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둘 다 소망교회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멤버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요신문DB |
실제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구속)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횡령 규모와 비자금 조성 액수가 각각 수천억대와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이 각각 2205억 원(1673억 원 미납)과 2397억 원(231억 원 미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부산저축은행에 이어 제2의 저축은행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사정당국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제2의 저축은행 리스트’가 나돌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 리스트에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부터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신구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거센 정치적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제2의 저축은행 리스트’는 임석·김찬경 회장의 화려한 정관계 인맥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두 사람은 DJ정권부터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관계에 막강한 인맥을 구축해 왔다. 전남 무안 출신인 임 회장은 DJ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급성장했다. 과거 임 회장과 솔로몬저축은행이 각종 비리 의혹 및 구설에 시달렸음에도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정권 실세들의 비호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 회장은 2002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한 뒤 대포통장 1만여 개를 만들어 인수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당시 수사당국이 내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정권 실세의 비호로 무마됐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임 회장은 DJ정권은 물론 현 정권 실세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1987년 DJ의 친위조직이었던 민주연합청년동지회(약칭 연청) 기획국장을 지낸 바 있는 임 회장은 이때부터 동교동계를 비롯해 구 민주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1998년 DJ의 미국 순방길에 동행을 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3년에는 이헌재 초대 금감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총괄회장으로 영입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현 정부 인사들과도 친분을 맺어 왔다. 소금회는 이 대통령이 2007년 말 대선에서 당선되기 전까지 참여했던 모임이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도 소금회 멤버다. 이 대통령 형제 외에도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만수 산업은행 회장 등 금융권 유명인사와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 모임에 소속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김찬경 회장도 멤버인 것으로 확인된다.
솔로몬은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 2차 영업정지 대상을 선정할 당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막판에 퇴출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금융업계 주변에서는 현 정권의 실세와 고위 관료가 배후에서 솔로몬의 퇴출을 막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 측이 퇴출을 막기 위해 이상득 의원 측에 로비 자금을 건넸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당시 이 의원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 바 있다.
김 회장도 신구 정권을 거쳐 막강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대통령 형제와 사적인 인연을 맺는 등 현 정권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2007년 4월 고려대 박물관 문화예술최고위과정(APCA) 1기에 등록할 당시 부인 하 아무개 씨와 함께 이 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가 함께 듣는 APCA는 16주 일정의 프로그램으로 수강료는 700만 원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비롯한 이 대통령의 측근과 지인 상당수가 함께 다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당시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이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줄을 대거나 친분을 쌓기 위해 김 회장이 의도적으로 APCA에 등록했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김 회장은 또 지난 2009년 유력한 정·관계 인사들과 함께 서울법대 최고지도자과정(ALP) 10기에 다녔던 것으로 확인됐다. ALP 10기 동문 명부에는 정진영 청와대 민정수석,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추미애·김태호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 고위 판사, 국정원 국장, 금감원 간부 등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이 야권 유력인사에게 접근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이 불법대출한 돈을 갖고 차명으로 소유한 충남 아산 소재 골프장은 현 야권 유력 인사와 가까운 변호사가 대표로 있었다. 또한 김 회장은 충청권 출신 정치인 및 정관계 인사들과도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횡령액과 비자금 또한 ‘리스트’ 실체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 임 회장은 약 1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합수단은 5월 8일 임 회장이 외국 선박을 실제가보다 비싸게 매입해 약 1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선박 매입가를 장부에 높게 적어놓고 차액을 해외 예금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임 회장이 조성한 100억 원대의 비자금을 해외 부동산 구매나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임 회장이 퇴출을 막기 위해 현 정권 실세를 비롯한 여야 정관계 인사들에게 비자금을 살포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 회장의 횡령액 및 비자금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김 회장의 횡령액은 구속(8일) 당시 470여억 원이었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5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차명으로 세운 SPC 수십 곳에 대출해 준 3000여억 원 중에서 1000억 원 정도의 불법대출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대출된 1000억 원의 자금이 대부분 김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것으로 드러난 충남 아산의 골프장을 매입하는 데 쓰였다는 점에서 불법대출금 상당액을 개인적으로 착복했을 것으로 보고 사용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김 회장이 은행 퇴출을 저지하기 위해 현 정권 실세를 비롯한 친분 있는 유력 정치인들을 상대로 ‘구명로비’를 전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빼돌린 횡령액이 수천 억대에 달한다는 점에서 그 중 상당액이 정관계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미래저축은행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매장량을 부풀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NK인터내셔널의 2대 주주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파이시티 사건으로 구속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한 현 정부 몇몇 실세들이 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이 이들 실세들을 상대로 ‘퇴출 저지’ 로비를 펼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 지난 1월 CNK인터내셔널 본사 압수수색 모습. CNK 주가조작 연루의혹을 받은 박영준 전 차관 등 실세들과 김찬경 회장의 관계가 주목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야권 일각에서는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인사들 중 구 정권 인사들이 1차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파이시티 사건과 관련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 전 차관 등 여권 거물급 인사 두 명을 구속한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구 정권 인사들을 우선적으로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저축은행=MB맨 ‘수렁’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저축은행 게이트 사건으로 현 정권 실세를 비롯한 유력 인사들이 줄초상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초에 터진 부산저축은행그룹 사건은 현 정부 실세들과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들의 무덤이 됐다. 2007년 대선정국 때 ‘BBK 소방수’ 역할로 공을 세웠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구속됐고, 은 전 위원에게 로비를 받은 혐의로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또한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박태규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두우 전 청와대 수석이 구속됐고, 김해수 전 정무비서관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저축은행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 고위 공무원들도 대거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
제일저축은행 사건 때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사법처리됐다. 이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씨는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4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통령의 손윗 동서 황태섭 씨는 제일저축은행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유 회장으로부터 사무실과 수억대의 고문료를 제공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은 유 회장으로부터 저축은행 관련 청탁을 받고 사례비 명목으로 현금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삼화저축은행 사건에도 정권 실세들과 유력 인사들이 등장했다.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부실 덩어리였던 삼화저축은행 고문을 맡았다는 이유로 청와대에서 불명예 퇴진을 했다. 이 대통령의 조카사위 전종화 씨는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회장, 브로커 이철수 씨, 이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이었던 윤만석 씨와 함께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부인인 서향희 씨는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억 원대의 급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프라임저축은행 사건에서는 이상득 의원이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영업정지된 프라임저축은행으로부터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수사 과정에서 이 의원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장롱 속 ‘뭉칫돈 7억 원’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수사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