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규 총장 |
이사회에선 김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고, 김 총장은 사실상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동안 김 총장에게 어떤 비리 의혹이 있었고, 그가 어떤 행보를 보여 왔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불명예 퇴진을 앞둔 김 총장과 건국대 사태를 알아본다.
2010년 학교발전을 위해 외부인사(서울의대 교수)로 건국대 총장에 임명된 김진규 총장은 ‘기업형 개혁성향 총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취임 전 그의 공약은 파격적이었다. 임기 중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의사 출신인 만큼 주 1회 대학병원을 방문해 직접 진료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후 김 총장은 자전거가 아닌 외제차 2대를 총장 관용차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고, 병원진료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무리한 개혁안은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만 샀다. 개혁의 선봉장이 아닌 ‘개혁 퍼포먼스’ 이미지로 포장된 허상이라는 비난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김 총장은 수많은 구설과 비리 의혹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리 의혹에 대해 김 총장은 한마디 사과도 없이 말도 안 되는 변명과 거짓말로 일관했다.
사실 김 총장의 언행은 총장 취임 전부터 문제시 됐다. 등록금 문제를 언급하면서 “맛있는 빵을 먹으려면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듯이 수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등록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말해 ‘빵총장’이라는 빈축을 샀다. 지난해 9월엔 여직원들을 포함한 교직원 15명과 함께 한 오찬자리에서 약 20분간 “콘택트렌즈를 낀 여성들은 성관계시에도 렌즈를 착용하더라” “여성의 속옷을 발로 벗기는 남자는 매너가 없는 것”이라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을 부추겼다.
서울 의대 교수 시절에는 내연 관계에 있던 강남 술집의 여사장으로부터 차용증을 써주고 10억여 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아 사기혐의로 고소된 일도 있었다. 합의를 통해 무마되기는 했지만 교육자로서의 윤리적 자질 문제가 제기됐다. 건국대 학생들은 “포털 사이트에 ‘건국대 총장’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내연녀, 빵총장, 성희롱이 뜬다”며 “ 창피해 죽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행뿐만 아니라 김 총장과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2010년 6월 18대 총장 선출을 위한 후보자 프레젠테이션에서 김진규 후보는 재임 4년간 150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취임 초 김 총장은 발전기금을 모금한다는 명분으로 발전기금 본부를 출범시켰고, 기금 유치를 위해 많은 인력도 채용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언론을 통해 “취임 이후 2년간 150억 원의 기부금을 유치하였고, 이는 전임 총장이 4년간 70억 원을 모은 것에 4배 실적이다”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 측의 확인 결과 150억 원은 부풀려진 액수이며 오히려 김 총장 취임 이후 기부금 유치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2011년에는 기부금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갓 채용된 신임 교원들에게 매월 10만 원씩 평생 기부금을 내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이처럼 발전기금은 줄어든 반면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업무추진비는 전임 총장에 비해 늘어났고 상당액이 증빙 없이 사용됐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 관계자는 “작년 업무추진비 중 1억 5000만 원이 증빙 없이 사용됐다”며 “총장 측에 증빙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해명조차 하지 않는다. 결국 자기 주머니로 들어간 것이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대학병원으로부터 받은 연 2300만 원의 진료 수당도 문제가 되고 있다.
노조 측 관계자는 “김 총장은 취임하면서 매주 1회씩 병원진료를 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거의 진료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진료수당 명목으로 연간 2300만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 측은 “진료전문의로 등록된 의사는 진료실적에 상관없이 진료수당이 일률적으로 지급된다”고 해명했다. 노조 측은 “병원에 확인하면 바로 들통 날 거짓말을 김 총장이 또 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김 총장은 건국대의 각종 이권 사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차세대 종합정보시스템 구성과 운영’ 사업과 관련 법규를 모두 무시하고 KT와 10년간 550억 원에 수의계약을 하려다가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또한 그는 멀쩡한 수의대학과 동물병원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1000억 원의 민자를 유치해서 BTO사업방식으로 생명과학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산업은행, STX건설, Whitestone Investment라는 생소한 이름의 시행사들에게 20년간 운영권을 주는 수의계약을 하려다가 문제가 불거져 보류됐다. 이 외에도 파주의 KU파빌리온 골프장, 건국대학병원 등에 들어가는 여러 건의 이권 사업에 개입해 왔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 건국대 교수협의회와 노조, 총학생회가 5월 23일 김진규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 총장은 사실상 자진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분위기다. |
이사회가 끝날 때까지 앞에서 기다리던 집회 참가자들은 김 총장의 자진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건국대 정의가 승리했다”며 환호했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노조의 한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로 학교가 언론에 자주 나와 힘들게 쌓은 이미지가 실추될까 걱정스럽고 가슴이 아팠다”며 “하지만 늦게나마 이런 결정이 내려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이제부터 학교를 원위치로 돌리기 위해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웅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