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교 의원이 음주뺑소니 방조 비판과 더불어 선거법 위반 의혹도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용인서부경찰서는 당시 사건 현장을 지켜보던 한 목격자의 제보를 받고 출동해 사건 발생 2시간이 지난 자정 무렵 정 씨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8%. 결국 그녀는 음주운전 및 특가법상 도주차량(뺑소니)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정 씨와 함께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소란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던 한선교 의원은 경찰 조사 자체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서부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피해자인 정 씨가 당시 사고 사실을 모두 시인했기 때문에 동승자들에 대한 별도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현행법상 동승자인 한 의원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이 보도되고 음주운전을 묵인했다는 비난이 고조되자 한 의원은 지난 4월 30일 보도 자료를 내고 “막걸리 1병을 3명이서 나눠 마셨고 이것이 운전자의 음주량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막걸리 한 병을 세 명이서 나눠마셨는데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으로 나올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도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막걸리 2~3잔으로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나오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 한 의원의 해명이 사실이 아니거나 운전자가 뺑소니 뒤 경찰에 잡혀 음주검사를 받기 전 2시간 동안 또 다시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 부분과 관련한 별도의 경찰 증언은 없었다. 기자는 또 다른 술자리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선교 의원실과 지역사무실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으로 나온 데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 의원의 ‘막걸리 한 병’ 해명 부분도 설득력이 있게 된다. 이에 대해 한 의원 측은 “보도자료에서 해명한 내용이 전부”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최초 보도한 <기호일보> 우승오 기자는 기사화 과정에서 한 의원 캠프 측으로부터 전화 연락 등의 압력에 시달렸다고 한다(이에 대해 한 의원 측 관계자는 “우리쪽에서 먼저 전화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음). 우 기자는 “이번 일은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4월 27일 제보를 통해 알게 됐고 지역의 다른 언론사 기자들 역시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일부는 취재도 했던 것으로 아는데 기사화가 된 곳은 우리뿐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 의원 측이) 꼭 압력을 행사했다라기보다 이 지역 대다수 기자들이 한 의원 캠프 측과 친분 관계를 맺고 있다 보니 그런 부분(한선교 의원 관련 기사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기호일보> 역시 첫 보도 당시 한선교 의원 이름을 명시하는 대신 ‘A 의원’으로 익명 보도했다. 우 기자는 “이번 사건은 한 의원이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소 억울할 수 있지만 음주운전을 방조했다는 것은 분명 큰 잘못이다. 또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본인이 문제를 키운 측면이 많다”라고 전했다.
<기호일보> 외 다른 언론사에서 해당 사건을 알고도 기사화되지 못한 상황에 관해 한 인터넷 매체 기자는 “한선교 의원은 아나운서 출신인 만큼 언론 쪽 인맥이 두텁고 특히 19대 국회 차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지방 언론사의 경우 한 의원이 단순하게 얽힌 이번 사건을 내보내기가 망설여졌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사실 한선교 의원과 경기 지역 기자들 간의 힘겨루기는 이번 사건뿐 아니라 4·11 총선 과정에서도 존재했다. 19대 공천 심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23일, 민주통합당 김종희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도청의 실체가 밝혀졌다”라며 한선교 의원을 지목했고 이에 한 의원은 “이미 경찰과 검찰에서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이라고 맞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 의원 측은 경기도 소재 57개 언론사에 ‘대한민국 국회’라는 이름으로 “김 예비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니 이를 기사화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극악무도한 행태”라며 한 의원을 비난했고 실제 이 공문을 받았던 우 기자 역시 “공문이 아니라 협박문에 가까웠다. 이번 사건만 보더라도 민주당을 향해 법적 대응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전했다.
한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음주뺑소니를 방조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 의원 측은 앞서의 반박 보도 자료를 통해 “사건 당시 모임은 저를 지지하는 학부모들이 축하와 함께 당부의 말이 있다고 해 동석한 자리였다”라고 밝혔다. 불구속 입건된 정 씨는 용인 지역 한 초등학교의 운영위원장으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선거 뒤풀이 성격으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라고 진술한 상태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후보자가 일반선거구민을 모이게 하여 당선축하회 또는 낙선에 대한 위로회를 개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선거법 상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을 경우 국회의원 당선은 취소된다.
용인수지구 선거관리위원회 한 관계자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확인 결과 아직 한 의원과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의 인터넷 매체 기자는 “지역선관위가 지역구 3선 의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결국 뺑소니 차량 동승 문제나 선거법 위반 사항 모두 경미한 사안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