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메츠 구단에 발목 잡힌 구대성의 내년 시즌 거취가 짙은 안개 속이다. | ||
구대성의 거취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잘못된 계약 때문이다. 뉴욕 메츠가 구대성의 ‘미국 내 보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현지의 최근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메츠 구단은 내년 구대성에 대해 2백만달러의 구단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즉 구단이 2백만달러를 지불하거나 아니면 선수를 포기한다는 것이 옵션 계약의 기본이다.
그런데 구대성의 계약서에는 빅리그에서는 전례를 보기 드문 ‘선수 보유권’이 들어 있다는 것이 뉴욕 언론에 의해 밝혀졌다. 현지 사정에 밝지 못한 에이전트가 실수를 저지른 것이 명백하다.
사실 구대성의 에이전트 J씨는 구대성이 처음 미국 진출을 시도할 때부터 숱한 잘못된 소문이 흘러나오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뉴욕 양키스와 계약이 합의된 것처럼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양키스는 최종적으로 구대성과 계약을 안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양키스가 원하는 왼손 구원투수를 구하지 못할 경우 최후의 선택으로 구대성을 보험용으로 남겨둔 구단의 노련한 술수에 에이전트가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녔던 것.
그러다가 운좋게 메츠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당초 1백20만달러 이상의 2004년 시즌 연봉이 보장됐다는 것도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구대성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연봉을 따로 책정한 스플릿 계약(Split Contract)을 맺었으며, 각종 복잡한 옵션 등이 그다지 본인에게 유리하지 못하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진 것.
구대성은 사이닝 보너스 5만달러와 각종 인센티브를 합쳐도 올해 많게는 61만5천달러나 적게는 56만5천달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대성은 40게임 이상과 50이닝 이상을 던지게 되면 각종 인센티브를 받게 돼 있었지만 올해 총 33게임서 23이닝을 뛴 것이 전부라 사실상 인센티브 조항들은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빅리그에 머문 날짜에 따른 보너스 정도만 겨우 챙겼다.
메츠가 구대성의 보유권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한 것은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볼 때 치졸한 짓이다. 영어에 능숙지 못하고 협상 경험이 없는 에이전트 J씨가 꼼짝없이 당한 꼴. 에이전트를 굳게 믿었던 구대성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그렇게 묶여 있기 때문에 미국 내 다른 팀이 구대성에게 기회를 주려고 해도 메츠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즉 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메츠는 구대성이 다른 팀으로 가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고, 메츠에 남는다면 마이너리그로 보내거나 필요할 때만 쓰겠다는 뜻이다.
구단이 이런 조항을 삽입한 데에는 구대성측의 협상 능력을 우습게 본 점과 함께 왼손투수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왼손 구원투수가 항상 부족한 곳이 빅리그다.
그렇다면 올 시즌 구대성의 성적을 살펴보자. 과연 빅리그에서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였을까.
▲ 메츠와 오릭스에서 활약하던 모습. | ||
그러나 가장 결정적으로 구대성의 주가를 떨어뜨린 부분은 왼손 타자 상대 성적이다.
메츠에서 원하던 구대성의 역할은 왼손 스페셜리스트다. 즉 상대팀에서 왼손 강타자들이 나왔을 때 주로 등판해 ‘저격수’의 역할을 하는 원포인트 릴리프가 주임무다.
올해 구대성은 46번 왼손 타자들과 격돌해 11안타를 맞아 피안타율 2할3푼9리로 준수했다. 그런데 2루타 2개와 홈런 1개가 있었다는 점이 걸리고, 볼넷 9개와 사구 2개를 내주며 12타점이나 빼앗겼다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오른손 타자들과 42번 만나 11안타(2루타 4개, 홈런 1개)를 맞았지만 4사구가 4개밖에 없고 타점도 8개만 내줘 훌륭했다.
성적만으로 보면 어느 정도는 통하지만 좌타자들을 상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 점수를 깎이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에서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여의치 않고, 메츠에서 마이너리그로 구대성을 보내려고 한다면 다시 태평양을 건너는 유턴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본행’은 여전히 유력한 시나리오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는 지난 2003년부터 오릭스 단장을 맡았던 나카무라 가즈히로 전 한신 타이거즈 감독(56)을 새로 사령탑에 앉혔다. 나카무라 감독이 미국 진출 전부터 구대성과 안면이 있었던 터라 오릭스와의 재입단 협상의 길이 열렸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2001년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일본 무대를 밟았던 구대성은 지난해까지 4년간 통산 24승34패 10세이브, 방어율 3.88을 기록했었다. 빅리그에서도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구대성은 여전히 일본 무대에서 통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반면 국내 복귀는 요원해 보인다. 몸값도 안 맞는 데다 주변 환경 등도 여의치 않아 국내로의 유턴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한국-일본-미국 무대에서 제대로 활동한 최초의 선수가 된 구대성이지만 올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그의 내년 시즌 행방은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가려 있다.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