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8년 차인 윤영미와 황능준 부부는 스스로를 '원조 부부'라고 소개하며 상담소 문을 두드린다. 이들은 윤영미는 '맑은 눈의 광인'으로 일명 '맑.눈.광'의 원조이며 황능준은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를 일컫는 '와카남'의 원조라고 밝힌다.
웃음을 주며 등장한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윤영미는 "한 번도 통장에 돈이 쌓여본 적이 없어요"라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윤영미는 남편이 마지막으로 생활비를 준 게 20년 전이라 밝히며 '무급 남편' 황능준에 대해 고백한다. 가정의 경제적 책임을 홀로 지고 있다는 윤영미는 가장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한다.
그는 집 렌트비와 자동차 렌트비, 두 아들의 유학비와 생활비까지 어마어마한 지출을 혼자 감당하고 있다며 "내가 무너지면 홍수가 나서 가족들이 다 떠내려갈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황능준은 "일부러 안 버는 건 아니에요"라며 마냥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음을 밝힌다. 그는 목회 일을 하며 탈북민을 도왔던 것과 농작물 유통 사업 등 했음을 밝히며 '돈을 안 번 건 아니지만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 돕는 데 많이 썼을 뿐'이라고 얘기해 부부의 경제 갈등이 심각한 상황임을 드러낸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부부싸움 원인 1위는 경제 문제임을 알리며 경제적 만족감이 떨어지면 부부 갈등도 심화된다고 설명한다. 20년간 지속돼 온 윤영미, 황능준 부부의 갈등 역시 주의 깊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오은영 박사는 두 사람의 결혼 만족도 검사를 언급하며 두 사람의 경제 갈등 영역 수치가 역대 '최악'임을 확인한다.
오은영은 두 사람의 갈등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황능준이 생각하는 경제 활동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에 황능준은 "금액에 상관없이 수입이 발생하면 경제 활동. 전 돈 버는 재주가 없다"고 대답한다.
이에 윤영미는 황능준이 일하고도 지인이라는 이유로 일당을 사양하는 것은 물론 식당 직원들에게 2만 원씩 팁을 주기도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데 황능준은 "일당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항변해 서로의 생각을 굽힐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인다.
부부의 대화를 유심히 지켜보던 오은영 박사는 황능준이 '이웃을 돕는다'는 얘기를 할 때 내면으로부터 힘이 끓어오름을 포착한다. 노동의 대가로 돈을 요구하고 부를 축적하는 행위를 세속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황능준을 당황케했다는 후문.
오은영은 황능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제적 약자와는 돈과 마음을 나누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아내는 경제적 '강자'로 생각해 마음을 나누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두 사람에 대한 심층 분석을 이어간다.
또 황능준은 아내와 1~2주에 한 번 만나지만 살가운 건 단 2시간뿐이라 고백한다. 돈 얘기가 시작되면 아내로부터 비수 같은 말들이 날아와 짜증이 나기도 한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는 황능준. 그러나 윤영미는 '남자가 경제적 역할을 감당하지 않는 건 대단한 핸디캡이라고 생각한다' 발언해 경제 문제로부터 시작된 부부 갈등 또한 심상치 않음을 드러낸다.
계속해서 윤영미, 황능준 부부의 갈등을 파헤치던 오은영 박사는 심층 상담을 위해 두 사람의 어린 시절에 대해 파고든다. 윤영미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24시간 주유소를 운영하던 강직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고 황능준은 학창 시절 두 번의 부도를 겪었음에도 이웃에게 베풂을 실천한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이를 유심히 듣던 오은영 박사는 두 사람의 경제적 가치관이 정반대임을 포착해 두 사람이 가진 '돈'에 대한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며 두 사람의 경제 갈등을 해소의 실마리를 완벽하게 찾았음을 예고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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