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를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더 글로리'에 관한 여러 감상평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과거 학교 폭력 피해였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작진이 학교 폭력 피해 당사자들의 현실은 '더 글로리'보다 더 참혹하고 씁쓸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2년간 고시원에서 은둔 생활을 하거나 도리어 폭행의 가해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 이재준 씨(가명)는 "중학교 때는 꿈이 살인청부업자였어요. 걔들만 없으면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성장기에 겪은 폭력인 만큼 시간이 지나도 피해자에게는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학교폭력. 안전해야 할 교육의 공간인 학교에서 피해자들은 과연 보호받을 수 있는가.
학교폭력이 증거 싸움으로 변질되는 틈을 타고 학폭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학생들 사이의 분쟁을 다루는 교육지원청 산하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처분을 믿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해결사를 찾아 나선 것이다.
가해 학생들의 처분 수준을 낮춰주겠다는 변호사들부터 가해 학생들을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등 응징해주겠다는 불법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제작진은 학교폭력 사례를 각색해 로펌과 흥신소 등에 도움을 요청해봤다.
A 흥신소는 "일주일 동행하는 데는 비용이 250만 원이고요. (가해 학생들에게) 폭력을 원하시는 경우에는 한 명당 1000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 원 정도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부당한 학폭위 처분을 받아야 했던 당사자들을 만났다. 그중 초등학교 6학년 준영(가명)이는 학폭위 결과가 나온 뒤 한 학기 내내 등교를 하지 못했다. 교내에서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음에도 학폭위의 낮은 처분으로 가해 학생과 같은 반에서 생활해야 했기 때문이다.
악몽을 꾸고 환청을 듣는 등 불안 증세를 겪는 준영(가명)이는 지금도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다. 학폭위의 부적절한 처분으로 인한 타격이 고스란히 피해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학교 폭력으로 상처 입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할 것은 피해 학생을 제대로 보호하고 치유하는 일일 것이다. 학폭위가 중립과 공정함을 외치는 사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이켜 봐야 할 때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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