이들의 경우는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에 지방 어린이가 참가하거나 부산이나 광주에서 열리는 대회에 서울 경기 지역의 어린이가 참가하는 것이 없지는 않으나 쉽지 않다. 보호자가 동행해야 하는 것도 참가가 쉽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온라인 대회는 일단 그런 제약에서 자유롭다. 오프라인 대회는 거의 하루나 이틀 행사다. 성인 대회는 며칠씩 가는 것도 있지만 어린이 대회는 대부분은 당일치기다. 그에 비해 지금 진행 중인 일요신문배 온라인 지역 예선은 4월 9일부터 4월 27일까지, 3주일이 걸리는 레이스다. 오프라인 대회에 비해 잔치분위기는 약하지만, 대신 훨씬 넓은 지역의 많은 어린이가 넉넉한 시간을 갖고 교류하는 새로운 마당인 것.4월 14일 대구 덕영치과 회의장에서 ‘2012 하나은행 내셔널리그’ 3~4차전이 있었다. 각 팀의 단장, 시니어 선수, 응원부대 중에는 파주에서 오랫동안 바둑교실을 운영했던 N 원장(54), 충남 서산 바둑계의 터줏대감 최 원장(57)과 P 원장(57), 강릉 바둑계의 중심 P 원장(55), 고양 일산의 K 원장(53) 등 현역 ‘바둑교실 원장님’이 몇 있었다. 사담을 나눈 자리여서 실명을 밝히진 않는데, 잘 알려진 바둑인들. 같이 어울리는 시간에 일요신문배를 화제로 삼아보았다.
“다른 이유가 뭐 있겠어? 오직 그거지. 아니 인터넷 바둑은 어른들도 걸핏하면 작국(작전대국)이니 아니니, 시비가 생기는데….”
“그런 걸 무릅쓰고 이번에 시도한 것이니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좀 무모하다고 해야 하나.”
“무모한 건 아니고, 무모하다기보다 바둑계 사정을 뭘 좀 모른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나 사실은 대단한 거지.”
“사정을 잘 아는 게 최고는 아니잖아. 과감하게 시도하려면 잘 아는 것보다 오히려 덜 아는 것이 나을 때가 많아요.”
“그리고 이제는 무엇보다도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온라인 대회는 시도할 때가 된 거예요. 시도해야 돼요. 우리 서로 믿자 이거야. 무감독 시험 같은 것처럼, 남이 안 보는 온라인이지만 그럴수록 정직하게 내 힘으로 둔다는 것, 아이들에게도 그런 걸 가르쳐야 하는 거잖아.”
“그게 어렵지. 자신 있어? 요즘 어른들이 하는 꼴을 봐. 어른들이 이 모양인데, 애들한테만 정직해라, 그렇게 말할 수 있겠어. 애들도 요샌 다 알아요. 알잖아, 당신도. 나는 바담풍, 너는 바람풍? 으이구~~”
“그럼 우리 어른들이 이러니 너희도 어른들을 보고 따라 배워라, 그렇게 가르칠 거야?”
“아니.”
“그러면?”
“가만있는 거지. 정직이니 뭐니 그런 건 좀 밀어 놓고, 바둑 열심히 가르치는 거야~~. 아니, 농담이야, 농담. 올바른 걸 가르쳐야지. 그게 너무 어려워서 하는 얘기지. 너무 어려워요.”
“아니야. 꼭 어렵다고만 할 게 아냐. 우리 학부모 중에 한 분이, 온라인 바둑대회에 나간다고 하니까, 절대 훈수하시거나 대신 두시거나 하지 말고 져도 좋으니까 제 실력껏 두게 해 달라고 말씀하시는 거야. 감동 먹었어. 정직하지 못한 어른들도 많지만, 정직한 어른도 많아.”
“그 분이 누군데?”
“태현이 아빠. 알지?”
“아~ 알아. 그 분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말씀하셨을 거야. 인격자시지. 우리 학부모 중에는 직접 와서, 내 옆에서 계속 물어보고, 저거 누가 대신 두는 거라고 하고, 난리친 분이 있는데…^^”
“기분이 좀 그랬겠네.”
“아니, 그 분도 나쁜 것만은 아니야. 처음엔 좀 그랬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그게 그 분 나름의 열정일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야구장 가서 엘지 이겨라 롯데 이겨라 그런 거랑 비슷한 거라고 이해했지. 하하.”
“그런데 태현이는 그래서 어떻게 올라갔어?”
“첫 판에서 떨어졌지. 우리 애들은 다 떨어졌어. 잘 하면 서울 가서, 한국기원 구경도 한다는 생각에 신들이 나 있었는데…. 다른 애들이 워낙 잘 두더만. 상대가 안 되던데. 우리 애들은 전부 대마가 잡혔어. 하하하.”
“선생 체면이 말이 아니었겠네.”
“그런데 아니야. 이거 봐. 애들이 나를 위로하는 거야. 선생님,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둔 거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 말이 맞아. 아이들은 어른의 아버지야. 눈물이 나올라 그랬다니까.”
“우리 애들도 다 떨어졌어. 하하하.”
“나는 그래서 출전 안 시켰어요. 괜히 애들한테 상처만 줄까봐. 그렇잖아도 서울 애들하고는 차이가 있는데, 그런 걸 굳이 벌써부터 확인시켜 줄 필요는 없잖아요.”
“당신이 좀 두어 주면 되잖아.”
“내가 둔다고 이기나요. 나보다 센 사람이 부지기순데. 같이 두어 준다 해도 내 실력이 또 안 되잖아요. 하하하하.”
“우리 애 하나는 지니까 울더구만. 그것도 그냥 진 게 아니라 한 70집쯤 되는 대마를 잡히고 졌거든. 앞으로 바둑 안 둔다면서 며칠 안 나왔어.”
“애들은 대개 그래. 그런데 여자 애들보다 남자 애들이 지면 더 울던데.”
“우리 교실은 안 그래. 당신처럼 선생이 허약하니까, 애들도 그런 거지.”
“아니야. 저 양반이 허약한진 모르겠는데, 여자 애들이 승부에는 더 독한 것 같아. 사내 녀석들은 지면 눈물이 글썽글썽해지는데, 여자 애들은 얼굴만 빨~개지지 잘 울지는 않아.”
“아이는 아주 나간 거야?”
“아니, 다시 나와. 지민이 엄마가 훌륭해. 이틀 동안 설득을 했다는 거야.”
“어떻게?”
“몰라. 왜 써먹으려구? 책 많잖아. 애들한테 교훈되는 얘기들…”
“아니, 그런 책들은 다 비슷비슷하잖아. 그런 상투적인 거 말고 생생한 현실 삶에서 우러나온 얘기가 알고 싶은 거지.”
“나중에 물어봐서 가르쳐 줄게. 당신도 어렸을 적에는 시원치 않았지? 공부나 바둑이나…^^ 용하네. 여기까지 온 거 보면.”
“…고등학교 때 선배 하나가 들려준 얘기가 있어…. 선배가 1학년까지는 한 반 60명 중에서 항상 59등, 60등을 했다는 거야. 노는 거는 물론 도사였지. 그러다가 어느 날 야, 이러다가 내가 뭐가 될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는 거야. 그래서 그래 나도 한번 해 보자, 굳은 결심을 하고 1년 동안 죽어라 공부만 했다는 거야. 그리고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자 반 석차가 20등이더래. 처음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래. 남들은 한두 달 하면 금방 상위권으로 올라가던데, 나는 1년을 했어도 겨우 20등이니, 난 정말 머리가 나쁜 모양이다 말이지. 그런데 밤늦게 도서실에서 나와 담배 한 대 피고, 터덕터덕 캄캄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는데, 퍼뜩 또 이런 생각이 들더라는 거야. 그래 나는 머리가 나쁘고, 그래서 1등은 못한다 하더라도, 그래도 최선을 다하면 나도 3분의 1의 선두대열에는 낄 수 있겠구나 말이야…. 앞에서부터 3분의 1이면 그것도 괜찮은 거 아닌가 말이야….”
“…그래서 지금은?”
“그 선배, 잘 나갔지. 퇴직하고도 요즘도 잘 나가.”
“노력해서 3분의 1의 선두대열에 꼈다면 머리가 나쁜 게 아냐. 우리는 노력해도 절반도 안 될 거야. 절반만 돼도 다행이지. 당신도 선배 말 듣고 노력해 3분의 1에 와 있는 건가?”
“들을 땐 완전 감동이었는데, 난 실천을 못했어. 내가 원래 이론에 강하고 실전에는 약하잖아…^^”
“지민이 엄마도 그 비슷한 얘기를 해 준 걸까….”
“그나저나 우리 중에는 본선에 올라갈 애들이 없어, 서울에서 만나기는 어렵겠네. 모처럼 한국기원에서 만나나 했는데.”
“그래도 한번 애들 데리고 올라가 볼까. 한국기원 구경도 시켜 줄 겸.”
“한국기원이 구경시켜 줄 만한 건물은 아닌데… 하긴 그래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니까.”
“아, 참! 이 대회는 내년에도 할 건가?”
“올해는 준비 기간이 짧아 좀 그랬지만, 내년에도 할 거고, 올해 성과가 좋으면 내년에는 보완할 거 보완하고 더 키운다고 하던데.”
“그래야지. 그래 주면 좋겠네. 요새 한국이 중국에 밀린다, 인재를 키워야 한다, 입단 문호를 넓혀야 한다, 어린이 바둑에 투자해야 한다, 설왕설래하는데, 막상 실제 투자는 별로잖아. 더구나 얘기가 돌아가지만, 온라인 대회 의미 있어요. 체육관이나 운동장에 와 모여 축제 분위기 속에서 두는 것도 좋지만, 그런 대회를 열어 주는 분들도 고마운 분들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패턴도 나와야지.”
“오프라인 대회가 보기엔 멋지고 전시효과도 있지만, 대신 좀 허무한 느낌도 있단 말이야.”
“동감이야. 온라인, 물론 문제점이 있지. 대신 두어 주고, 훈수하고, 그런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극복해야지. 극복하면서 새로운 바둑문화를 만들어 가는 거야. 문제가 있다고 시도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무슨 발전이 있겠어.”
“대신 두어도 본선은 오프라인이니 사실은 소용없는 거 아닌가. 실력이 약한 아이가 선생이 대신 두어 본선에 올라와본들 어쩌겠어. 그렇게 보면 큰 문제는 아닌 것도 같고.”
“그 아이의 문제도 문제지만, 그 아이 때문에 진짜 올라갈 아이 누군가가 못 올라온다는 게 문제지.”
“나는 너무 나가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온라인 대회를 통해서, 정직한 바둑대회를 통해서 이렇게 정직한 대회도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에 좀 보여 주었으면 해요.”
“바둑 선생들부터 모범을 보여야겠지. 우리는 그래도 좋은 선생님 축에 들겠지? 이기고 지는 것보다 정직을 가르치고 싶어 하니까…^^”
“정직한 바둑.”
이광구 객원기자
경인지역 유단자 8강전
살아도 산 게 아니네…
소개하는 <장면>은 경인지역 유단자부 P군과 O군의 8강전. P군이 백. 흑백이 큰 모양으로 대결하고 있다. 흑1, 백2로 피차 모양을 키운 다음 흑3으로 붙여간 것은 삭감의 상용수단인데, 지금은 좀 빨랐다. 흑9까지 살기는 했으나 백의 바깥이 아주 두꺼워졌다. 실리의 손실을 벌충하고도 남을 모습이다. 백12, 14는 쾌조의 진군. 계속해서 ?
<1도> 흑1~백4에서 흑5로 들어간다. 백10 자리를 밀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바쁘다. 백은 6을 선수한 후 10-12로 밀어붙인다. 진영의 폭에서 백은 이미 흑을 압도하고 있다.
백12 때 흑13으로 퇴로를 확보하자 백14, 기분 좋은 두점머리 두들기기. 흑15, 나중에 어찌 되든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는 건데, 백16-18에서 20이 통렬한 급소 일격. 계속해서?
<2도> 흑1에는 백2가 준비된 수. 흑은 4의 곳을 받을 시간이 없다. 그러나 실전도 백4 이하로 뚫리고, 흑5~13으로 사는 모습도 구차하거니와 백18로 흑 석 점이 잡혀서는 거의 끝. <장면> 흑3이 고전의 원인이었다. 흑3으로는 ?
<3도> 흑1 정도의 삭감이 유연하고 적절했다. A-B를 맞보자는 것. 경우에 따라 C로 붙여가는 강수도 가능하다.
<장면> 백12 때도 흑13이면 백14가 빤하므로 이렇게 장단을 맞추어 줄 것이 아니라 <4도> 흑1처럼 방향을 틀 자리였다. 백2면 흑3으로 유연하게 나아가면서 흑A를 노린다. 흑A는 흑B의 반격을 보는 것. 흑C 같은 수도 있다.
또 <1도> 백6 때 흑9로는 <5도> 흑1, ‘차렷’으로 받는 수가 있었다. 이랬으면 <1도> 백16의 활용수는 없었으며 실전의 참화도 없었다.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