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스타전 인기투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민호. 본인은 부산에서만 아이돌이고 그 뒤를 잇는 류현진은 전국구 스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리터칭=송유진 기자 eujin0117@ilyo.co.kr |
▲제 야구 인생에서 최다 득표는 처음이거든요. 제가 제주도 출신인데, 제주도 촌놈이 도시로 상경해서 올스타 팬투표 1위에 오른 건 대단한 성공이잖아요. 마지막에 (류)현진이 때문에 뒤집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얘길 들어보니까 류현진 선수를 꽤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제가 부산에서만 ‘아이돌’이라면 현진이는 전국구 스타이잖아요. 1, 2위 표 차이가 크지 않아(3335표) 시간이 지나면 분명 순위가 뒤집힐 거라고 봐요. 그래서 1위 자리에 욕심내느니 그냥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마음 비우고 있습니다. 전 괜찮은데 (홍)성흔이 형이 문제예요. (이)승엽이 형이 들어오는 바람에 인기투표에서 완전 밀렸거든요. 제가 1위됐다고 하니까 성흔이 형이 엄청 질투해요. 자기도 한때 잘나갔다면서(웃음).
―오늘 김성배 선수의 사구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는데, 그때 가장 열심히 김태균 선수를 말린 사람이 강민호 선수였다.
▲사실 큰일은 아닌데, 태균 형 입장에선 자주 맞다 보니까 욱 하는 감정이 생긴 것 같아요. 경기 끝나고 태균 형한테 밥이나 사달라고 했더니 집에 애 보러 가야 한다며 거절하던데요(웃음)? 뭐, 그래도 오늘 태균 형 방망이 뺏어서 안타 하나 쳤으니까 기분은 괜찮아요.
―다른 선수의 방망이를 빌려서 안타나 홈런 치는 경우가 종종 있나?
▲그렇죠. 전 두 사람한테만 방망이를 받아서 써요. 두산의 김현수랑 태균 형이요. 태균 형이 쓰는 방망이랑 제가 쓰는 방망이랑 비슷한데 오늘은 930g짜리 방망이를 주시더라고요. 잘 치는 선수들 방망이를 받아서 치면 기를 그대로 뺏어오는 것 같아 타석에 설 때 마음가짐이 달라져요. 태균 형은 일본에 있을 때 절 위해서 방망이 스무 자루나 보내주셨어요. 굉장한 ‘의리맨’이죠. 그동안 저한테 방망이 달라는 사람이 없었는데 얼마 전엔 LG (정)성훈이 형이 제 방망이를 빌려갔어요.
▲ 지난 6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롯데 강민호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박은숙 기자 |
▲정말 그래요. 이 정도면 1위에 올라섰겠지, 이 정도면 3위와 격차를 많이 벌려놨겠지 하고 보면 그대로이거나 떨어져 있어요. 어느 팀도 쉬운 팀이 없고, 어느 경기도 쉬어가질 못하다보니 매일 매일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되네요.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올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 같아요.
―롯데 이외에 다른 팀 투수 중에서 배터리를 이루고 싶은 투수가 있나?
▲현역에선 없고요, 국보 투수로 명성을 날린 선동열 감독님이랑 배터리를 이뤄보고 싶은 소원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감독님이 아닌 이전 선수 시절 때의 선동열 투수랑요. 올스타전에서 가능하다면 이벤트 형식으로 감독님이랑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뭐, ‘국보’가 아니라서…하하.
―롯데 외국인 투수인 쉐인 유먼의 고집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어휴, 말도 마세요. 유먼을 보면 로이스터 감독님 생각이 나요. 그분도 고집이 세셨으니까. 유먼이 직구만을 고집하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경기 중에 마운드에 올라가서 ‘유먼아, 상대 타자가 다들 네 직구만을 보고 들어온다. 웬만하면 변화구도 섞어서 가보는 건 어떨까?’하고 조심스레 물어보면 자기는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던질 수 있을 때까진 직구만 던지겠다고 고집을 부려요. 사도스키랑은 달라도 너무 달라요. 투수가 직구 던지겠다는데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그냥 참고 받아내야지.
―사실 이대호 선수가 일본으로 가면서 올 시즌 롯데에는 이대호의 공백이 클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정작 강민호 선수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공백을 느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건 (정)준우나 (손)아섭이, 그리고 (홍)성흔이 형이 대호 형의 몫을 대신 해줄 거라고 믿었어요. 솔직히 전 대호 형보다 경찰청에 입대한 장원준의 공백을 메우는 게 더 시급했어요. 원준이의 빈자리가 크게 보이지 않게끔 포수 역할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대호 형한테서 거의 매일 카톡이 와요. 저도 자주 보내고요. 지난 번 LG전에서 만루홈런 쳤을 때 대호 형이 문자로 ‘이젠 너도 만루홈런 치냐?’하고 축하인사를 보내시더라고요. 형이 롯데를 많이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웃음).
―국내 타자들 중에서 출루했을 경우 제일 신경 쓰이는 타자 3명만 말한다면?
▲정근우, 이대형 선수, 그리고 최근 ‘깔짝깔짝’ 대는 강정호예요. 지난 번 넥센 경기 때 정호랑 같이 밥을 먹었는데 정호가 저한테 경기 중에 반드시 도루를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내가 꼭 죽인다’라고 말했는데 정호가 도루에 성공을 하고 만 거예요. 문자로 어찌나 약을 올리던지…. 그리고 근우 형은 완전 ‘밉상’입니다. 얄미울 정도로 야구를 잘하니까요. 그런데 인간성은 최고인 선배예요. 야구만 조금 못하면 아주 사랑스러운 분입니다(웃음).
―경기를 하다가 투수의 속내를 알 수 없어서 거꾸로 들어 탈탈 털고 싶었던 선수가 있었나.
▲전 투수와 상대하기보단 포수의 속내를 읽으려고 노력해요. 그중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든 선수가 바로 박경완 선배님이세요. 타이밍상 분명 이걸 던질 타이밍인데 그게 안 나올 때가 정말 많거든요. 그래서 하루는 경완 선배한테 볼 배합을 어떻게 하느냐고 여쭤봤더니 대답을 안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두산 양의지가 볼배합에 대해 물어볼 때 ‘네가 알아서 해!’라고 대답했습니다(웃음).
―지금까지 받아본 투수의 볼 중에서 가장 받을 맛이 났던 공은 어떤 투수의 공이었나.
▲대표팀에 있을 때 류현진 오승환 윤석민의 공은 정말 받을 맛이 났어요. 투수의 공이 글러브로 쫙쫙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제가 원하는 위치대로 빈틈없이 공이 들어오면 캐치할 때 신이 나거든요. 현진이는 하루 빨리 외국으로 가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제가 타율을 좀 올릴 텐데…^^.
―넥센 김시진 감독은 2013년 이후 FA가 되는 선수들 중 해외진출을 해야 할 영순위로 강민호 선수를 꼽았는데….
▲하하, 전 오랫동안 한국에 남아서 김시진 감독님을 괴롭혀 드려야죠.
―얘기가 나온 김에 물어보는데, 벌써부터 강민호 선수가 FA 이후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다.
▲그런 질문 많이 받고 있어요. 그런데 내년 시즌 이후의 일이라 아직은 별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포수 신분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한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이번에 이종범 선배님의 은퇴식을 보면서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어요. 선수로서 최고의 은퇴식을 치르시는 모습이 굉장히 부러웠고, 후배들한테 시사하는 바가 컸거든요. 액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면 조금 적게 받아도 롯데에 남고 싶어요. 저한테 영원한 1순위는 롯데이니까요.
강민호는 자신한테 머리가 크다고 말하는 팬들이 많은데, 프로야구 선수 중 최고의 ‘대두’는 김태균이고 자신은 LG 이진영과 함께 공동 2위라고 강조하면서 폭소를 터트린다. 결혼 얘기로 화제를 옮기자 ‘이건 비밀인데요’ 하면서 6개월 정도 교제 중인 여자친구가 있다는 고백도 곁들인다. 여친의 존재를 공개하다가 아차 싶었는지, ‘편집해달라’며 눈웃음을 치는 모습에 말수 적은 사진기자까지 웃음 폭탄을 맞고 말았다. 강민호와 식사 한 번 하기를 소원하는 팬이 있다고 하자 그는 “여자예요?”하고 물었고, “남자”라고 답하자, 바로 “패스!”를 외치기도 한다. 정말 못 말리는 강민호다.
대전=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