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 “시간 두고 현명한 방법으로 공개할 것”…부친 전재용 “아들 많이 아프다, 돌보지 못한 애비 잘못”
일요신문은 3월 15일 오전 5시경 메신저를 통해 ‘전두환 손자’ 전우원 씨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전 씨는 자신이 주장한 전두환 씨 일가 비리 의혹 관련 내용을 증빙할 방법으로 “제 계좌를 추적하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관련 자료는) 악용 위험이 있어 시간을 두고 현명한 방법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 도중 전 씨는 기자에게 “마약범 마약사용 여부, 성범죄자들은 그(범죄사실) 여부를, 비자금 은닉하는 자들은 그(비자금 은닉사실) 여부를 지금 법이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전 씨는 “그래서 범죄자들이 세상에 뻔뻔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이라면서 “약자 인권은 묵살되고 권력자는 보호된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3월 13일부터 인스타그램에 각종 영상 및 사진 등을 게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한 영상에서 흰 셔츠를 착용한 전 씨는 “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이자 전재용 씨 아들”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전 씨는 “제 가족들이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 행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 영상을 찍었다”고 했다.
아버지 전재용 씨(전두환 씨 차남)에 대해 전 씨는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법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 사기행각을 벌이며 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 자(전재용)가 미국에 와서 어디 숨겨져 있는 비자금을 사용해 겉으로는 선한 척하고 뒤에 가서 악마의 짓을 못하도록 여러분이 꼭 도와달라”면서 “저도 죄인이고 제 죄는 달게 받겠다”고 호소했다.
전두환 씨 삼남 전재만 씨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전 씨는 “전재만은 현재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사업분야다. 검은 돈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자신이 전재용 씨 아들임을 증명하는 차원에서 여권, 미국 현지 운전면허증, 고등학교 성적표, 대학교 성적표, 정신과 치료 기록, 어린 시절 전두환 씨와 함께 찍은 사진 등 각종 개인정보 관련 서류들을 공개했다.
공개한 서류 중엔 육군사관학교가 영문으로 발급한 전역예정증명서도 있었다. 전 씨에 따르면 그는 육군사관학교에서 병장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전 씨 조부 전두환 씨는 육군사관학교 11기 출신으로 군 내에서 사조직 하나회를 결성해 쿠데타를 일으킨 뒤 대권을 잡았다. 1988년 2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전두환 씨는 2021년 11월 사망하기 전까지 여생을 연희동 자택에서 보냈다.
전 씨는 “연희동 자택에 구비돼 있는 스크린골프 시설”이라는 주장과 함께 짧은 영상클립을 올리기도 했다. 이순자 씨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골프채를 휘두르는 영상이었다.
다른 영상에서 전 씨는 조부인 전두환 씨를 향해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전 씨는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는 우리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 전 씨는 자신 역시 범죄자라고 자책하며 “죄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 선택까지 했었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제 가족들은 제 정신과 치료기록을 이용하면서 ‘미친 놈’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면서 “작년(2022년) 1월부터 우울증,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받았다.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나와 지금 몇 달간 일을 잘했다”고 했다. 전 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전 씨는 지인으로 추정되는 다수 인물 사진을 여러 차례에 걸쳐 게시했다. 지인들과 관련한 구체적인 신상을 언급하면서 마약 투약, 성범죄 등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지인 관련 일부 게시물은 신고 절차를 통해 삭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전 씨는 “저를 신고하는 자들이 많다”면서 “어제는 경찰이 들이닥치고 오늘은 인스타그램 포스트들이 삭제되고 유튜브에서 동영상 삭제 경고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열심히 신고해 달라. 내 죄와 모든 잘못을 폭로해 달라. 처벌은 달게 받겠다. 더 이상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겠다. 남은 인생 사회 약자들을 위해 그리고 하나님을 위해 바치고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는 병들었다”면서 “여러분이 두 눈으로 보고 판단하시라”고 덧붙였다.
전 씨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지인, 취재진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와 나눈 대화 및 문답 내용 캡처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전 씨는 포스팅을 통해 전두환 씨 재산 상속 관련 서류를 공개하기도 했다. 서류엔 전두환 씨 일가 자녀 및 손자·손녀 이름이 적혀 있고, 상속포기 여부 등이 기재됐다. 공개된 서류에 따르면 손자·손녀 가운데 단 한 명이 한정 상속승인을 했다.
상속포기 관련 서류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도 있다. 영상에 따르면 전 씨는 서류를 들어 올리며 “상속포기 관련 서류다. 인증 받았다”면서 “여기서 신기한 게 저희(손자·손녀) 다 상속 포기를 했는데 한 분만 상속 한정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몰라서 이게(상속승인 사실이) 신기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아무튼 저는 상속포기를 했다. 혹시라도 가족들이 구성원이 아니라는 프레임을 씌울까 봐 동영상을 찍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재용 씨는 3월 15일 조선닷컴과 통화에서 “우리 아들이 많이 아프다. 갑자기 나보고 악마라 하더라. 그래서 ‘그냥 아빠와 둘이 살자’고 했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쓴 글도 알았으나 막을 수가 없었다. 저는 가족이니까 괜찮은데 지인 분들이 피해보셔서 정말 죄송하다”면서 “아들을 돌보지 못한 애비 잘못”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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