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때만 소통하나요
그런데 정 의원 측은 기자에게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번호도 기재되어 있느냐”라고 넌지시 물었다. 사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휴대전화도 비선라인만 알 뿐 대부분의 의원들도 모른다. 한때 공천을 앞두고 의원들이 휴대전화에 발신번호제한이 뜨면 박근혜 위원장인 줄 알고 기뻐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정 의원 측 질문에 따라 확인해본 결과 박 위원장 번호는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보좌관의 번호였고 기자와 통화가 연결된 그 보좌관은 “언론 관련은 이상일 대변인에게 문의하라”고 차갑게 응대했다. 휴대전화 번호를 미기재한 정몽준 의원이나, 기재해도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없는 박근혜 위원장이나 ‘불통’이라는 점에선 별 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휴대전화 연락처나 연결 여부가 별 것 아니게 보일 수도 있지만 대권주자들이 날마다 외치는 국민들과의 첫 번째 소통과정이 이렇게 권위적인 벽에 막혀 있다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에서도 미기재자가 한 명 있었다. 유일하게 연락처가 누락된 이해찬 전 총리에 관해 민주통합당 오정식 대변인은 “세종시에 마지막으로 후보 등록하는 과정에서 공보국에서 빠뜨린 것 같다”라며 “이 당선인은 십수 년 전부터 공식 인터뷰 외에 기자들과 별도로 통화를 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 인터넷 매체 기자는 “중진 이상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수행비서나 보좌관들이 대신 받고 그마저도 속시원하게 연결되는 경우가 10번 중 2~3번에 불과하다. 기자들의 연락이 귀찮고 불편하다는 걸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자신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기자들과의 통화를 거부하고 일부 인사들과 은밀한 관계만을 지속하려는 풍토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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