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 임준선 기자 |
하지만 모든 인사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좋은 인재(선수 또는 코치)의 영입 등 성공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분명, 오히려 악수를 두는 최악의 사태도 경험할 수 있다.
스포츠, 축구계에서는 인사로 인해 상황이 극명히 엇갈리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축구계 인사의 좋은 예들과 나쁜 예들을 살펴본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국가대표팀 최강희 감독의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적시적소에 자신에 ‘꼭’ 맞는 선수들을 데려와 성공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하겠다.
무엇보다 절절했던, 아니 계속 절절한 이동국에 대한 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 벼랑 끝에서 만난 최 감독 덕분에 이동국은 한때 포기했던 국가대표에도 발탁돼 진정한 명예회복까지 노릴 수 있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제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최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동국의 제2의 인생은 존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제주 유나이티드 코칭스태프의 이색적인 동거도 흥미롭다. 이렇다 할 전성기도 없었고 연고 이전 이후에도 딱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제주는 ‘교수님 출신’ 박경훈 감독의 지휘 아래 요 근래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2010년에는 우승까지 노려봤고, 2011년에도 그럭저럭 안정된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 하지만 박 감독이 항상 강조하는 건 또 다른 조력자들이다. 이도영 코치, 최영준 코치, 김영민 코치, 이충호 골키퍼 코치까지 모두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에 가까운 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어우러져 내고 있는 화음은 아름다운 선율을 그려내고 있다. 실력도 뛰어나다. 모두가 아시아축구연맹(AFC) P급 지도자 라이선스를 보유할 정도로 내공이 풍부하다. 이들을 시기하는 일부에서는 불화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지만 박 감독은 오히려 너털웃음을 지으며 “관계가 나쁘면 어떻게 함께 살겠느냐”고 반문한다. 제주 코칭스태프의 회의는 떠들썩한 클럽하우스의 분위기 못지않게 후끈하다. 누구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관련 문제를 토의할 수 있다. ‘막내 선생’ 이충호 코치조차 박 감독이 내놓는 견해에 정면 반발할 정도로 열린 분위기에서 회의가 이뤄진다. 모두가 열린 자세가 늘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K리그 전통의 명문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전임 국가대표팀 코치 챙기기 또한 갈채를 받을 만하다. 이들 두 구단들이 끌어안은 건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잘 치러냈던 조광래 전 감독 휘하에서 활동한 박태하 코치와 서정원 코치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조 전 감독과 함께 이들을 성적 부진이란 이유로 내쳤지만 K리그는 이들을 끌어안았다. 특히 서울 사령탑 최용수 감독보다 박 코치가 축구계 선배라는 점에서, 수원은 팀의 서정원을 다시 모셔왔다는 사실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박은숙 기자 |
다시 한 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항상 어설프고 엉성한 행정으로 지탄을 받아왔던 축구협회답게 인사 또한 불확실하고 명확하지 않다.
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은 이미 축구 인들의 신망을 잃은 지 오래다. 정말 일할 수 있는 인재들은 제쳐두고 ‘코드’ 성향이 다분한 인사 처리로 질타를 받는다. 조 회장의 선배들조차, 축구협회 내부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조 회장은 자신이 직접 끌어들였던 조광래 전 감독을 ‘팽’ 시켰다. 기술위원회의 내부 토의 등 당연히 거쳐야 하는 기본적인 절차마저 무시한 채 내쳐진 조 전 감독과 전 코치진이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축구협회가 조 전 감독의 경질 사유로 내세운 것도 ‘성적 부진’이었는데, 당시 한국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조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릇된(혹은 그릇돼 보이는) 인사 처리는 또 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영 부실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단장으로 활동했던 김석현 씨를, 굳이 필요 없는 사무차장 자리에 앉혀놓은 것도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김주성 사무총장 체제로도 충분할 조직에 고위층을 데려다 놓으면서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앞서 비리 및 횡령 직원 문제에 대한 책임이 분명한 김진국 전 전무이사를 끝까지 비호하려던 모습 등은 부하에 대한 사랑의 발로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많았다.
시(도)민구단들도 ‘잘못된 인사’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대전 시티즌과 광주FC, 경남FC, 대구FC, 강원FC, 인천 등 어느 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팀들 프런트는 구단 태생의 한계로 인해 지역 정치권과의 유착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나 ‘축구는 정치에 연계될 수 없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기본 정신에 부합되지 못한다. 선거 캠프 인사가 구단 최고위층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러한 상황에서 정작 성적의 모든 책임을 진 감독들이 힘을 쓸 여지는 거의 전무하다. 그러면서도 성적이 조금이라도 나쁘면 감독 경질 등 민감한 부분들을 구단 내부에서 먼저 거론하고, 홍보 직원이 구단 내 기밀사안을 외부에 슬며시 흘리는 등 난장판을 이루기도 한다. 제대로 굴러가는 조직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잘못된 인사는 어디서도 환영받을 수 없음을 축구협회와 일부 시(도)민구단들이 직접 증명해보이고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