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뱅·카뱅 모임통장 진입장벽 낮아 큰 호응…시중은행 보이스피싱 규제 등 탓에 진입 부담
#모임통장, 너도 나도 출사표
토스뱅크가 지난 2월 1일 출시한 모임통장이 출시와 함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6월 모임통장 출시를 예고한 바 있던 토스뱅크는 8개월 만에 서비스를 출시했다. 토스뱅크는 모임통장 신규 가입 고객에 모임지원금을 지급한 데 이어 최근에는 모임통장 고객만을 대상으로 항공권 협찬 이벤트까지 출시하며 모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모임통장을 주력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던 카카오뱅크 역시 1월 말 ‘생활비 관리 기능’과 ‘회비 관리 기능’을 신설하고 2월 중순까지 모임지원금 이벤트를 열며 맞불을 놓았다.
케이뱅크도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모임통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시중에 나와 있는 모임통장 서비스와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할지는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이 최근 ‘하나 모임통장’ 상표(브랜드)를 출원하며 모임통장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2월 기존에 운영 중이던 모임통장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이번에 리뉴얼을 거쳐 새로 출시할 방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존 통장은 지점에서 직접 가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번에 준비하는 서비스는 모바일 사용에 최적화해 기존 모임통장보다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임통장의 장점은 회원 모두가 입·출금 내역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전까지는 회비를 입금받은 총무가 결제 내역을 따로 정리해 공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모임통장이 이 불편을 크게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족들이나 친구들 간에도 여행이나 잔치 등에 목돈이 들어갈 일이 있는데 그걸 투명하게 모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편리하다”며 “특히 한국사회는 동창회, 스터디 등 정기적인 모임도 많기 때문에 모임통장을 활용할 일이 많다”고 분석했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운영하는 모임통장은 진입장벽이 낮은 덕에 이용자 입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비대면으로 쉽게 모임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데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하지 않은 회원도 모임통장에 가입할 수 있다. 토스뱅크는 연락처를 통한 친구초대 방식으로 회원을 추가할 수 있다. 공동명의로 통장을 만들어서 각자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고 그 사용분만큼 각각 연말정산할 때 반영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도 모임통장은 놓칠 수 없는 먹거리다. 기업과 대출 계약을 맺으며 급여 통장을 손쉽게 유치할 수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고객 유입효과가 뛰어난 상품이 아쉬운 상황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모임통장은 복수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어 모객 효과가 뛰어나고 입소문을 타기 때문에 인지도를 높이기에 유리하다”며 “기업 대출이 불가능한 인터넷은행으로서는 개별 고객이 효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모임통장 같은 상품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여전히 보수적…왜?
반면 시중은행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시중은행의 모임통장 서비스는 인터넷은행에 비해 큰 호응을 얻지 못해 중단된 사례가 적지 않다. 2011년 하나은행은 모임통장, 신한은행은 김총무, 우리은행은 우리U모임통장을 출시했고 2016년 KB국민은행은 KB짝꿍통장을 운영했지만 모두 소비자 이용률이 저조해 잇달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모임통장을 유지하고 있는 건 NH농협은행뿐이다. 하나은행이 최근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아직 개발 중인 단계이고 국민·우리·신한은행은 모두 모임통장의 재출시를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서비스 이용률이 저조했던 까닭은 비대면으로 신속하게 모임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인터넷은행과 달리 이용에 제약이 많았던 탓이다. 모임에 대한 회칙이나 정관을 먼저 정해야 했고 회원들이 통장 사본과 신분증을 소지한 채 지점 창구까지 가서 복잡한 서류 처리를 거쳐야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진짜 모임이 맞는지, 그렇다면 회칙이 있는지, 원들이 각자 자기 이름으로 계좌를 갖고 있는 게 맞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보이스피싱에 활용될 우려와 관련 규제가 있어 모임 계좌를 함부로 못 열어준다”며 “급여로 쓰는 계좌를 제외한 신규 계좌를 별다른 서류 검토 없이 비대면으로 열 경우 한도제한계좌만 개설이 된다. 인터넷은행이 약간 덜 보수적으로 진행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도제한계좌란 계좌를 개설할 때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기 위한 제도로 시중은행에서 개설한 신규 계좌의 인출이나 하루 이체 한도는 30만~100만 원 선이다.
실제로 동일한 규제 탓에 카카오뱅크는 모임통장 개설 시 모임장이 원래 사용하던 주계좌를 모임통장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한도 제한을 회피했다. 토스뱅크 모임통장은 카드당 일 100만 원·월 2000만 원, 모임통장당 일 1000만 원의 사용한도가 설정돼 있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기준이 느슨하다는 평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반응이 확인됐기 때문에 기존 은행들도 조금 검토 중인 수준인데 정말 전략적으로 중요한 상품이었다면 이미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모험을 안 한다. 모임통장이어도 엄연한 명의자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명의자의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는 게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합당한지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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