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킬러’ 이동국의 카타르전 활약이 기대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한국 축구의 당면 목표는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 조만간 다가올 2012 런던올림픽에 나설 ‘아우’ 홍명보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A매치 스케줄은 솔직히 많은 부담을 준다. 당연히 과정보다 준비 내용보다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최강희호의 본격적인 도전은 어떤 결실을 가져올까.
#분위기 전환이 필수
▲ 최강희 감독. |
하지만 보는 즐거움은 잠깐. 마음을 짓누르는 건 카타르전이다. 최종예선 첫 관문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전체적인 일정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 한 번 흐름이 밀리기 시작하면 좀처럼 상대를 따라잡기 어렵다. 이어 결전 당일 귀국길에 올라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12일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질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2차전 홈 경기를 대비해야 한다. 말 그대로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컨디션 조절도 필수다. 대표팀은 이미 5월 24일부터 스위스 이베르돈 레방에서 전지훈련을 해왔다. 상당히 긴 원정이다. 외국에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중력은 떨어지기 마련. 더욱이 본격적인 훈련도 거의 이뤄지지 못하다가 일부 K리거들이 합류한 시점부터 손발을 맞출 수 있었다. 그나마 울산 현대에 몸담고 있는 곽태휘, 김신욱, 이근호, 김영광 등은 5월 30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이 끝난 뒤에야 합류할 수 있어 사실상 카타르로 이동하기 전까지는 거의 8할 전력에 불과했다.
그 가운데 5월 31일에는 스위스 베른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렀다. 한국은 2010남아공월드컵 직전에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스페인과 격돌했다. 당시 허정무호는 내내 선전하다 0-1로 패했지만 자신감을 얻었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결과부터 참담했다. 1-4 대패. 내용도 썩 좋지 못했다.
최 감독이 K리그 지도자 시절, 과거 국가대표 코치를 거치며 오랫동안 선호해왔던 미드필더 김두현이 통쾌한 중거리 포를 터뜨린 장면을 제외하면 딱히 득이 될 만한 플레이는 이뤄지지 못했다. 병역논란 속에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박주영(아스널), 정강이 골절상에서 갓 회복된 특급 윙어 이청용(볼턴)이 이번 원정길에서 빠졌다는 걸 감안해도 거의 찬스조차 잡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부담을 더해줬다. 최 감독은 “전혀 실망할 이유가 없다. 전반에는 젊은 해외파를 위주로 실험했고, 후반에는 많은 교체로 다른 멤버들을 점검할 수 있었다. 실망할 이유가 없다”는 짤막한 촌평을 남겼다.
▲ 평가전에서 구멍을 드러낸 센터백 자리에 곽태휘가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유장훈 기자doculove@ilyo.co.kr |
영패를 간신히 면한 경기를 놓고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또 “국내파와 해외파를 구분 짓지 않았으면 한다”는 최 감독의 바람이 있었지만 못한 걸 잘했다고는 할 수 없다. 결론을 내면 명암은 극명히 엇갈렸다.
이영표의 후계자로 떠오르는 포백 디펜스진 왼쪽 날개 박주호(바젤)와 다용도 공격수 손흥민(함부르크)은 훌륭했다. 박주호는 적극적인 몸싸움과 오버래핑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고, 손흥민은 찬스 메이킹에 자주 가담했고 때로는 해결사로 나서는 등 맹위를 떨쳤다. 남태희(레퀴야) 역시 싱싱한 젊음과 발재간으로 어느 정도는 합격점을 받았다. 이에 반해 원톱으로 나선 지동원(선덜랜드)과 특급 미드필더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모습은 극히 미미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조금은 아쉬운 결과를 냈던 지동원이야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시점이라고 쳐도, 구자철은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 신화를 일궈냈기에 아쉬움은 짙었다. 스페인의 환상적인 중원 플레이에 구자철은 전혀 대처를 못해 씁쓸함을 남겼다.
여기에 베테랑들이 뭉친 이정수-조용형(알 라이안)의 센터백 라인은 최악에 가까웠다. 부진했던 멤버들은 전부 작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좋은 플레이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나마 카타르가 첫 원정지라는 건 위안거리다.
이영진 전 대구FC 감독은 “스페인전은 많은 숙제를 남겼다. 공격, 중원, 수비까지 모든 포지션에서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박주호, 손흥민 등은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준비가 덜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중요한 건 카타르전이다. 이동국(전북 현대), 곽태휘 등 토종 스타들이 본격 출전하면 흐름이 달라지리라 본다. 스페인과 카타르는 전력을 비교할 수조차 없다. 그런 면에서 미리 매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카타르 원정을 준비해야 한다. 기후와 잔디 등 외부 환경부터 전술적인 세부 항목까지 두루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걱정은 또 남는다. 최강희호는 선수들의 제각각 다른 합류 시점으로 인해 갓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 국내에서 사흘 간 파주NFC에서 진행한 훈련에는 불과 해외파 6명밖에 참가하지 못했다. 반면 카타르 대표팀은 자국 슈퍼리그 시즌이 끝나기도 전인 5월 초에 소집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강화 훈련을 해왔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자국 클럽들이 일찌감치 탈락하면서 주축들을 쉽게 차출할 수 있었다는 후문. 카타르에서 2년 간 뛴 조용형은 “카타르가 엄청나게 준비하는 것 같다. 시즌 막판에는 카타르 대표팀에 포함된 팀 동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