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원장이 지난 5월 30일 부산대학교 경암 실내체육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그러나 안 원장 주변에서는 “안철수가 달라졌다”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교수 안철수가 아닌 대권주자 안철수로서의 움직임을 이미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안 원장과 여러 차례 만나 정치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던 서울 소재 사립대학 K 교수는 “처음 만났을 때 안 원장은 주로 듣는 편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적극적으로 자기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상당한 자신감이 엿보였고 준비가 잘 돼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귀띔했다.
언론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안 원장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안 원장은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공보담당자로 선정, 대언론 창구를 강화했다. 안 원장이 부산대 강연 당시 자신을 ‘마크’하던 몇몇 기자들과 ‘이례적으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눈 일화도 비슷한 차원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 원장이 사실상 대권 결심을 굳혔으면서도 이처럼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그의 지인들은 ‘안철수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안철수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사업을 할 때도 그랬다고 한다. 중요한 투자나 의사결정을 할 때 확실해지기 전까진 발표를 안 한다. 그만큼 사전에 생각과 준비를 많이 한다. 대신 일단 결심을 하고 난 뒤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뛰어나다”고 전했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대권 도전 여부를 놓고 안 원장이 장고를 계속하는 것도 안 원장 성격 탓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선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고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지지율 1위를 다투고 있는 안 원장이 조직 기반을 갖추지 않은 지금 굳이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힐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안 원장은 현재 대권 레이스를 위해 필요한 사전 작업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엔 야권 단일화 과정을 포함한 대권전략 구상, 공약 개발, 인적네트워크 구축, 캠프 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안 원장은 기존의 정치권과 구별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안 원장이 부산대 강연에서 “어떤 분의 자녀라고 공격하고, 싸잡아서 좌파세력이라고 공격하고. 구태가 이어지고 있거든요”라며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을 공격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고 있다. 현 정치판을 낡은 정치로 규정하면서 자신은 이와 다른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선거 캠프에 참여할 인사들을 선별할 때도 ‘참신함’을 최우선 기준 중 하나로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온라인 캠프는 다르다. 이곳은 안 원장 ‘전공’이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없어 빠른 시일에 대규모의 지지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일화 방안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러한 안 원장의 온라인 캠프 회원들은 야권 대선후보 경선에서 무시 못 할 힘을 발휘할 것이란 게 정치권의 우세한 관측이다.
안 원장 측은 온라인 캠프에 최소한의 인사들만을 배치하고 회원들 스스로가 꾸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안 원장 측 관계자는 “큰 틀만 정해졌을 뿐이다. 예를 들면, 회원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할 수도 있다. 또 수시로 ‘번개’를 해도 재미있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캠프 운영은 돈도 적게 든다. 안 원장의 신선한 정치 개혁이 국민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 원장이 구상 중인 공약들 중 일부를 온라인 캠프에 올려 회원들 투표를 통해 선별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처럼 서바이벌 식으로 뽑아 최종 1위에 오른 공약을 안 원장이 발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유권자들과의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통해 공약을 만들고 수정한다는 것이다.
안 원장 측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대선 후보가 제시한 공약을 국민들이 선택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국민들도 직접 공약 작성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안 원장은 부산대 강연에서 ‘3대 키워드’라고 이름붙인 복지·정의·평화를 큰 뼈대로 삼아 구체적인 공약 마련에 한창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김두관 뒤통수 맞을라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 전국 지역순회 투표가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난 5월 31일 전북 경선을 끝으로 1차 막을 내렸다. 당초 이해찬 의원의 독주가 점쳐졌지만 김한길 의원이 급부상하면서 ‘양강 구도’로 펼쳐졌다. 먼저 이 의원이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내세우며 대세론에 불을 지폈지만 여기에 맞서는 김 의원이 이른바 ‘K(김한길)-K(김두관) 연대’로 맞서면서 강력한 당 대표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이-박 연대’를 물밑에서 후원했던 문재인 의원과 김 의원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김두관 경남지사 간 ‘대선 전초전’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은 ‘대선주자들과 이번 지도부 경선은 무관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김 의원은 “우리는 김 지사 텃밭인 경남뿐 아니라 강원, 전북 등에서 1등을 했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불쾌해하는 기색마저 내비쳤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김 의원과 김 지사 측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통합당 중진 의원은 “김 지사 진영인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이 김 의원과 만난 것은 사실 아니냐. 선거 초반 김 의원이 김 지사에게 ‘SOS’를 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김한길 의원 진영 내부에서 ‘안철수 원장을 대권 후보로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어 관심을 끈다. 김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안 원장 영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 캠프 관계자는 “김 지사가 자꾸 우리 편이라고들 하는데 전혀 아니다. 오히려 김 지사가 이 의원을 도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면서 “어찌됐건 문재인 의원이나 김 지사는 친노 아니냐. 우리 쪽이랑 체질적으로 맞는 대선주자는 안 원장에 가깝다. 지금 안 원장이 접촉하는 인사들을 봐도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안 원장 영입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문제로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일단 진화에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3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 원장 영입은 너무 이른 얘기다. 그분은 지금 당 밖에 계신 분”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당 안에 있는 예비후보들의 지지율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연대의 방식과 시기를 검토할 수 있다. 지금 그것(안철수 영입)을 고정해 놓으면 우리 선택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