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현대의 에닝요. 일요신문 DB |
이유는 단 하나였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기 위함이었다. 2014브라질월드컵이 모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여기에 자신이 의지해온 스승이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큰 힘을 실어줬다.
최 감독이 에닝요의 의사를 전달받고 돕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여기에 편승해 스포츠 분야 특별귀화를 위해 국내 체육계 최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에 심의 추천 요청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체육회가 추천 허가를 내줬다고 하더라도 법무부의 최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지만 상대적으로 국적 취득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건 맞다.
먼저 법무부가 내세우는 특별귀화의 요건 중에는 학계, 경제, 문화, 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로서, 대한민국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자를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충족해야 할 일반 요건이 흥미롭다. 품행이 단정한 자 외에 국어능력 및 대한민국 풍습에 대한 이해가 높은 자를 조건으로 걸었다. 한데 에닝요는 거의 한국말을 하지 못한다. 에닝요는 체육회의 법제상벌위원회에서 진행된 면접에 참석했을 때,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좋지 못한 점수를 받았다. 당시 그와 함께 특별귀화 추천 대상에 오른 이가 수원 삼성 라돈치치(29)였다. 그런데 라돈치치는 ‘귀화 선수는 5년 이상 해당국에 체류해야 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자격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축구협회가 스스로 결정을 철회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에닝요의 소식이 처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때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언론들도 각각 입장이 달랐고, 축구 팬들의 반응도 긍정과 부정이 팽팽히 엇갈렸다. 최 감독을 도와 에닝요의 귀화 추진을 시도했던 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요즘은 다문화 가정도 늘어났고,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게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반대하는 쪽의 입장도 뚜렷했다. 에닝요가 과연 대표팀에서 뛸 만한 능력이 있느냐는 원론적인 반론부터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고 문화적인 이해도가 낮다는 부분까지 검증 과제로 거론됐다.
지금껏 체육계에서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선수들은 총 4명이다. 문태종과 문태영 형제, 킴벌리 로벌슨이 농구 분야에서 혜택을 입었고, 화교 3세인 공샹찡이 쇼트트랙 분야에서 한국인이 됐다. 대부분이 혼혈인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고려됐다. 그러나 에닝요는 순수한 외국인이었다. 체육회는 “순수 외국인이 아직 특별귀화를 받은 사례가 없어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라했다. 에닝요는 자신의 축구화에 태극기를 새기는 등 한국 사랑을 알리지만 일부 축구인들은 “정말 한국 국적을 따고 싶어 했다면 7년간 한국에 머물면서 왜 한국어를 배우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또 과거에는 왜 귀화 추진을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모국의 월드컵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비친다는 의미다.
최 감독의 애매한 위치도 악영향을 줬다. 현재까지 최 감독의 공식 임기는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 항간에서는 최종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뒤, 축구계가 지원사격을 하면 결국 본선에서도 지휘봉을 잡지 않겠느냐는 시선을 보내지만 최 감독의 뜻은 확고하다. 체육회는 “에닝요가 월드컵 예선에서 뛴다고 쳐도, 과연 차기 감독이 본선에 (에닝요를) 데려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고 전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