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 출입구에서 무작위로 촬영해 마케팅·광고 이용…불법이지만 수백 위안만 주면 구멍가게도 설치 가능
최근 상하이 인민검찰원 공익검찰부는 지역 내 일부 상점이 물품 도난에 대비, 출입구에 얼굴 인식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업체 측에 카메라를 철거하라고 권고하는 한편, 소비자의 사생활 보호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점에 설치된 카메라는 24시간 내내 고객들은 물론 지나가는 행인들의 얼굴을 촬영했고, 이를 데이터화했다. 당초 이 기능은 고객들에게 ‘맞춤형 쇼핑’을 제공하기 위한 용도로 급속도로 퍼졌다. 고객들의 얼굴과 쇼핑 패턴을 접목, 이를 마케팅에 이용했던 것이다.
상하이 대형 의류매장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선 얼굴 인식 카메라를 사용하면 정말 편리하긴 하다. 도난 방지뿐 아니라,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 광고를 하느니, 얼굴 인식 카메라를 활용한 마케팅이 훨씬 저렴하고 효과가 좋다”고 귀띔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은행 등에서 본인 확인 용도로 사용하는 얼굴 인식 카메라를 구입해서 매장에 적용하는 데는 불과 500위안(9만 4000원) 정도의 추가 비용만 든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 정보 침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법 위반 소지도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당국은 이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업체들이 얼굴 인식 카메라를 제거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이 적지 않았다. 검찰원 관계자는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는 도중에 얼굴이 찍혔고, 심지어 잠재적인 ‘도둑’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라면서 “얼굴 인식 기술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줬지만, 얼굴 데이터 유출 및 남용이라는 새로운 과제도 안겼다”고 했다.
상하이 한 대형 식료품 업체는 지난해 얼굴 인식 카메라로 고객은 물론 지나가는 행인까지 촬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몇몇 대학생은 이에 항의하기 위해 헬멧을 쓴 채로 매장을 찾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결국 이 업체는 얼굴 인식 카메라를 없앴다.
얼굴 인식 정보는 매우 민감한 개인의 생체 정보다. 개인정보보호법 및 기타 법률은 얼굴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기 위해선 사전에 고지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한다. 이런 절차가 없는 얼굴 정보 수집은 엄연히 불법이라는 뜻이다.
2021년 최고인민법원은 얼굴 인식 기술로 얻은 개인 정보 처리에 관한 민사사건 적용 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업장이 얼굴 정보 관련 규칙을 공개하지 않거나 처리 목적, 방식, 범위 등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다. 당시 법원은 “소비자가 자신의 얼굴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르는 것은 심각한 불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얼굴 인식 기술은 법 위에 있었다. 조그만 마트에서조차 단돈 수백 위안만 지불하면 얼마든지 얼굴 인식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었다. 길거리를 걷다가 또는 물건을 사다가 본인도 모르게 얼굴 정보는 수집됐다. 시민의 사생활은 빼앗겼다. 당국 관계자는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알게 해 줘야 한다. 또 알고도 설치했다면 더 심각하다. 법을 우습게 아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또 ‘얼굴 도둑’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얼굴 인식 기술이 위축돼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하이 인민검찰원은 행정법 집행부서, 그리고 관내 주요 업체들에 얼굴 인식 단속 방침을 보냈다. 인민검찰원은 법에 따라 감독권을 적극 행사하는 한편, 유관 기관들과 협조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검찰원은 무엇보다 얼굴 인식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한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이기로 했다. 인민검찰원 관계자는 “시민들의 가장 민감한 생체 정보인 얼굴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동안은 단속 및 규제를 소홀히 했다. 하지만 지금부턴 강력한 감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국 역시 분야를 막론하고 얼굴 식별 정보를 수집할 때 당사자로부터 반드시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얼굴 정보가 유출되거나 재판매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마케팅뿐 아니라 범죄에도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법을 어기는 업체에 대해서 벌금을 대폭 늘리고, 처벌 수위도 높이기로 했다.
당국 관계자는 “우선 얼굴 정보 수집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 다음으론,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에 대한 보안 장치다. 이를 돈 받고 되파는 사례가 많다”면서 “당국이나 검찰에서 이렇게까지 엄격히 규정을 적용하고 강력히 단속하는데도 얼굴 인식 카메라를 설치할 업체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얼굴 인식, 정확히 말하면 얼굴 도둑 기술은 상당히 은폐되어 있다. 대부분 본인이 찍히는 줄도 모른다. 그동안 문제 제기가 많이 없었던 이유다. 또 재판에 가더라도 소비자가 증거를 제시하고 권리를 외치기 어렵다. 사전 단속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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