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본부장은 재판에 앞서 유튜브에서 이재명 대표 관련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거론했다. 그러다 보니 다소 이례적인 모습도 법정에서 연출되고 있다. 검찰 측이 유동규 전 본부장이 유튜브에서 한 발언을 거론하며 ‘사실이냐?’고 확인하는 방식의 신문이 이뤄지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그만큼 검찰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모든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3월 31일에 이미 한 차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법정에서 이재명 대표와 대면했던 유동규 전 본부장은 4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는 대장동 사건으로 여러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아온 김 처장이 사망한 직후였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 측은 “진짜로 알지 못했던 사이”라고 맞서는 상황.
앞선 증인 신문 때 ‘호주 출장 당시 동행 및 골프 일정’ 등에 대해 질문해 유동규 전 본부장의 답변을 이끌어냈던 검찰이 14일 재판에서는 “김문기 처장이 여러 차례 ‘성남의 뜰’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이재명 당시 시장에게 보고했는데 이 과정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그 부분(보고)을 잘했다고 칭찬받았다며 김 처장이 좋아하는 것을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김문기 처장이 민간 개발사와 부제소 특약(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맺은 부분을 두고 이재명 시장한테서 ‘굉장히 잘 처리했다’고 칭찬 받았다면서 제게 자랑했던 것이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피고인(이재명 대표)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김 처장이 사업의 핵심 실무자인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유 씨는 “(이 대표가) 인식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그 근거를 묻자 유 씨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실무 책임자로 직접 보고하러 들어갔는데 이 사람(김 처장)이 책임자라는 걸 모를 리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이 이재명 시장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을 알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 (김문기 처장과 이재명 대표에게) 같이 보고한 일도 있다”고도 답했다.
#유튜브에서 한 발언 물어가며 ‘보강’하는 검찰
법조계는 다음 재판 못지않게 유동규 전 본부장의 유튜브 출연을 주목하고 있다. 유 씨가 꽤나 상세한 내용들을 털어놓고 있는 터라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물론, 재판에도 유튜브 발언 내용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히 검찰이다. 검찰은 3월 31일 열린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때에도 유 전 본부장이 유튜브에서 한 ‘이재명을 주군으로 모셨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이 대표와 김문기 처장 관련 질의를 했다. “증인(유 전 본부장)이 최근 유튜브에서 ‘이재명을 주군으로 모시며 시장 당선을 위해 적극 활동했고, 이재명도 그것을 알아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는데 사실이냐”라든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 ‘이재명·김문기와 셋이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리모델링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는데 사실이냐”고 답을 요구한 것.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알고 있었다면 질문이 달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전관 변호사는 “이미 검찰청에서 불러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조서를 만들고 이를 법정에 제출해 증거로 채택 받거나, 혹은 관련 내용을 법정에서 증인으로 불러 묻는 게 검찰의 유죄 입증 방식”이라며 “만일 미리 알고 있었다면 ‘유튜브에서 관련 발언을 했다’면서 물어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은 3월 31일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한 증인 신문에서 ‘유튜브’라는 단어를 10회 이상 언급했다.
이재명 대표 측은 이를 배척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대장동 관련 재판에서 김용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의 유튜브 발언 내용이 허황될 뿐 아니라 불필요하게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방송 자제를 요청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유튜브 촬영은 재판 외 활동이고 증거로 채택, 제출되지 않았다”고 맞섰고 재판부 역시 ‘유 전 본부장 측 표현의 자유’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유동규 전 본부장의 유튜브 방송이 ‘재판부의 판단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의 유튜브 발언이 주요 뉴스로 계속 거론되면 ‘증거 외로 이재명 대표-김문기 처장 간 관계를 설명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검찰 역시 이를 알기에 법정에서 신문을 할 때에도 출처로 언급하며 묻는 것 아니겠냐, 원칙적으로는 판단에서 배제해야 하는 진술들이지만 이를 실제로 무 자르듯 할 수 있는 재판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