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에도 늘지 않는 관객, ‘관람료 인하’ 영화계 화두로…업계는 “논의된 적이 없다”는 입장
결국 궁극적인 침체의 이유는 팬데믹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이 기간 여러 주변 상황이 바뀌었기에 팬데믹 이후에도 관객들이 극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극장 관람료 인하’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과연 관람료 인하는 극장가를 다시 부흥시키는 궁극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영진위원장이 쏘아 올린 공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4월 9일 SBS 인터뷰에서 “극장업계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자기네들도 입장료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이 방법은 사실 마지노선이라 입장료를 낮췄을 때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어떡하느냐고 했다”면서 “자신들은 그 다음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지금 고민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관람료가 너무 비싸다”고 토로하는 관객은 적잖다. 물론 외국의 영화 관람료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아직 저렴한 편”이라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중의 눈높이다.
대중이 바라볼 때 “극장 관람료 상승이 가팔랐다”는 것이 중론이다. CGV, 롯데시네마 등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는 팬데믹 기간 총 세 차례에 걸쳐 관람료를 각각 1000원씩 인상했다. 이때만 해도 비교적 대중의 저항이 적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극장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극장 방문 기회가 적으니 관람료 인상을 체감하기 힘든 분위기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난 뒤 다시 극장 출입이 잦아지면서 대중은 세 차례에 걸쳐 오른 관람료에 대한 부담을 한 번에 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총 3000원이 오르며 누적 상승률은 25% 안팎이다. 성인 2D 일반 영화 기준 관람료는 주중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이다.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아바타: 물의 길’의 경우 3D로 상영됐기 때문에 특별관에서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1인당 2만 원 이상의 관람료를 지불해야 했다.
더불어 더 이상 영화는 서민의 문화생활이 아니라는 반응도 나오기 시작했다. 4인 가족 기준, 주말에 영화 한 편을 보면서 팝콘과 음료까지 먹으려면 그 비용이 10만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식사비용까지 계산하면 주말 극장 나들이로 15만~20만 원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여전히 극장 나들이는 다른 여가 생활에 비해 저렴하다고 관계자들은 항변한다. 유명 뮤지컬이나 공연의 경우 티켓 가격이 인당 10만 원이 훌쩍 뛰어넘는다. 놀이동산에 가려 해도 자유이용권 티켓 값이 최소한 인당 5만 원 이상이다.
문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팬데믹 시대는 극장 나들이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는 동시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정착시켰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같은 외국산 플랫폼을 비롯해 티빙, 웨이브 같은 토종 OTT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플랫폼의 사용료는 월 1만~1만 5000원 수준이다.
여기서 대중은 자문한다. “극장 영화가 OTT 콘텐츠보다 재미있나”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최근 글로벌 화제를 모은 작품들을 따져 봐도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피지컬: 100’ 등 모두 OTT 콘텐츠였다. 결국 영화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2022년 개봉된 ‘범죄도시2’가 1269만 명을 모으며 극장의 부활을 꿈꿨지만, 이는 섣부른 희망이었다. 오히려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만 본다”는 인식이 공고해졌다. ‘아바타: 물의 길’과 같이 거대한 스크린으로 봤을 때 감동과 재미가 큰 영화를 위해서는 기꺼이 지갑을 열지만, 기타 중소 영화에 대한 니즈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현실적으로 관람료 인하는 가능할까
박기용 위원장이 관람료 인하를 언급한 보도 이후 극장업계는 몇몇 매체를 통해 “논의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관람료 인상분에는 인건비, 임대료 등의 상승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다시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관람료 인하가 그리 쉽게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각 나라의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각종 지원 사업을 통해 통화량을 늘렸고, 이는 자연스럽게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극장 관람료 인상 역시 이런 흐름의 하나일 뿐, 독단적인 결정은 아니라 할 수 있다.
더 궁극적인 문제는 “관람가가 인하되면 관객이 돌아오나”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현재 극장의 위기가 오롯이 관람료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라면 관람료 인하가 처방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잖은 이들이 “돈 주고 볼 만한 영화가 없다”고 말한다. 돈이 아깝지 않은 양질의 영화라면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기꺼이 보겠다는 의미다. ‘범죄도시2’와 ‘아바타: 물의 길’ 등 1000만 영화가 탄생한 것이 그 방증이다. 결국 영화의 질적 성장을 먼저 고민해야지, 관람료 인하는 궁극적인 관객 유인책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관람료 인하가 단행되면, 추후 다시 관람료 인상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의견도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관람료를 인하해 관객이 늘어난다면, 다시 인상했을 때 또 관객이 줄어든다는 것 아니냐”면서 “게다가 다음 관람료 인상 때는 더 큰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지, 관람료 인하는 궁극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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