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 세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재난 소식이 들려왔다. 사람들이 잠든 새벽 4시경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국경 지역을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은 사건 발생 8일 만에 4만여 명의 사망자를 넘기며 100년 내 유럽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었다.
제작진은 참사 발생 직후 튀르키예의 진원지로 향했다. 한국의 명동거리와 비슷하다는 '가지안테프'의 중심 상권 거리도 전부 문을 닫은 상태였다. 2월 6일 이후에도 인근 지역까지 3000번이 넘는 여진이 계속돼 건물에서는 유리나 돌 파편이 떨어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계속됐다. 그러나 아직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생환 소식을 기다리며 무너진 건물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수색 현장에서 만난 뮤류벳 씨. 그녀의 남편은 2년여간 코로나로 만나지 못한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지난 2월 5일 튀르키예를 방문했고 그날 새벽 발생한 지진으로 잔해에 묻혀 실종되었다. 소식을 듣고 급히 런던에서부터 달려왔지만 사건 발생 6일이 지나서까지 남편의 생존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뮤류벳 씨는 남편이 꼭 살아 돌아올 거라는 믿음으로 사고 현장 인근의 차 안에서 생활하며 구조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밤 제작진이 뮤류벳 씨를 다시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남편의 장례식장이었다. 7살, 11살 어린 두 아이의 아빠였던 남편은 결국 주검이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외뮤르 씨의 아버지는 오랜 투병을 끝내고 퇴원을 앞두고 있었다. 퇴원 바로 전날 새벽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은 아버지와 병간호하던 형을 덮쳤다. 지진 발생 3일째까지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자 가족을 찾던 이들은 함께 맨손으로 잔해더미 속을 파헤쳤다. 사흘간 3명의 생존자와 15명의 사망자를 찾아냈고 사망자 중에는 외뮤르 씨의 아버지와 형도 있었다.
남겨진 6살 조카의 생일은 2월 6일. 참사가 발생한 바로 그 날이었다. 앞으로 남겨진 생일을 아버지의 기일로 보낼 어린 조카, 그리고 같은 비극을 겪은 아이들을 위해 외뮤르 씨는 아직도 현장에 남아 다른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붕괴한 건물은 4만 7000여 채로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 사람은 15만 명에 이른다. 제작진이 만난 이들은 추위를 피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과 길거리, 차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한 가족은 차고를 개조해 이웃 가족과 함께 모여 8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간신히 생명을 건진 이들에게 남은 삶은 또 다른 생존이었다.
참사 발생 8일이 지나 공식적으로 보고된 사망자는 4만여 명. 그중 6000명은 시리아인이다. 10여 년 넘게 지속된 내전을 피해 튀르키예로 향한 피란민과 반군 점령지에 거주하는 이들까지 합하면 그 피해를 집계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각국과 구호단체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지만 정쟁과 지진으로 끊겨버린 도로를 넘지 못했다. 고립된 이들은 제대로 된 구조장비도 없이 꺼져가는 생명을 위해 곡괭이와 삽을 들고 직접 나섰고 기적적으로 잔해를 뚫고 살아남은 이들도 제대로 된 음식이나 의약품도 없이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야 한다. 시리아 국경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참사 발생 57시간 만에 가장 피해가 심각했던 지역 중 하나인 '카르만마라슈 주'와 '하타이 주'를 찾은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그는 초기 대응의 결함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재난 대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만난 '귤세느 우차르쿠스' 이스탄불 공과대학교의 지질학과 교수는 건축 내진 규정을 제대로 지켰지 않았기에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19년 '최신 방진 규제를 통과한 1등급 건물'이라 홍보한 고급 단지가 수 분 만에 내려앉는 장면은 SNS에 급속도로 확산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부실공사 혐의로 지진 피해지역 10개 주 건설업자 및 책임자 12명을 체포하고 11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전했다.
재난 발생 수일이 지나고 가족이 살아 돌아올 것이란 희망은 점점 옅어져 간다. 그러나 암흑 속에서 200여 시간을 버텨낸 기적적인 생환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이들은 마지막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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