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부터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과 암을 모두 안고 가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박정희=경제성장’이라는 공식을 갖고 있는 60대 이상의 노년층들에게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인식이 더 팽배하다.
박 의원은 자타공인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다. 안철수 교수와 문재인 의원이 연륜의 박 의원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대세론’이 여전히 확고하다. 박 의원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오랜 기간 ‘검증’ 받은 후보라는 신뢰감이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그의 영향력은 이미 검증을 받은 상태다. 탄핵사태가 있었던 17대 국회와 비대위까지 꾸려진 19대 총선에서 그는 승리를 이끌어내는 지도력을 보여줬다.
정수장학회 문제가 불거지긴 했으나 오래된 이슈이기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적다. 인지도 면에서도 ‘마지막 스타 정치인’이라는 별명답게 다른 주자들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물론 넘어서야 할 장애물도 있다. 가장 먼저 젊은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지 못하는 점이다. ‘수첩공주’라는 별명처럼 소통에 소극적인 그의 행태는 답답한 기성 정치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호남지역 등 대구-경북을 제외한 타 지역을 끌어안는 데 있어 소극적이다. 전 지역을 끌어안을 수 있는 국가적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점들은 ‘대세론’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갖는 인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 친구라는 점이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초대 민정수석을 시작으로 시민사회수석을 거쳐 비서실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서는 네팔에서 달려와 변호인단을 꾸리기도 했다. 이러한 노 전 대통령과의 우정은 문 의원에게 양날의 칼과 같다.
문 의원의 이미지는 인권운동가와 민주변호사로서의 경력, 특전사 출신, 예능 프로그램 에서 보여준 대중성 등 ‘청렴함’ ‘안정감’ ‘소박함’ ‘강건함’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더불어 잘생긴 그의 외모는 ‘매력남’으로서 인식되게 하고 있다. 특히 31개월간 특전사로 복무한 그의 경력은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되는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 의원은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가장 진보적인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보수로 대표되는 박근혜 의원과 1:1 구도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또한 비록 19대 총선 때 낙동강 전선의 한계를 보여준 바 있지만 PK(부산-경남) 출신으로서 그는 대선에서 여권의 PK표를 분산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16대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유사한 바람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이 오랜 기간 정치적 시험대에서 검증을 거친 반면, 문 의원은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노무현의 친구’라는 키워드로 ‘박정희의 딸’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취약하다. 노무현을 넘어 ‘문재인’이라는 이름 석 자로 우뚝 설 필요가 있다.
#이 시대의 멘토 안철수
‘안철수’ 하면 ‘안철수연구소 창업자’ ‘카이스트-서울대 교수’ 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이외에도 단국대 의예과 학과장, 해군 대위, 포스코 이사회 의장, 정부의 여러 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청춘콘서트’ ‘대학순회 강연’ 등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인물, 거액 기부활동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인물, 젊은층들의 존경스러운 멘토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그를 바라본다면 그는 ‘비정치적 정치인’ 때로는 누구보다 뛰어난 ‘정치적 정치인’이라는 이중적 모습을 갖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러한 안 교수의 이중성을 드러냈다. 당시 안 교수는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확보했지만 지지율 5%에 불과한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며 ‘아름다운 양보’를 실현했다.
현재 안 교수는 새누리당 제1의 경계 대상으로 여겨질 만큼 강력한 대권후보로 꼽히고 있다. 앞서 밝혔던 여러 가지 장점도 있지만 분명 그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제도권 정치에 들어와 검증에 나서는 대신 강연을 통해 정치를 하고 필요한 순간 메시지를 던지는 그의 행보에 대해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을 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CEO 출신인 그가 이윤 확대라는 동일하게 합의된 하나의 목표를 두고 통제하는 ‘경영’과 달리 익숙지 않은 대통령의 ‘정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많다. 기성 정치 나름의 생리에 적응하지 못한 박찬종과 문국현의 신드롬처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 지난 7일 대선후보초청 국가비전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김두관 경남지사.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김두관의 기적? 아직은…
서울대생들은 이번 19대 총선 결과로 인해 ‘박근혜 대세론’은 한층 힘을 얻게 된 반면 문재인 의원은 지역주의를 타파함으로써 지지기반을 확대하고자 하였으나 부산지역에서 기대만큼의 돌풍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언론과 민주통합당에서 또 다른 잠정적 대권후보인 안철수 교수에게 ‘입장 표명’을 요청하는 등 안 교수의 행보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4월 총선에서 예상치 못했던 새누리당의 선전으로 인해 초기의 대선구도는 ‘1강 2중 다약’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물론 초기부터 안 교수가 민주통합당의 경선에 참여하거나 문 의원에 대한 지지 혹은 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로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다면 ‘2강-다약’의 구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서울대생들은 확실한 선두인 박근혜와 2~3등을 다투는 문재인과 안철수, 그리고 후발주자인 손학규, 김문수, 정몽준 등이 기본적인 대선의 틀을 짤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자유선진당의 이인제와 최근 탈당한 이회창, 통합진보당의 심상정, 노회찬, 유시민 등의 행보에 따라 표가 갈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가 곧바로 대선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 새누리당과 박 의원은 몇 가지 한계들을 여실히 드러냈고,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의 행보에 따라 대선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야권 진영에서의 가장 큰 변수는 문 의원과 안 교수의 단일화 여부라고 예상했다. 두 사람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진보진영이 분열할 경우 새누리당의 승리가 유력해질 것으로 보았다. 단일화 방식으로는 안 교수가 민주통합당 당내 경선에 참여하여 경쟁하는 방법과 민주통합당 경선 종료 후 야권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방법, 두 사람 간의 경선과정 없이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지지하는 방법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이한 것은 문재인·안철수와 함께 야권 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경쟁력을 낮게 평가했다는 점이다. 서울대생들은 현직 경남도지사로서 여권의 텃밭인 부산·경남지역에서 큰 지지를 얻고 있고, 이장→군수→행정안전부 장관→집권당 최고위원→도지사로 이어지는 김 지사의 이력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무소속으로서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그가 민주통합당의 후보로 대선에 나올 경우 영남지역의 전통적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김 지사가 야권내 유력한 대권후보이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아 문 의원과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큰 변수가 없는 한 ‘문재인-안철수’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대선 리포트 기획 강원택 교수 인터뷰
“젊은피는 ‘안철수’에 꽂혔다”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이지만 ‘수첩 공주’로 대변되는 ‘불통’ 이미지가 있다.”
“안철수는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애매모호한 포지션을 고수함으로써 불안을 조장한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그림자다.”
서울대생들이 약 4개월간 총선현장을 발로 뛰며 ‘집단적 글쓰기’를 통해 도출해낸 평가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서울대 강원택 교수를 인터뷰했다.
― 책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정치적으로 무관심했던 젊은이들이 최근 ‘나는 꼼수다’나 기타 SNS를 통해서 정치비평을 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2012년은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해인 만큼 학생들로 하여금 교실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정치를 체험케 하고 싶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처럼 학생들이 함께 정보를 기록하고 오류·수정작업을 통해 진정한 정보를 만들어냈다. 서울대 ‘정당론’ 수강생 62명이 주도한 프로젝트는 이제까지의 선거분석과는 차별화된 결과물일 것이다.
―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사람만 평가대상에 포함시킨 이유는.
▲이번 프로젝트는 총선 전에 기획된 것이다. 세 사람은 당시 대표적으로 거론됐던 대선주자 3인방이었다. 반면 김두관, 김문수 등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대상에 포함시키기에는 애매했다.
― 대선후보 3인 중 서울대생들이 가장 선호했던 후보는 누구였나.
▲관심도 측면에서만 봤을 때 안철수 교수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강의 특성상 매우 ‘공정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 2~3학년생들이 주로 참여했기 때문에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안 교수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던 것 같다.
박근혜 의원의 경우 장기간 정치적 노출을 해온 것에 비해 관심도가 다소 낮았다. 정치적인 평가도 부정적인 면이 더 높았다. 물론 단순히 인물선호도가 낮아서 그런 건 아니다.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겹쳐보는 시각이 많았다. 도덕적으로 살아온 그의 면모에 주로 매력을 느낀 것 같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문재인의 잘생긴 외모에 크게 호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 그렇다면 가장 우려하는 대선후보는 누구였나.
▲관심이 높았던 것만큼 안 교수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안 교수가 정치인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치적 역량을 빨리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멘토’의 이미지라서 아쉽다는 얘기다.
― 서울대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역시 안 교수를 가장 긍정적으로 봤던 것 같다. 문재인과 박근혜는 지지층이 분명히 갈리지만 안철수는 중간에서 다양한 층을 아우를 수 있기 때문에 대선후보로서 유리하다고 봤다. 경제적인 면도 좋은 쪽으로 작용한 것 같다. 사업가이기도 했던 안철수가 경제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